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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메일 #175 | 2024년 3월 11일 - WEEK 11
🗂️ 지식정보 관리는 돈이 안 되는 비즈니스인가?
한세희

인터넷이 정보와 지식을 얻는 일차적 채널이 된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책이나 옛날 자료, 사람들의 머리 속이나 현장에 있는 지식이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주요한 정보들은 이제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과 논문을 쌓아놓고 자료 조사를 하던 것이 먼 옛날의 일로 느껴집니다. 


훌륭한 연구자가 도서관에서 책과 자료를 찾고 필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모아 두며 보고서를 쓰듯, 이제 온라인에서 좋은 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가 잘 활용하는 것이 현대인의 중요한 능력입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정리하는 기법은 브라우저의 ‘북마크’나 ‘즐겨찾기’에 웹페이지를 쌓아두는 방식에서 ‘포켓’이나 ‘인스타페이퍼’ 같은 ‘나중에 읽기(rea-it-later)’ 서비스로 발전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자기에게 이메일로 보내거나 PC 메모장에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링크를 모아두거나 페이스북 ‘나만 보기’ 기능을 이용하기도 했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언제 어디서나 텍스트와 음성 메모, 사진 등을 만들어 저장하고, 태그나 폴더 등으로 분류하고, 여러 기기에서 동기화하며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모바일 시대 초기에 이런 방식의 가능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이 에버노트였습니다. 

디지털 지식 관리 중요성 커져

  온라인 공간에 정보가 쏟아지고 스마트폰을 손에 쥔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읽어대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정보의 관리는 점점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칫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에 업혀가는 무의미한 시간때우기 콘텐츠에 휘말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브라우저 익스텐션으로 웹페이지를 쉽게 저장하고, 인상 깊은 부분에 온라인 형광펜을 긋고 노트를 남기고, 태그를 붙여 정리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읽기 및 정리 서비스들의 기본 기능입니다. 당근레터에 예전에 소개드린 ‘디고’나 ‘레인드롭’ 같은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요즘 새 정보 채널로 떠오른 유튜브와 팟캐스트, 뉴스레터를 서비스 대상에 포함시키고, AI 등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읽은 내용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트를 추천해주는 기능까지 포함한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유사 서비스들도 이런 방향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포켓’에는 어느새 내가 저장해둔 웹페이지가 아니라 추천 페이지가 메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터(Matter)’는 RSS와 뉴스레터를 등록해 읽을 수 있게 하고, 좋은 글들도 골라 추천해 줍니다. 킨들 등에 하이라이트한 문장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리드와이즈(Readwise)’도 비슷한 느낌의 리더 앱을 최근 베타로 내놓았습니다.

읽기의 ‘스포티파이화’는 가능할까?

이런 방향성을 ‘읽기의 스포티파이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넷플릭스가 영상을, 스포티파이가 음악을 추천하듯, 좋은 읽을꺼리를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것이지요.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좋아할법한 콘텐트를 다시 추천합니다. 


이런 서비스는 많은 정보와 지식, 뉴스를 추적하고 접하기 원하는 사람들, 이런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하지만 과연 틈새 시장을 넘어 의미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차세대 리딩 앱을 지향했던 ‘업넥스트(Upnext)’라는 앱이 서비스를 종료헀습니다. 많이 알려진 서비스라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상당한 야심을 갖고 시작한 앱이라 나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업넥스트는 웹페이지뿐 아니라 PDF 문서와 뉴스레터, 팟캐스트, 트위터까지 저장해 필요할 때 읽거나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콘텐트를 분량과 주제, 포맷 등으로 분류해 원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사용자가 관심있어 할만한 콘텐트도 추천해 주었습니다. 정보 덕후들이 좋아할 거의 모든 것들을 갖춘 셈이지요. 하지만 성장세가 기대 이하였고, 결국 회사는 지난 3월 1일 서비스를 접었습니다. 

대신 AI를 활용하여 사용자 맞춤형 추천 뉴스를 모아 이메일로 보내주는 ‘브리프’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메일브루(Mailbrew)’라는 서비스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메일브루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여러 뉴스레터 내용들을 분석해 정리하고 요약하는 서비스를 했었습니다. 사업이 기울어 서비스를 닫았다가 업넥스트에 인수되었습니다. 브리프의 성장세는 업넥스트보다 훨씬 컸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사용자들이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게 하는 것보다는 AI로 사용자가 원할법한 정보들을 요약 정리해 보내주는 것이 더 반응이 좋다는 것이지요.   

텍스트에 담긴 지식들, 그리고 그것을 읽는다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큰 규모의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을까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사람들이 돈을 내가며 엔터테인먼트로 즐깁니다.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읽기 역시 웹툰, 웹소설을 통해 충분히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에 대한 읽기는 그만큼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식으로서의 글은 실제적 효용을 바로 보이기 어렵고 (반면 영화나 드라마, 웹소설의 쾌락은 즉각적입니다), 정보와 지식을 앃다 보면 결국 오버로드가 되어 사용자가 압도됩니다. 오버로드를 관리하기 워해 앱을 쓰지만 잘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쌓아놓은 지식에 다시 오버로드가 생깁니다. 

그러니 명확한 효용을 제시하여 수익화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하지만 더 잘 일하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나은 결정을 위해 정보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 아마도 당근메일 구독자 같은 분들 - 에게 이는 불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성장성이 낮은 분야의 서비스는 오래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쌓은 지식과 정보가 언제든 사라질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확산하기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추천해 떠먹여주는 콘텐트에 의존하는 겻이 꼭 좋은 일일까요?

당근메일이 이런 분야의 좋은 앱들을 소개해 지속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지식생태계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또 독자 여러분이 지식을 관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더 나은 지식과 정보를 찾는 틈새 시장이 더욱 크고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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