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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을까

작사작곡 정의정

시간은 널 두고 가더니 뒤에서 또 쫓아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지는 느낌이야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것 같은데
뒤를 보면 밥만 먹었어
앞을 보면 뭐먹고 살지

같이 걸을까 X 4

고민하던 사람들은 답을 찾았는지
눈을 뜨면 하나둘씩 사라져 있고
사실 나도 귀찮은 건 딱 질색이야
하지만 주저앉긴 여긴 너무 자갈밭이야

같이 걸을까 X6

걷다가 풀밭이 나오면
돗자리를 깔고 노래를 부르자
화음이 맞지 않아도 춤추면서 부르면 괜찮아
그러니

같이 걸을까 X4

Under the moonlight
under the moonlight
시간이 흘러 이 곳을 떠나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같이 걸을까 X4
같이 부를까 X4
대학교 때 노래사위라는 소규모 아카펠라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들었던 곡입니다. 정기공연을 앞두고 레퍼토리가 부족해서 집에서 후닥닥 급조했었는데, 급조치고는 꽤 오래 살아남아 여기저기서 부르고 다녔습니다.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에서 후후 그럴까 하고 한 곡 뽑기 좋은 노래였죠. 코드도 단순하고 공감을 사기도 쉬운 가사였고요. 

중간에 쌩뚱맞은 'under the moonlight' 부분은... '文light'라는 이름의 문과대 축제 공연 버전이어서 그렇습니다. 'OOO OO OOO 발~걸음~' 이 처음 작사 버전이었는데, 지금은 이 버전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른 부분도 부를 때마다 미묘하게 가사가 달라지고는 합니다. 브릿지를 넣긴 넣어야겠는데 적당한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늘 바꿔가며 부르곤 했습니다. 행사에서 부르면 늘 행사명을 넣고는 했죠.

랩 가사에서 훅 부분만 반복하는 걸 보면 '이야~ 넣을 게 없어서 저걸 저렇게 반복하네~' 하고 훈수 두는 기분이 되는데, 쓰다 보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반복이 없자니 너무 짧고 넣을 만한 건 코러스랑 훅밖에 없고. '같이 걸을까'가 몇 번 나오는지 세는 이벤트 진행하기 좋은 곡이 되었습니다. 

왜 이런 가사가 되었는가. 기껏해야 3학년 1학기였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꾸 시간이 나를 뒤쫓아오고 있다는 생각,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데 밥 먹을 돈은 없고, 맨날 학식 매점에서 김 대신 햄으로 싸인 햄주먹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꾸역꾸역 급하게 먹다가는 분명 소화기관에 어딘가 탈이 날 거라고 막연히 짐작만 하던 나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겉에서 보기에 쫓기는 느낌은 아니었을 겁니다. 베짱이처럼 동방의 npc가 되어 기타를 치고 있거나, 곱등이가 나오는 라꾸라꾸에 누워있곤 했습니다. 수업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학내 생협 매점 알바는 성실히 나갔습니다. 돈을 벌고 있다는 기분이 좋았고, 아무 생각 없이 음료수를 채우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쟤들은 우아하게 캬라멜 마끼아또 같은 걸 마시고 있을 동안 나는 가난해서 생협 알바를 하지... 연대 이 부르주아지들의 학교....' 마음속으로 이런 역할극도 해보고요. 사실 저는 잠실에 본적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부르지아지 중의 한 명입니다.

그 시대 그 나이에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몸에 맞지 않는 가사가 되었지만 아직 이 시절의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겠죠.
편집 정보 

기타 픽업이 고장나 인터페이스에 바로 연결하지 않고 기타줄에서 어느 정도 녹음기를 떼어 놓고 녹음했습니다. 마침 집에 지은이 있어서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땡큐땡큐. 기타는 zoom H1n, 목소리는 DM83으로 녹음했습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포커스라이트 스칼렛 2i2, DAW는 케이크워크 무료 버전을 씁니다. 앞으로도 장비 구성이 달라질 일은 많이 없을 겁니다. 

음원을 잘라내거나 덧씌워 녹음하는 게 아직 서툴어서 박자가 밀리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믹싱도 욕심이 났는데... 당장 페이드아웃 하는 방법도 못 찾아서 두 시간을 날리고 나니 에너지가 바닥나서 포기했습니다. 다음 호에는 후반작업을 좀 더 잘 해보겠습니다. 
추신

협업 요청을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직 프로그램 다루는 게 익숙치 않아서 협업을 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예정입니다. 잊어버린 채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