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uyeon loves u 💛

오늘 아침, 좋아하는 팟캐스트에서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책읽아웃> 324회였는데요. 개그맨 성현주 작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버스를 타고 있는데, 버스가 잠시 정차했어요.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유아기로 보이는 꼬마가 버스를 향해 다짜고짜 손을 흔드는 거예요. 엄마가 아이를 제지하더라고요. 제가 창문을 열고 손을 막 흔들었어요. 그랬더니 얘가 너무 기뻐서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데, 그때 기분이 어 뭐지? 왜 기분이 좋지? 제가 원래 작은 것에 감화되는 편이라 눈물이 날 만큼 기분이 좋은 거예요. 딱 요만큼만 살면 되겠다. 이만큼 기뻐하고, 누군가를 마음을 이롭게 해주면서 살면 되겠다." 인사 이야기도 좋고, '딱 요만큼만 살면 되겠다.'는 말도 좋고, 방방 뛰는 아이도 좋고, 그 문장에 귀 기울이는 기척도 참 좋았습니다.

어째서인지, 저는 인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인사를 잘 하는 사람도, 잘 받아주는 사람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놀이공원이 좋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안녕!" 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놀이기구 대기 줄에서 떨림을 숨기고자 '안녕' 두 음절을 건네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대답이 들려옵니다. 어트랙션 직원이 유창하게 준비된 멘트를 읊을 때도 신나게 맞인사를 합니다. 양손이 떨어질세라 흔들다 보면 놀이기구가 출발하지요. 좀비 분장을 한 사람도, 마스코트 인형 탈도, 시니컬한 청소년도, 용감한 어린이도, 거울 속의 나도 온종일 안녕입니다.

뉴스레터를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보내는 서신입니다. 첫 만남에 보내는 인사여서인지 몹시 설레고 긴장됩니다. 하염!
● 쪼꼬만 이야기


요즘은 어째서인지 '신발'이 들어가는 시를 여럿 읽게 되었는데요. 며칠 전 읽은 시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끈이 서로 묶인 운동화 한켤레가 전깃줄에 / 높이 걸려 있다 오래 바람에 흔들린 듯하다 / 어느 저녁에 울면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간 / 키 작은 아이가 있었으리라"

ー심재휘, 「신발 모양 어둠」


휴대폰 사진첩을 살피며 그간 찍어온 작은 이야기들을 펼쳐보았습니다. '전깃줄에 높이 걸린 운동화' 같은,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그런 것들엔 저마다 표정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은 사연이 선연히 그려지는데, 어떤 건 아무리 보아도 잘 모르겠더군요. 어떤 시절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날짜를 보아하니 바쁘던 시절이네요. 바쁘다는 게 무엇일까요? 바쁘다 말하면 여유가 사라질 것 같아서, 부러 발음하지 않고 혀 밑에 두고 굴려보면서, 신발을 잃어버린 작은 아이의 얼굴을 여러 번 그려보았습니다.

● 쪼꼬만 장면들 01 ー무지개

매일 출근하는 곳에서 한낮이면 두둥실 떠오르는 무지개입니다. 평일 한낮에 쉽게 건져 올릴 수 있는 무지개, 비가 오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무지개, 하늘이 아닌 땅에서 건져 올린 무지개. 점심시간 즈음이면 나타나는 이 빛깔은 매일 보는데도 어찌나 기꺼운지요. 빛을 반사하는 어딘가에 해가 닿아 만들어지는 무지개일 터인데, 출처를 굳이 알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젖힌 적은 없습니다. 캔디벨트(위니비니에 가면 꼭 고르는 젤리)처럼 생긴 무지개는 계단 모양을 따라 꺾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떴네?” 하고 무지개를 피해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닥 볼 시간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다닌다면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지요. 바쁘다고 점심시간에 산책하지 않는다면 만날 수 없는 장면이겠지요. 매일 나타나지만, 고작 서너 시간 머물 뿐이니까요. 

● 쪼꼬만 장면들 02 ー시장

늘 시장 가까이 살아와서 시장이 특별한 줄 몰랐습니다. 언제나, 이왕이면 시장으로 다니는 것이 좋았습니다. 조심조심 가격을 물으면 화끈하게 소리치는 상인이 있고, 호떡이 구워질 동안 멋쩍게 기다리고 있으면 들어와서 난로 좀 쬐라는 다정이 있는 곳이지요. 마주 보는 떡집 주인들은 경쟁이 치열해서 서로 덤을 더 준다고 달콤한 떡으로 유혹하곤 합니다. 종국엔 구입한 떡보다 더 많은 덤을 얻기도 하지요. 시장엔 어디에나 두둑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모두 사라진 불 꺼진 시장에 가 본 적이 있나요? 10시가 지나 불이 모두 꺼진 시장을 걸을 때에야 비로소 눈에 띄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장 틈새에서 살고 있는 자그마한 고양이, 그리고 그를 위해 놓아둔 밥그릇과 물그릇이지요. 애교가 많은 고양이 한 마리가 동네 시장에 사는데, 그 녀석은 멀리서도 사람이 온다는 걸 알아보고 미야오, 미야오, 소리를 보내곤 합니다. "어디 있니?" 하고 물어도 나타나지 않고 미야오, 미야오, 하다가 까꿍 하듯 나타나서는 다리에 얼굴을 비빕니다. 그가 허락한다면, 어느 날엔 우리 시장 (어째서인지 추르는 안 먹는) 고양이를 소개해 드릴게요.
● 쪼꼬만 소식

뉴스레터 구독자를 모집할 때 '쪼꼬미 서신'과 '작디작은 서신'으로 제목 투표를 부쳤지요.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작디작은 서신이 앞서는 것 같았는데요. 결괏값은 쪼꼬미 서신의 승리랍니다.

● 쪼꼬만 예고

 저는 보통 바닥이나 벽을 보고 걷습니다. 여러분은 어디를 보고 걷나요? 바쁘면 하지 않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바닥이나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지요. 바깥에서 오랜 시간 버텨온 것들이 품어낸 이야기, 남겨진 그것들을 길어 올린 적이 있는지요. 이 서신에는 그동안 기록해온 쪼꼬만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편지를 보냈다는 건 제가 얼마간 여유를 찾았다는 의미일 테고, 바닥과 벽을 볼 시간 정도는 지켜냈단 뜻이겠지요. 어느 날 엄마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네가 한 건 다 좋아. 네 시간을 전부 밖에 투자하진 마. 곁에 있는 사람도 좀 챙기고.” 사람 챙기기라면 가장 자신 있는 일 중 하나인데 이런 이야기를 들어버리다니.

쪼꼬만 서신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보낼 것 같습니다. 첫 서신을 위해 그간 모아온 귀여운 것들을 쉽게 꺼내놓지 않았습니다. 수고롭게 메일 주소를 적어 보내주신 분들에게 가장 먼저 보내고 싶어서요. “그런 건 너나 좋아하지.” 같은 이야기를 엄마에게  듣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런 걸 함께 좋아해 보면 좋겠습니다.

쪼꼬만 서신은 여유를 위해 시작했습니다. 혹시 당신도 이 서신을 한 자 한 자 읽을 시간을 겨우 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제 작디작은 이야기가 쪼꼬만 여유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며, 저부터 느슨하게 살아보려 합니다. 뜻대로 되겠지요? 뜻대로 될 테지요.
● 쪼꼬만 질문 [ 오늘 뭐 먹었어요? ]
화려하고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소곤소곤한 속삭임이 좋습니다. 모두의 작디작은 이야기가 궁금해 매번 '오늘의 질문'을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 Question1. 오늘 뭐 먹었어요? ] 첫 번째 질문은 식사인데요. 아침에 읽고 있다면 '오늘 뭐 먹을 거예요?'로 바꾸어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좋고요. 어제 꾼 꿈, 마음에 남은 후회, 반짝거리는 마음, 2023년 목표, 하소연과 고민, 쪼꼬만 서신에 관한 이야기, 뭐든 남겨 보세요. 기록하고 나면 분명히 나아지는 것이 있으니까요.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실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그러이 봐주시고 덜 뾰족하게 지적해 주세요.
stibee

이 메일은 스티비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