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5일, 보름달이 뜨는 날 책편지가 도착합니다.
🌕 보름달 책편지 for life
매월 15일마다 만나요. 

10월 뉴스레터 by @geuldam


책 만드는 일의 슬픔과 고뇌 
그리고 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기쁨에 대하여




마케팅팀에서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편집 후기 요청을 했을 때만 해도 신발에 얽힌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습니다. 신발에 미쳐 광화문의 이멜다 여사로 불리던 시절이나 아끼던 하이힐을 모두 버리게 만든 지긋지긋 찌릿찌릿한 족저근막염에 관한 에피소드 또는 <천국의 아이들>, <색스 앤드 더 시티> 같은 신발과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풀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지금, 다 끝난 줄 알았던 표지 작업을 다시 하게 되면서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대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화양연화> 속 양조위의 심정으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책 만드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겠네요. 😩 오늘의 이야기는 업계에 몸을 담근 적이 있거나 담고 있는 (전문 업자)분이라면 처절한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을, 진짜 '책 만드는 마음' 입니다. 

 

이 책은 사실 처음부터 표지 디자인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희귀한 신발 도판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어서 그 자료들만 잘 활용해도 좋은 표지가 나오겠다 싶었지만, 저작권사에서 본문에 들어간 이미지를 표지에 쓰려면 다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마감 일정이 점점 목을 조여오는 가운데 국내도 아닌 해외 저작권 담당자를 무슨 수로 하나하나 찾아서 연락하겠습니까.....? 그러나 뭐든지 다하는 별별 수단을 다 써서 (심지어 아디다스 본사의 이름 모를 높은 분과도 이메일을 주고받아) 표지에 넣을 도판 아홉 장을 간신히 마련했습니다! (휴)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표지 디자인은 정리가 되었고 최종, 최최종, 진짜최종, 진짜진짜최종의 무한루프를 거쳐 곡소리 나기 직전에 완성되었습니다...

편집도 끝나고 인쇄도 끝이 났습니다. 제작만을 앞둔 상황, 이제 끝이냐고요? 그럴 리가요. 표지 컬러가 너무 탁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대표님 말씀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컬러뿐 아니라 도판 배치도 바꾸는 게 좋겠다는 말씀에 보도자료 잘 쓰고 마케팅 준비만 잘하면 되겠다며 준비 땅!’ 하고 달려 나갈 자세에서 털썩 무릎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은 알지만,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난감한 일이 없지요. 몸의 반쪽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반쪽은 뒤에 남아 수습해야 하는 몸이 찢기는(?) 고통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일 겁니다. ‘나는 센스도 없고 생각도 없이 일하는 편집자야.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자괴감의 늪에 빠져 모든 의욕을 잃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아닌 줄 스스로도 잘 알지만, 이때만큼은 99퍼센트의 잘한 일 전부를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문화사에 포커스를 맞춰 인물 사진 위주로, 대표님은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신발 도판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100퍼센트 맞는 답을 찾기 어려운 게 디자인 영역인지라 꽤 오랜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신발 도판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조정해 바로 지금 이 순간, 디자이너는 두 번째 표지 인쇄 감리를 보러 파주에 가 있고, 저는 자괴감이라는 괴물에 먹히지 않으려고 속풀이 하듯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모쪼록 이렇게 애쓰고 애태우며 만든 이 책이 많은 분들의 책장 한 칸을 차지해 이사 다닐 때도 버려지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남는다면, 지하철에서 누군가 읽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것이 저의 큰 기쁨이겠습니다.  원래 표지와 바뀐 표지를 보고 싶으시다면, 글담출판사 인스타그램(@geuldam) 을 팔로우해주세요. (디자이너의 허가 아래) 눈물의 표지들을 전격 공개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저의 앙코르와트 사원 벽 구멍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책 속에는 170여 컷의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보기 어려운 신발과 관련된 도판이 실려 있습니다. 그림만 훑어봐도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책이랍니다.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엘리자베스 세멀헥 지음 | 28,000원 | 아날로그


신발이란 무엇인가? 답은 꽤 명백합니다.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착용하는 것. 하지만 신발 대부분은 실용적 기능을 훨씬 뛰어넘는 기능을 수행하며 종종 신체적 필요보다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디자인되고 사용되지요. 이 책의 저자이자 캐나다 토론토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엘리자베스 세멜헥은 신발의 사회적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어 신발의 역사를 돌아보며 다양한 신발 유형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선택되고, 문화/경제/사회적 정체성의 관계와 역할에 대해 살펴보는 교양서입니다. 특히 20세기와 21세기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네 가지 주요 신발의 전형인 샌들, 부츠, 하이힐 그리고 스니커즈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쟁점들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신발 스타일의 변천사를 다루는 것뿐 아니라 ‘신발은 어떻게 사회적 정체성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특정 유형의 신발과 특정 신발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과 신념 체계 전체를 포함한 사회적 관념을 대표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신발에 그렇게 대단한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게 된 현재의 ‘신발 중독’ 상태에 이르렀을까?’ 등 신발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합니다. 
     




📌 새로 나온 책

자문자답 나의 1년 2021-2022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올해와 앞으로의 1년을 계획해보는 셀프코칭북 <자문자답 나의 1년>이 카카오메이커스 단독 구성으로 출시됩니다. 이 책은 '모르겠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혹시 이 말을 하지 않으셨나요. 내 인생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싶다면, 일주일만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보시기를. 도서와 커스텀 클립펜, 그리고 12개월 질문카드까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단독 구성으로 만나보세요! 
11월 1일 OPEN! only KAKAO MAKERS 





빨간 머리 앤 김민지 에디션


아름다운 인디고 고전 시리즈 <빨간 머리 앤>이 김민지 작가 일러스트를 입고 찾아옵니다. 콜렉터를 위한 기존 판형 도서 외에 큰 글자책으로도 출시되어 즐거운 고민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민지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따뜻한 수채 일러스트를 사랑하신다면 특별 에디션을 놓치지 마세요.  





🏆 2021 수상 소식 안내 ✨


책 달력 📅
24절기, 그리고 특별한 기념일에 읽으면 
가슴에 남을 책과 명문장을 소개합니다.


깊어가는 계절, 가을 나만의 기본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고전적인 디자인의 좋은 점은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유행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것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더플 코트와 울 코트, 그리고 레인 코트입니다. 이 세 벌로 코트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낡아서 입지 못하게 되면 분명 또 같은 제품을 사겠지요. 이런 자세를 고수하는 이유는 옷의 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의복의 관점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뭘 입고 나가지?’ 매일 아침 입고 나갈 옷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 내게는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더러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를 만날 때 어떤 옷을 입고 가야 좋을지 사전에 정해놓아야 마음이 편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나 계절이 바뀌었을 때, ‘오늘 입을 옷’을 순조롭게 고를 수 있어야 마음이 안정됩니다. 





나만의 기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 12,800원



자신만의 취향이 확실한 한 사람의 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자신의 취향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을 입고 먹고 생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매달 15일마다 만나는 #보름달책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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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며 또 읽으며 얻은 영감들을 나눕니다.


글담출판사
geuldam4u@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8길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