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같은 남의 집 이야기
스물두 번째
From 소음 to 소음

소음으로 왜 전시를 해?

소설 집이 소음으로 전시를 열게 된 이유

우리는 우리를 ‘집’에서 멀어지게 하는 문제들을 고민하다, 단번에 소음을 떠올렸습니다.


소음의 정체는 아이러니했습니다. 소음으로 여겨지는 소리들이 태생부터 소음인 건 아니었기 때문이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여러 소리-물이 흘러가는 소리, 대화 소리,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소리 등-은 때에 따라 소음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소음은 분명 우리를 힘들게 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소리 자체를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


문제가 확실하지만 해결은 불확실한 그것,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 해결할 수 있기는 한가? 그것이 전시의 시작이 된 물음이었습니다. 곧 깨달은 것은, 우리가 소음 때문에 무얼 하든 그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질문은 바뀌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소음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소음을 잘 이겨내는 우리만의 방법은 없는가?


우리는 지금도 소음과 살아가고 있으며,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도 그래야 할지 모릅니다. 전시는 소음1을, 나름의 방법으로 소음2하려는 다양한 모습을 다룹니다.


1 전시는 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

2 소리를 없애거나 작게 하여 밖으로 새 나가지 아니하도록 함


소음으로 어떻게 전시를 해?

    [from 소음 to 소음] 섹션1: 일상의 소음

첫 번째 섹션은 '일상의 소음'입니다.


소음은 언제 '소음'의 모습을 띨까요? 전시 공간 안에서 내가 선택해서 듣는 것이라면, 소음으로 느껴질지 소리로 느껴질지 궁금했습니다.


실제 일상에서 '아 시끄럽다'라고 느꼈을 때 녹음한 소음을 전시함으로써, 공간과 상황 그리고 소리의 주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소음의 정체성을 탐구해봅니다.


버튼을 눌러 녹음된 소음을 직접 들어 보면, 소리와 소음의 경계를 고민하게 됩니다. 나아가 여러 소음을 함께 틀어 소음을 들어볼수록, 소음과 소음의 서로 다름 혹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짐작하게 돼요.

아파트, 집 각각의 공간에서 나오는 소리 혹은 소음들이 연결되어 어우러져 있습니다. 내가 소리로 여겼던 우리 집의 소리들을 옆집은 어떤 소음으로 마주하고 있을까요? 내가 소음으로 여겼던 창밖의 소리를 옆집은 어떤 소리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참여존] 소음을 직접 녹음하기
전시회를 보다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나름(?)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방문객 참여존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 집에서 "안녕!"을 녹음하고 갔는데요. 전시회 점검을 하러 오는 아침에 확인할 때 "전시 너무 멋있어요.", "안녕하세요."와 같이 다른 목소리들이 녹음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곳에 소설 집 구독자분들 중에서도 목소리를 남겨주신 분이 계실지 궁금하네요! :)


   [from 소음 to 소음] 섹션2: 피커피커 커뮤니티 

두 번째 섹션은 '피커피커 커뮤니티'입니다.


'피커피커'는 소음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섹션3의 '소설 집 릴레이 소설 <소음>'에 등장하는 커뮤니티이기도 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제보한, 소음에 얽힌 실제 사연을 읽어 볼 수 있답니다. 전시장에 있는 태블릿을 활용하여 벽면에 나의 사연을 전시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커피커 커뮤니티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음 사연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하는 소설 집의 기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전시회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이 작은 공간 안에서 편하게 머무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여러 방법을 생각하다가 피커피커 홈페이지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기존 이벤트에서 보내주신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아카이빙한 홈페이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빔을 이용하여 사이버 느낌이 나도록 꾸며 보았는데 느껴지셨을지는 모르겠어요. 소음을 보내주신 분들이 홈페이지를 보셨을지도 잘 모르겠지만 레터를 보고 뒤늦게라도 내 사연이 이렇게 전시되었구나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가 끝났어도 홈페이지는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둘러보시러도 오고 참여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프라인 게시판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 가능합니다.


   [from 소음 to 소음] 섹션3: 릴레이 소설 <소음>

세 번째 섹션은 '소설 <소음>'입니다.


'소설 집'은 집을 소재로 짧은 소설을 창작하고 이를 뉴스레터로 발행합니다. [From 소음 to 소음] 전시를 맞아 6주간 <소음>이라는 릴레이 소설을 썼어요. 뉴스레터로 발행했던 내용을 다듬어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릴레이 소설 <소음>, 프롤로그]


서기 2032년, 소음 콘텐츠 시대.

지구 전역에 견딜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속수무책으로 오르는 데시벨의 위협이 도사리는 도시.

지구에는 소음대책위원회가 열린다.

부딪히는 의견과 계속되는 갈등.

과연 지구는 타협을 통해 조용한 공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해당 프롤로그는 사실 소설 집에서 릴레이 소설을 연재하기 전에 홍보용 포스팅에 프리뷰로 적었던 것입니다.  프리뷰를 적었을 때까지는 이것을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사용하게 되었네요.

[참여존] 소음 나누기


피커피커에 사연을 남길 수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사연을 남길 수 있어요. 나의 소음 사연을 나눠봅니다.

  1. 엽서를 꺼낸다

  2. 글을 쓴다

  3. 펀칭기로 뚫고 고리에 사연을 걸면 끝!

전시에서 직접 남겨주신 사연.zip  나의 이야기같고 또 남의 이야기같은 사연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from 소음 to 소음] 섹션4: 소음 업사이클링

네 번째 섹션은 '소음 업사이클링'입니다.


귀를 기울이면 전시장의 배경음악이 들릴 거예요. 이 배경음악은 수집한 소음으로 재가공 되었습니다. 한번 잘 들어보세요.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이 소음은 어떤 느낌을 주는지요. 소리인지, 소음인지, 좋은 음악인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


오가는 느낌 속에서 소음(騷音)의 존재와 소음(消音)의 방식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from 소음 to 소음] 섹션5 : 전시회를 마친 에디터들

YB  안녕하세요, 영문 이름 약자도, 실제 소설 집 내에서도 가장 YB인 에디터 YB입니다. 사실 전시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소설 집의 구독자분들과 오프라인 만남의 장을 펼치고 싶어서! 라는 이유가 컸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의 짧은 소설을 봐주시고 클릭해주시는 감사한 분들과 공감대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전시회를 처음 해보다 보니 미숙한 점도 많고 여러모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 뜻깊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감명 깊습니다. 이번 주까지만 전시 이야기를 하고 이제는 다시 평범한 집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소설 집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H 반갑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첫 전시가 끝이 났네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우당탕탕 어떻게든 해내서 뿌듯합니다. 처음이라 모르는 것도 많았고, 그래서인지 간단히 할 수 있는 것도 어렵게 어렵게 돌아가곤 했어요. 그 어려움을 잔뜩 안은 채로 시작한 전시를 잘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침에 전시를 열고 저녁에 전시를 닫으며, 관람객분들이 써놓은 사연과 녹음한 음성으로 점점 채워지는 전시장의 모습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적극적인 피드백이 있다는 걸 알았고, 앞으로 구독자분들과 더 찐한 접점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또 이번 소음 전시는 집의 면면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집의 집 소설도, 새로운 시도도 기대해주세요. 고맙습니다.
YY 안녕하세요! 주거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소설 집 에디터 YY입니다. 층간 소음 문제는 항상 마주하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우리가 지겹도록 마주한 소음 문제를 바라보며, 우리가 소음으로 인지하고 있는 소리는 무엇일까 보고 싶었습니다. 구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소음을 열어보며, 이것도 소음이 될 수 있구나! 했던 순간이 많았어요.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소음들을 모아서 보는 것으로 소음 문제를 앞으로 다루는데 작은 의의가 있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소설 집은 구독자들이 주거 공간에서 맞이하는 일상의 문제를 어떻게 재밌게 다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할 수 있었던 전시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여러분의 주거 공간 속 일상 사연을 발굴해나갈 소설 집 이야기, 많이 기대해주세요!
sti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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