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시골에 위치한 기숙학교를 다녔습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가 230분에 한 대씩 정차했습니다. 그 정도로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이 시골 마을은 이 작은 학교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작은 공동체였던 것이죠.
기숙학교의 특성상 학생들은 기쁘고 슬픈 일들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싸우기도 하며 마치 형제와 같은 정을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약한 점들을 고백하고, 비밀스러운 가정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는 폭력, 거짓, 불륜, 희생이 들어있었고 비극의 소재는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들은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사연 없는 집은 없다’고들 합니다. 사연은 사건을 계기로 해서 만들어집니다. 사연은 영어로 story로 번역되고 한문을 풀어쓰면 ‘일의 앞뒤 사정과 까닭’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사연은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내러티브입니다. 사건은 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사연을 만들죠. 우리가 꺼낸 비밀스러운 가정사들 그러니까 폭력, 거짓, 불륜 그리고 희생의 사건들은 우리에게 새겨져 사연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