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34.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액자 속에만 들어있지 않으려면
by jason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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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본 적 있으십니까?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Golden Circle)입니다. 이 그림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미션, 비전, 핵심가치,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일 겁니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대부분의 기업과 사람들이 너무 [WHAT], 즉 결과에만 집중한다고 주장합니다. 혹은 이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 즉 [HOW]에 집착하거나… 여기까지는 모든 기업이 모두 잘하며 큰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업(業)의 본질, 존재 이유 등 궁극적인 [WHY]를 생각하는 메타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성공한 기업은 모두 이 [WHY]에 대한 확실한 답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큰 성공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차이라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 [WHY]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미션, 비전이겠죠?
많은 회사가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웬만한 회사 홈페이지에 가면 이런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의미를 갖는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최근 스타트업이나 유니콘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가치체계를 잘 수립하여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HRer조차 이들 간에 개념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오늘은 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에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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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은 기업/기관의 존재 이유(raison d’etre)입니다. 당연히 쉽게 변화하지 않겠죠. 환경 변화 속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불변하는 중심입니다. 언어적 표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내용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미션을 ‘북극성’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저 멀리 항상 같은 위치에 있어서 방향성이 되지만, 완성 또는 도달하기는 불가능한 궁극 같은 것이죠. 참고삼아, 유명 해외 기업의 미션을 살펴보겠습니다. 들으면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언뜻 읽으면 당연한 문구이지만, 이들의 비즈니스의 근본을 잘 생각해보면 꽤 웅장하고 뭉클한 미션임을 아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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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상 일종의 목표 지점 같은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이며, 쉽게 달성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은 담대한 목표에 해당합니다. 비전은 기업/기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목표상(像)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달성 가능한 도전적인 목표를 포함합니다. 위에서, 미션을 ‘북극성’에 비유한 전문가는 비전을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비유했습니다. 북극성을 향해 가다 보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높이 같은 것이죠. 그래서 비전에는 꽤 구체적인 숫자나 표적(target)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Walmart는 1990년대에 이러한 비전을 세웠습니다. “2000년까지 매출액 1,250억 달러가 된다.” 연도와 숫자만 있으니 너무 드라이하지만, 꽤 명확하긴 합니다. 그보다 더 유명한 이런 종류의 비전 문구는 1900년대 초 Ford의 것입니다. “자동차를 대중화한다.” 짧지만 이보다 확실한 비전이 또 있을까요? 심지어 아예 경쟁사를 비전에 넣는 예도 있습니다. Nike는 1960년대에 (당시 1위였던) “아디다스를 격파하자”라는 비전을 세웠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비전을 이루고 지금은 패션 브랜드 가치 1위를 고수하고 있죠. (참고로, 아디다스는 4위입니다. 구찌가 2위이고요.)
요즘은 이렇게 비전에 노골적인 비즈니스 목표만 담지 않는 추세가 있습니다. ESG 경영의 영향 탓인지, 균형 잡힌 시각을 담으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즈니스(Business),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의 관점을 고루 담으려 노력합니다. 여기에 더해 사회(Society)의 관점을 넣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비전 문구가 다소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비전 슬로건을 정하고, 이를 각각의 관점에서 해설하는 설명을 쓰는 형태로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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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가치(공유가치)는 미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업/기관/구성원이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할 때 원칙이자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이 핵심가치를 ‘신호등’에 비유합니다. 미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신호등만 잘 지키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듯이, 핵심가치를 잘 알고 지키면 구성원의 업무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때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서 이 핵심가치는 ‘일하는 방식’에 직접적으로 관련됩니다. 요즘 어떤 회사는 핵심가치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고, 아예 ‘Ways of Working’ 또는 ‘OO(회사명) Style’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통 핵심가치를 “혁신”, “신뢰”, “소통” 같은 키워드로 표현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일종의 슬로건 같은 문장으로 표현하는 트렌드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고객 중시”라는 키워드로 표현할 것을 “Customer rules.(직역하면, “고객이 왕이다”)”처럼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재미 삼아, 독일 자동차 3사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살펴보겠습니다. 다 같은 자동차 메이커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BMW는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고, Mercedes-Benz는 ‘럭셔리함’과 ‘미래’를 강조합니다. 우리가 가진 각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잘 투영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각 회사는 꽤 성공적인 것 아닌가요? 본인들이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가 소비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으니, 제품/서비스에도 이것들이 잘 반영된 증거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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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HRer가 이런 추상적·개념적인 것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 누구보다 냉소적인 사람이었으니까요. 회사와 사업이 돈을 벌어 먹고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런 가치체계와 관련한 모든 것이 무의미할 겁니다. 이렇게 한번 이야기해볼게요. 성공은 돈을 좇을 때 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할 때 따라오는 것일까요? 저는 후자(後者)라고 믿습니다. 최근 제가 접한 모 회사의 핵심가치 슬로건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Success is a result, not a goal.” 꽤 멋진 데다가 제 평소 생각과 닿아 있어서 메모장에 적어뒀습니다. 회사/기관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 같은 것을 정하는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야 유지되지만, 그저 돈만 좇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여 사업을 하는지를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것이 시간이 흘러서 구성원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어도 흔들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HR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러한 비전체계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습니다. 우선, 채용이나 평가에서 기준이 되어 줍니다. 채용 시에는 인재상을 만들어 그에 맞는 후보자를 선발할 수 있고, 평가에서는 리더상이나 역량체계를 만들어 역량평가 지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사 운영상에서 꽤 쓸모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체계가 전혀 없는 회사에서는 인재상 같은 것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채용 요건만 충족하면 뽑기 바쁠 뿐입니다. 지식, 스킬, 경험에 대한 준거는 있을지언정, 정신(spirit), 가치관, 태도와 관련한 준거는 없는 셈이죠. 뿌리가 얕은 나무가 바람에 많이 흔들리듯이, 기반이 약한 HR은 더 많은 풍파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때우면서 일해야 하니 HRer가 더 힘들고 바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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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HR 관련 업무가 그렇듯이, 이 업무 역시 비슷합니다. 우선, 구성원들이 인지(aware)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가치체계를 만들 때부터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는 회사의 경영진이나 소수 엘리트가 가치체계를 만든 후 Top-down으로 강요했다면, 이제 이런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처음 만들 때부터 구성원들을 여러 방식으로 참여시켜야 합니다. 워크숍이어도 좋고, 최소 설문조사라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가치체계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understand)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회사가 해설서, 기술서, 매뉴얼 같은 것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 어떤 구성원도 이 해설서를 꼼꼼히 읽지는 않겠지만, 향후 어떤 상황에서는 이렇게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 것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런 해설서 외에도 교육과정이나 캠페인을 만들어도 좋고, 각종 오피스 용품을 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우아한형제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본인들의 핵심가치나 일하는 방식(“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11가지 방법”으로 유명한…)을 회사 곳곳(예: 의자 다리, 전등갓)에 작은 글씨로 적어둔다고 합니다.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이렇게 해야 가끔 한 번씩이라도 생각해 줄 것 같아서요.” 저는 가치체계를 이해시키는 데는 웅장하고 대단한 방식보다는 넛지(nudge)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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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계는 인사제도 등과 연결지어서 정착(settle)되도록 해야 합니다. 가치체계가 외떨어져 혼자 존재하면서 빛나기는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효과성/실행력을 가지려면, 결국 항상성 있는 무엇인가와 연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채용, 인사평가, 리더십, 조직문화가 될 것입니다. 채용 면접 질문에, 인사평가 시 평가항목에, 직책 임면 시 심사 기준에, 조직문화 이벤트 등에 준거 또는 테마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연계성을 가지지 못하면 가치체계가 ‘액자 속 좋은 글귀’로만 남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어떤 회사는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My Vision)을 연결 지으라고 (교육과정 등으로) 강요하기도 하는데, 저 개인적으로 이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MZ 세대처럼 회사와 개인의 구분이 명확한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회사의 가치체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비전/가치관에도 연결하라고 하는 것은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고, 교육대상자가 될 젊은 세대와 긴밀히 협업해야 합니다. 제 고객사 중에는 이런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시행하고 싶은데 이런 우려가 있어서, 20~30대 젊은 직원으로 이루어진 사내 소통위원회(일종의 주니어보드)와 기획 단계부터 협업했습니다. 그랬더니 교육 콘텐츠도 좋고, 그 전달 방식도 트렌디하다는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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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맺으며...
가치체계는 먹고살 만할 때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창업 초기에 이를 잘 잡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련되지 않고 다소 투박해도 괜찮습니다.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이 생각하는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 사회적 가치, 이상적인 조직문화 같은 것을 몇 문장으로라도 적어보길 바랍니다. 그것을 예쁘게 다듬는 것은 말 그대로 나중에 먹고살 만할 때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진정성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여러분의 회사에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없다면, HRer로서 한번 경영진에게 제안해보십시오. 하루 워크숍 정도만 해도 꽤 괜찮은 생각들을 모아볼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귀사에 이런 가치체계가 이미 존재한다면, 그것이 구성원들에게 현재 어떤 의미인지, 과연 의미는 있는지를 점검해보십시오. 만약 의미가 퇴색됐다면 이를 리부트(Reboot)하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이 리부트 과정 자체가 꽤 괜찮은 조직개발(OD)인 데다가, 또 좋은 조직문화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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