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K입니다.

오늘은 익히 알려진 프란츠 카프카의 명언으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3주에 걸쳐 소개해 드리고 있는 래리 크랩의 『영적 가면을 벗어라』가 저에게 내면의 바다를 깨부수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마주하기 전까지 저는 내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애를 쓰며 살았습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며 깊은 공허를 회피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교회 활동에 매달려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의 열심으로 가끔 내면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으나 잠시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억지로 고통을 제거하려 하기보다 먼저 나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영혼의 채워지지 않은 욕망과 아픔을 가지고 어떻게 하나님께 나아가야 할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책의 한 대목이 독자님의 믿음의 여정에 새로운 통찰을 주기 바라며 <월요일의 복음>, 시작하겠습니다.

늦봄의 어느 상쾌한 날, 나는 마지막 강의를 마쳤다. 학생들이 줄지어 나가며 치열하게 필기하느라 경직된 손목을 문질러 혈액순환을 도왔고, 시험 전에 수업 내용을 복습할 계획을 세웠다. 나는 지친 상태였지만 기분이 좋았다. 수업을 통해 전한 내용이 복잡하긴 했지만, 학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던 몇 가지 중요한 주제는 명확했다는 확신이 있었다.

신학자 친구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데 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두 강좌 정말 잘 들었네. 자네가 말한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리스도인들은 상처 입어도 정말 괜찮다는 참신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처음에 나는 기분이 좀 상했다. 상담을 위한 포괄적 틀을 제시하려는 시도에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그가 그 모든 내용을 한 가지 단순한 생각으로 축소시킨 것이다. 며칠 후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가 두 번째 개념, 그러니까 죄는 우리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라는 것도 잘 전달한 것 같아.” 변변찮은 격려였다. 거의 90시간에 걸쳐 진행한 강의가 이제 하나가 아니라 다음의 두 가지 생각으로 압축(아니면 확장?)되었다. 상처받아도 괜찮고, 죄는 우리 생각보다 더 큰 문제다.

살짝 상처 입은 자아를 달래다 보니, 이 두 생각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 데 실제로 중심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아도 괜찮다는 첫 번째 생각은 완전해지도록 만들어진 불완전한 사람들이 꼭 파악해야 할 명백하고도 중요한 진리다. 이 진리를 이해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이제 설명해 보겠다.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20년 전,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사실을 27살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들은 아버지가 뜻밖의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이후 그는 줄곧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걸 몰랐던 사촌 형이 어느 날 오래전에 있었던 그의 아버지의 죽음을 무심코 언급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진실은 그의 어머니가 딴 남자와 불륜을 벌이다 들통이 나자 그의 아버지와 이혼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아내의 불륜 사실과 이혼 의사를 알게 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밤, 아버지는 파경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대며 욕실로 걸어가서 눈에 보이는 모든 약을 삼켰다. 다음날 아침 그는 손님용 방의 침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혼란과 공포, 원통함의 급류가 젊은이의 영혼에 격렬히 몰아쳤다. 지금 그의 어머니는 과거의 ‘딴 남자’와 재혼했고, 그는 20년이 넘도록 그 남자를 편안하게 아빠라고 불렀다. 이제 그가 고향집을 찾아갈 수 있을까? 그가 느끼는 압도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젊은이는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진실을 듣고 3년이 지나 30살이 되었을 때 나를 찾아왔다. 그는 그날 이후로 자신의 유일한 목표는 마음의 고통을 이겨 내거나 적어도 줄이는 것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기 때문에 술 같은 것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떨쳐 냈다. 그는 누구와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고 여자에게는 더욱 그러했기에 마음의 짐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욱신거리는 영혼을 달래 줄 방법으로 그가 찾아낸 유일한 길은 성경 암송이었다. 긴 성경 본문을 암기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고 말씀의 내용을 되새기다 보면 고통에서 시선을 거두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을 향해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여겼다. 말씀을 가까이하며 마음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정신이 아닌 아버지가 무모하게 몇 병의 약을 입에 털어 넣는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어머니의 죄악과 기만을 생각하고 어머니와 현재의 남편을 향한 반감이 밀려들 때마다, 그는 성경으로 손을 뻗어 더 많은 구절들을 암송했다. 이렇게 한 지가 벌써 3년째였다. 그 결과, 그는 아주 긴장한 상태에 있었다. 인생이 그에게 큰 고통을 안겼지만, 그는 그 고통을 느끼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우리 각 사람이 누구에게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면, 모두가 이 불행한 젊은이와 정확히 똑같은 딜레마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삶의 세부 내용이 다르고 기괴함은 덜할 수 있겠지만, 우리 존재의 핵심에는 절대 직시하고 싶지 않은 공허함이 있다. 그 공허함의 근원은 짬을 내어 우리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전혀 묻지 않았던 아버지나 과보호로 무력감을 안겨 준 어머니, 늘 우리를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배우자, 피상적인 관심만 보여주던 친구들, 하나님께 무관심하여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녀들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주제는 동일하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중요한 관계에서 예외 없이 극심한 실망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픔을 느낀다.

이 젊은이는 어떻게든 하나님을 알고자 성경 암송에 몰두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그 일의 목적은 고통을 줄이는 것이었다. 물론 도보 여행을 이어가기 전에 신발에서 돌멩이를 빼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다. 그러나 타락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따라오는 불가피한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일이 되면, 그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을 추구하는 길에서 벗어난 것이다. 삶을 다루는 하나님의 처방은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픔은 이 세상에선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처방은 우리가 그 아픔 한가운데서 신실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때로는 순종의 길이 고통을 증폭시켜 하나님이 철저히 불공평하고 불친절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삶에 대한 우리의 무책임하고 악한 반응의 배후에는 이 세상의 고통을 제거하겠다는 결심이 놓여 있다. 그 결심의 양분은 고통을 마주하면 행복의 소망이 철저히 파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목숨을 보존하려면 채워지지 않는 갈망에서 솟아나는 영혼의 아픔을 해소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 생각은 틀렸다. 하지만 거절, 고립, 실패, 나약함의 고통이 뱃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면, 마치 죽음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존하려면 고통을 마비시키고 기분이 나아질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먹는 일부터 성경 암송, 수음, 욕실 청소, 교회 성가대 합류까지, 뭐라도 해서 너무나도 두려운, 끔찍한 아픔을 피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영혼이 느끼는 모든 아픔에 병적으로 귀 기울이는 것도 큰 문제지만, 어느 정도의 불가피한 고통마저 피하려 드는 것은 현실 부정에 해당한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우리를 실망시킨다. 우리도 사람들을 실망시킨다.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우리는 이 단순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님과 아무리 가까이 동행해도, 실망스럽고 때로는 악한 세상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극심한 슬픔이 가시지 않는 것은 영적 미성숙의 증거가 아니라 슬픈 세상에서 정직하게 살아간다는 증거다.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나누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나는 더 많은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이 자신이 분투하는 문제를 드러내어 이야기하면 좋겠다. 목사의 부도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듣고 싶지 않다. 나는 겉으로는 점잖고 훌륭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무심함 및 교만(모든 면에서 부도덕 못지않게 심각한 죄들이다)과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두려움과 피로에 맞서 어떻게 분투하고 있는지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의심, 답답함, 낙심에 대해 들려줄 때, 그것이 나에게는 격려가 된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분투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음을 배우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소망을 얻는다.

물론 투명성을 과장하면 자칫 그리스도의 아름다움보다 우리의 문제를 더 곱씹는 지경에 이르기 쉽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그리스도인들이 간증하는 그들의 훌륭한 삶을 들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설교자는 안 그런데 왜 우리는 아프고 염려하고 화가 나는지 의아해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런 지도자들은 수백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고 죄 없는 완전함에 근접한 상태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은 모든 상처를 삼키는 수준 높은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지금 낙원을 누릴 수 있고,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주님이 오늘의 낙원을 약속하신 상대가 곧 죽을 사람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상에서 남은 시간이 많은 이들에게 주님은 지복이 아니라 실패, 핍박, 고난을 말씀하셨다.

건강과 부의 약속은 진짜이지만, 지금을 위한 약속은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의사가 산고를 치르는 여인에게 “곧 품에 아기를 안게 되실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해소할 수 없는 혹독한 고통이 먼저 있고 그다음에 기쁨이 있을 것이다. 밤에는 눈물이, 아침에는 기쁨이 있다. 예수님은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아니지만 잠시 후면 너희는 내가 너희를 위해 예비하는 집을 보게 될 것이다. 너희는 남은 생애 동안 나의 임재로 힘을 얻고 내 약속으로 기쁨을 누리겠지만 삶은 힘들 것이다. 너희는 아플 것이다. 그러나 그때도……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볼 것이다. 나를 믿어라”(요 14:1-3을 보라).

우리는 우리가 누리도록 만들어진 것을 갈망한다. 욕망해도 괜찮다. 그리고 천국에 가기 전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한다. 아파도 괜찮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 오라.” 나는 목마르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한다. 그리스도께 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이미 그리스도인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리스도를 따르고 싶어 하는 내가 있다. 내 영혼의 이 채워지지 않은 욕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내 아픔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하나님을 신뢰해야 더 깊이 사랑할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