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최근 재미있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 문화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건데요. 다수의 응답자는 클래식 음악 문화가 젊어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예컨대 긴 프로그램이나 잘 차려입어야 하는 드레스 코드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낸 겁니다. 애호가나 학생, 입문자 등 입장이 조금씩 다른 클래식 음악 내 다양한 수요자의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클래식 음악 관객이 젊은 편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해 따져볼 부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면 여기를 눌러 확인해 보세요.

Roni Granot, Neta B. Maimon

가사 없는 음악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여기에는 청자의 기대감을 역이용하는 음악의 구문론적 일탈부터 사회적 맥락에 기반한 의미론적 합의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하이든은 이 두 가지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작곡가 중 하나입니다. 그의 교향곡과 현악사중주는 예상치 못한 침묵이나 휴지, 반복, 조바꿈과 음악적 토픽을 이용해 듣는 이를 웃게 합니다. 물론 생각보다 단순한 방법으로 웃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로드리게즈와 동료들의 최신 연구는 음역대의 대비를 선택적으로 강화하거나 억제하면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 해당 패시지를 유머러스한 것으로 평가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용된 자극은 프랑스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피아노 작품이지만 논문을 읽고 나면 20세기 이후의 비전통적인 음악을 다른 방식으로 듣게 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세기 음악을 들으며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보입니다. 마침 논문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 한 번 믿고 읽어 보세요. ‘다르게 듣기’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Ivan Moody

정체성이란 어떤 개인 혹은 사회 집단을 알아보게 하는 특정한 성격이나 성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음악 정체성이니, 국가 정체성이니 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때로는 규정하기 어렵고, 유연하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요. 이번 Contemporary Music Review는 이러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룹니다. 구체적으로 20세기 초부터 국경, 국명, 정치 체계가 수시로 바뀌며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세르비아의 경우를 살핍니다. 군주국, 공화국에 가입했다가 독립한 바 있으며 여전히 국가적 변화를 겪고 있는 세르비아에서 국가 정체성이란 이슈는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러한 국가 변동성은 세르비아에서 생산된 문화를 비롯해 삶의 모든 측면에 깊숙이 영향을 줍니다. 국가의 위기는 예술음악 작곡가들에게도 자신을 음악적으로 정의하고 포지셔닝하여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이번 호에 실린 논문들은 음악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차하는지, 또 그 마주침과 중첩 안에서 어떤 유형의 음악 작품이 탄생하는지를 살핍니다. 특히 이 논문의 저자는 1950년대 이후 세르비아 작곡가들 사이에서 ‘비잔티움’이라는 주제가 음악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는 것에 주목하는데요. 이들이 국가보다 더 큰 범위의 비잔틴 문화를 정체성의 수단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안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요? 논문의 저자는 세르비아 예술 음악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비잔틴 주제를 사회, 문화적 맥락에 위치시켜 풀어냅니다.

Mike Cheng-Yu Lee

송세라, 신동진, 안소영

음악에서 ‘작곡’이란? 이미 존재하는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선율과 화성, 독창적인 스타일과 기법으로 새로운 음악 작품을 생산하는 창조적 작업을 일컫는 용어로 쓰입니다. 최근 들어 음악의 ‘창작’ 개념에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작곡가들의 작업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이를테면, 한스 첸더, 크리스티안 요스트, 제라드 페송, 요하네스 쇨호른 등의 작품이 그렇습니다. 기존의 레퍼토리를 편곡, 변주, 각색, 다시쓰기 하는 ‘해석’을 ‘작곡’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들이죠. 논문의 저자는 ‘작곡’과 ‘해석’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이러한 작업을 19세기 작곡가 리스트에게서 이미 발견합니다. 리스트 생전 당시의 구체적 일화와 비평을 바탕으로, 그가 직접 사용했던 용어들, 가령 베아르바이퉁(Bearbeitung), 어레인지먼트(arrangement), 트랜스크립션(transcription),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판타지(fantasy), 파르티씨옹(Partitions de Piano) 등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편곡 작품의 위상에 대하여 여러 음악학자들의 논의를 소개하는데, 평생 편곡 및 재작업에 헌신한 리스트의 예를 통해 ‘편곡’의 위상을 새로이 정립하고 그 의미를 확립합니다. 오페라와 교향곡을 넘나드는 장르를 피아노 작품으로 가져왔던 리스트의 편곡 작업에 관심 있다면, 바로 논문을 펼쳐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