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 3분기 실적 2.위기의 명품 커머스
 2023.11.15 23-045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쿠팡, '계획된 적자' 시즌2 시작하나요?
  02 명품 커머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03 뉴스 TOP5 - '대기업이 성공시킨 최초의 스트릿 브랜드'

   

쿠팡, '계획된 적자' 시즌2 시작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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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그러나 급락한 주가

쿠팡의 3분기 실적은 역시나 역대급이었습니다. 분기 기준 처음으로 8조 원대 매출을 올리며 신기록을 세운 건 물론이고, 5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13% 증가했습니다. 그러자 언론에서도 쿠팡의 실적을 두고, '불황 속 나 홀로 질주'라 표현하며 칭찬하기 바빴는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매매에서 쿠팡의 주가는 무려 7% 넘게 하락하고 맙니다. 직전 분기 1억 달러, 약 2천억 원 정도 되던 영업이익 규모가 40%나 감소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급락의 주원인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쿠팡의 이익 증가 추세가 멈춘 것은, 신사업 부문의 적자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조정 EBITDA 기준으로 신사업 부문의 손실은 전년 대비해서 무려 2.6배나 커졌는데요. 작년 초부터 확실히 쿠팡은 긴축 모드에 돌입한 상태였습니다. 성장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우선 손익 분기점을 맞추고, 흑자 전환 이후에는 이익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해 왔는데요. 이번 실적이 보여주듯이, 올해 중순부터 쿠팡은 다시금 '계획된 적자'를 외치던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감한 경영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즌1과 달라진 점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 재개에 나선 쿠팡, 다만 이전과는 크게 3가지 지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 기반 하에 투자를 확대 중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이전의 쿠팡은 적자 구조였기 때문에, 온전히 투자 금액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의 투자 환경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면, 쿠팡의 봄날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쿠팡은 지속 가능한 투자가 가능하고요.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은 물론, 이익률은 아직 낮더라도 워낙 매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 모드를 앞으로도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 일각에선 AWS(Amazon Web Services)와 같은 확실한 수익원이 없는 게 쿠팡의 약점이라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아마존과 달리 본업인 커머스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투자 가능한 동력을 확보한 것에 이어, 보다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었다면, 이제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트래픽과 물류 인프라를 깔고 있기에, 이를 활용하면 보다 적은 자본을 투하하고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번 실적 발표 때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던 쿠팡이츠의 로켓와우 회원 대상 10% 할인 프로모션만 해도 그러한데요. 2021년만 하더라도, 대대적인 '무조건 무료 배송'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할인 비용은 물론이고, 이를 알리기 위해 비를 기용하여 TV CF를 촬영하는 등 막대한 채널 비용도 지불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외부 광고 없이도, 무료인 인앱 알림만 활용하더라도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티빙을 위협하며, 국내 토종 OTT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걸로 화제가 된 쿠팡 플레이 역시 비슷한 사례인데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한 쿠팡 본진이 있었기에, 최소화된 마케팅 비용 지출로도 현재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경쟁자가 긴축 모드에 돌입했다는 점도 큰 차이점입니다. 특히 이는 쿠팡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일단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만 해도, 성장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신세계 그룹 역시 당장의 실적 부진 반등이 최우선 과제라,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나 홀로 투자 모드로 돌아선 쿠팡이 얻는 효과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멈출 때 혼자 달리면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쿠팡과 삼성의 평행 이론

이와 같은 쿠팡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거머쥐게 만들었던 삼성의 결단이 떠오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가격이 폭락하는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는데요. 그때마다 삼성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도, 역으로 투자를 선택한 결단을 통해, 시장 내 압도적인 초격차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쿠팡 역시 현재가 위기인 동시에 좋은 기회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과거만큼의 압도적인 투자까진 아니더라도, 긴축을 하는 경쟁자와 달리 주가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택한 과감함을 보면, 왜 쿠팡이 유통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다만 여전히 미지수인 건, 국내와 달리 이제 시작 단계인 대만 사업인데요. 과연 국내의 교훈을 바탕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쿠팡이 거둘 성공의 크기를 결정짓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품 커머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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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살이 시작한 명품 커머스

최근 들어 국내 주요 명품 커머스 서비스들이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트렌비는 11번가에, 캐치패션은 G마켓에, 그리고 머스트잇은 CJ온스타일에 매장을 차렸는데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명품 커머스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곧 이들이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일종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례들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명품 커머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뜻합니다. 우선 엔데믹 이후, 명품 수요가 해외여행 및 면세점 등로 분산되었고요. 여기에 더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전체 소비 자체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은 악화되는데,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추가 자금 수혈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끝내 극복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

이와 같은 명품 커머스의 위기는 실제 지표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혁신의숲과 모바일인덱스 Insight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3대 명품 커머스 서비스 모두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거래액과 트래픽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장 자체가 위축된 데다가, 오히려 경쟁은 심화되었고요. 투자가 끊긴 이들은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일이긴 했습니다. 작년 이들 3사는 모두 추가 투자를 어렵게나마 확보하긴 했지만, 명품 수요 둔화는 그때부터 시작되고 있었고요. 그 이전에 쌓아왔던 성장 역시 적자를 토대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명품 시장 자체가, 공급자인 럭셔리 브랜드가 압도적인 협상력을 가지고 있고, 수요자인 고객들은 가격 비교를 통해 언제든지 이탈할 준비가 되어있는, 플랫폼 입장에선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곳이라서요. 이렇게 적자를 감수하며 플랫폼을 키워봤자, 쿠폰을 주지 않으면 고객은 바로 떠나고 맙니다. 상품 공급 업체야, 오픈마켓 등의 다른 판매 채널 대안이 있으니, 플랫폼의 고통을 분담할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고요.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이들의 하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운영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걸까요? 올해 초 비록 월간이나마 흑자 전환에 성공한 트렌비의 경우, 중고 명품 시장을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리셀의 경우, 정품 보증이 가장 중요한데, 트렌비가 기술 기반으로 감정 효율화에 성공하면서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컸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운영 역량 측면에서 무언가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명품 커머스도 구조적인 한계를 이겨내고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로, 가구 물류 역량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한 하우저 사례가 떠오르는데요. 가구 커머스 시장 역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최저가가 아닌 이상 고객을 붙잡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지만, 하우저는 고객이 불편해하던 가구 배송 문제를 해결하여 시장 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아예 플랫폼이 아닌 일종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즉 기업 대상 솔루션 업체로 포지션을 잡기도 했는데요. 그 덕에 지금은 쿠팡, 네이버, 이마트를 모두 고객사로 둘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명품 커머스 역시, 아예 종합 커머스 플랫폼에 제휴 형태로 입점한 이상, 이제는 보다 과감한 사업 모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품 검수 등 여전히 고객이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영속하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본질에 집중하고, 신뢰를 줘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유나영 VMD 담당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어봤다는데요

핫플 성수의 운명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정산 시차를 알아야, 손익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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