군대를 갔다 온 친구들에게서 항상 듣는 말이 있었다. 군대를 가니까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나뉘게 됐다고. 그 이야기와 함께 편지 하나로 삶을 돌아보게 됐다는 말과 그때 편지를 보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당시 나는 그 말을 수십 번 듣고도 그 말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걸 깨닫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2020년의 어느 날이었다.
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냈지만 갑자기 유행하던 코로나에 어수선하던 그때, 나는 호주에서 생일을 맞았다. 해외에서 생일을 보낸다는 설렘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막막함. 그 모든 게 공존하는 생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일을 맞이하던 그 순간도 막막함이 훨씬 더 컸다. 그때는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눌 만큼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었으니까. 생일 전날 밤도 그랬다. 친한 동생, 친한 언니 셋이서 스트라 광장에 우두커니 앉아 우리의 어그러진 계획을 위로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그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살포시 꺼내 내놓았다. 바로 케이크. 그때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 케이크를 챙겨온 건지 갑자기 튀어나온 케이크에 놀라기도 잠시, 스트라 광장에서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 노래를 불러주던 둘의 모습에 그저 고마웠다. 애매한 이 상황에서도 나를 생각하고 생일을 챙겨준 마음이 내 마음 깊이 와 닿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