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8일  (No. 669)
회의 때 타인의 말을 자르는 조직은?

직원이 조심스럽게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꺼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타깃 고객의 연령대를 조금 낮춰서..." 그 순간, 맞은편에 앉은 팀장이 훅 치고 들어옵니다. "아, 그거 작년에 해봤는데 반응 별로 없었어. 내 생각에는 말이지..." 직원은 입을 꾹 닫고 시선을 테이블 아래로 향합니다. 이후 직원은 1시간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죠. 여러분의 조직에서 자주 발견하는 장면 아닌가요?

조직문화는 화려한 문구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평범한 회의에서 누군가의 말이 중단되는지, 그 찰나의 순간에 숨어 있습니다. 어떤 조직의 문화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바로 '누가 누구의 말을 끊느냐'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벽에 '수평적 소통'이나 '다양성 존중'이라는 핵심가치를 걸어둔 기업이 많은데요, 매일 경험하는 소통과 상호작용에서 조직문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연구진이 직원들과 리더들의 대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나 소수 인종, 혹은 직급이 낮은 구성원들이 회의 중 훨씬 더 자주 말을 끊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발언을 끝맺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말에 묻혀버리는 것이죠.


이런 잦은 '말 끊김(Interruptions)'을 겪은 직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불합리함에 맞서 싸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입니다. 조용히 입을 닫아버리고 말죠. 발언 횟수를 줄이고, 스스로 본인의 아이디어를 검열하고, 토론 과정이야 어찌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의 전조 증상을 보입니다. 그러다 보면 혁신과 창의성은 요원한 꿈이 되고 맙니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개진'을 모토로 삼고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한다고 해도 창업자 그룹에 속한 소수의 임원들이 회의를 주도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회사에서 수평적 소통은 벽에 붙은 액자만큼의 가치도 없을 겁니다.

조직문화는 벽에 걸린 화려한 액자 속 글귀가 아니라, 회의실에서 각자가 차지하는 '대화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트렌디한 제도를 도입해도, 회의실에서 가장 직급이 낮고 취약한 구성원의 말이 안전하게 끝맺음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의 문화는 이미 병들고 있는 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할 때 누군가의 말이 중간에 끊기면 "방금 OO 님이 하던 이야기를 먼저 끝까지 들어볼까요?"라고 개입해 보세요. 여러분이 리더든 동료든 상관없습니다. 이 행동은 동료에게 튼튼한 '심리적 방패'를 쥐여주는 일입니다.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보호받을 때 사람들은 숨겨둔 최고의 아이디어를 꺼내놓는 법이니까요. (끝)


*참고문헌
Degbey, W., Laker, B., Zoogah, B., Singh, S. K., & Murtaza, G. (2026, June 3). Research: What Interruptions Reveal About Company Culture.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26/06/research-what-interruptions-reveal-about-company-culture


*주변 동료에게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을 추천해 주세요.*


[기업 교육 계획서]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플래닝
여러분의 조직에 방문해 내부 직원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시나리오 플래닝' 강의를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위의 버튼을 클릭하면 '교육계획서'를 다운 받으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유정식의 경영일기' 모두 읽기
지금까지 발행된 경영일기를 몰아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놓치신 글들을 모두 읽으실 수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구독하라고 많이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