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당신 덕분에 따뜻한 기억과 선물로 남네요.
이 글이 당신에게도 온기를 전해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매월 10일, 20일 발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열 번째 이야기, 따뜻하다
 
따뜻하다 [따뜨타다]
1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
2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
📬오늘도빙그레  
군대를 갔다 온 친구들에게서 항상 듣는 말이 있었다. 군대를 가니까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나뉘게 됐다고. 그 이야기와 함께 편지 하나로 삶을 돌아보게 됐다는 말과 그때 편지를 보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당시 나는 그 말을 수십 번 듣고도 그 말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걸 깨닫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2020년의 어느 날이었다. 

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냈지만 갑자기 유행하던 코로나에 어수선하던 그때, 나는 호주에서 생일을 맞았다. 해외에서 생일을 보낸다는 설렘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막막함. 그 모든 게 공존하는 생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일을 맞이하던 그 순간도 막막함이 훨씬 더 컸다. 그때는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눌 만큼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었으니까. 생일 전날 밤도 그랬다. 친한 동생, 친한 언니 셋이서 스트라 광장에 우두커니 앉아 우리의 어그러진 계획을 위로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그렇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살포시 꺼내 내놓았다. 바로 케이크. 그때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 케이크를 챙겨온 건지 갑자기 튀어나온 케이크에 놀라기도 잠시, 스트라 광장에서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 노래를 불러주던 둘의 모습에 그저 고마웠다. 애매한 이 상황에서도 나를 생각하고 생일을 챙겨준 마음이 내 마음 깊이 와 닿아서.
12시 스트라 광장에서 시작된 생일축하와 함께 이어진 연락과 축하. 생일날 미역국은 먹어야 한다면서 미역국을 끓여 들고 온 고등학교 친구. 방에 생일 축하 가랜드를 걸고 또다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둘. 생일이었으니 맛있는 거 먹자며 불러내서 선물을 건네던 언니들. 최대한 심플한 걸로 골랐다며 선물을 건네던 호행살. 먼 한국에서 12시에 맞춰 생일을 축하해주던 사람들. 

분명 생일을 맞이하던 그 순간은 무거웠지만 12시를 시작으로 내 생일엔 설렘만 남았다. 분명 시작은 막막한 생일이었지만 끝나고보니 세상에서 제일 따스한 생일이었다.  
📬이영  
 추운 겨울이 오면 여름이 생각났다. 봄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겨울이 무척 그리웠다. 왜 나는 그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리워했던 걸까.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났는데 계절의 변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이 겨울이 지나면 한 살 더 먹는구나 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온수 같은 마음이 상대에게도 가 닿기를 바랐다. 내가 주고 싶었던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넌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지, 난 아닌 사람이야.” 그렇게 다름을 받아들였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고 다 나를 좋아할 수 없으니, 나 또한. 사람이 가장 힘들었으나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더라. 선택은 내가 하면 된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굳이 그 관계를 이어 나갈 필요가 없다. 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면은. 

다 떠나서, 이 세상에 나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이제는 남이 아니라 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싶다. 나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 되려 한다.
사진출처 pinterest

영원히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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