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지 1년이 넘은 친구 J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박! 어떻게 만났는데? 만난 지는 얼마나 된 건데!?” 로맨스 덕후인 제가 그냥 지나칠리 없죠. 코치코치 캐물었습니다. 듣자 하니 사귄 지 얼마 안 되어 데이트도 세 번 정도밖에 안 했더라고요. 연애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으면 세상이 막 밝고고 웃음이 피실 피실 새어 나와야 정상인데. 어딘가 떨떠름해 보였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가만히 들어보았습니다. J가 설명하기를 그녀의 애인은 참 좋은 사람이래요. J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줄줄 알고,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고, 말도 잘 통하고요. J는 애인 칭찬을 주섬주섬 꺼내 한참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만큼 설레거나 연애하는 느낌이 안 든다는 거예요. 어쩐지, 그러니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던 거죠! 이유가 뭘까요? 왜 전에 했던 연애와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걸까요?

“외모가 너무 네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 거 아냐?”

“에이,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J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어요. 하지만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게 뭐 어때서요? J가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외모를 안 보는 게’ 미덕인 세상에 살고 있어서 생긴 불상사 같더라고요. 이런 말도 있잖아요. 얼굴이 밥 먹여주냐, 착한 게 최고다, 잘생기고 예쁜 애들은 얼굴값 한다…. 연예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봐도,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착한 사람’,  ‘예의 바른 사람’ 등 성격에 한정해 언급하는 게 대다수고요. 외모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발목이 예쁜 사람’, ‘손이 예쁜 사람’, ‘키 작은 여자' 정도? 적나라하게 외모를 본다고 언급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J도 비슷한 감정 아니었을까요? 외모가 썩 맘에 들지 않지만, 이렇게 괜찮은 사람을 외모 하나 때문에 밀어내는 것에 은근한 죄책감이 느껴졌던 거죠. 하지만 외모를 보는 게 정말 나쁜가요? 외모로 모든 걸 ‘평가’해버리는 외모지상주의는 비판하더라도, ‘사랑’하는데 외모를 어떻게 등한시할 수 있을까요. 하물며 필통 하나를 사도 예쁜 디자인의 필통에 더 눈이 가기 마련이잖아요. 실용성은 살짝 포기하고서라도 예쁜 필통을 더 사고 싶던데. 저만 그래요? 

일단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얼굴과 몸, 바로 외모입니다. 거기서 1차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격이 잘 맞는다고 한들 감정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겠어요? 그러니 성격이나 매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 다음 문제죠. 로맨스 영화를 볼 때, 주인공들이 첫눈에 반하는 뻔한 클리셰(=99.9% 외모에 기반한 사랑 이야기)에 우리는 전혀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심지어는 낭만적이라며 열광하잖아요? 현실에서 그렇다한들 부도덕하게 평가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연애를 시작할 때 외모를 보는 것에 죄책감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모를 많이 보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말고요. 외모도 그냥 성격, 매력, 인성과 같이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여러 요소를 골고루 보지 않고 ‘외모만' 보는 실수는 하지 말고, 각자 취향껏!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만나 연애합시다.

저도 키 크고 잘 생긴 사람 좋아해요.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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