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백(2026)

얼마 전 에디터리님과 함께 영화 <룩백>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에디터리님께

이걸로 SIDE A, B를 쓰자고 할 정도였습니다.

원작 만화도 읽었고 애니메이션도 봤지만, 저는 영화가 제일 좋았습니다.

이제까지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았고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스크린 위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사계절의 시골 풍경입니다.


한여름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들리는 뽀득뽀득 소리.

추운 겨울 해가 지기 직전에만 볼 수 있는 보랏빛 하늘.

여기에 아름다운 영화음악까지 더해지니 풍경 하나하나가 오래도록 눈에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한동안 제 눈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필터가 씌워져 있었죠. ㅋㅋㅋ


두 번째는 두 주인공의 우정을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갈림길 앞에 섭니다.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나의 마음과 그 아이의 마음이 꼭 같지는 않았던 거죠.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

함께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결국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

영화는 우정이라는 그 복잡한 감정의 파도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보다 42분이나 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보다 설렘이 앞섰습니다.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였으니까요.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까지.

좋아하는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는 기쁨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

콩트가 시작된다(2021)

<룩백>을 보고 나니 갑자기 일본 드라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제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콩트가 시작된다>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개그 콩트를 만드는 세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달려온 꿈의 끝에서 멈춰 서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 사람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인생은 분명 즐겁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아니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면 된다고 하지만,

사람인 이상 가끔은 주변 친구나 지인들을 보며 자신의 위치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 씁쓸한 날이 올 때면 맥주 한 잔하며 넘겨보기도 합니다만

한탄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러다 보면

제 자신이 점점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저는 이 드라마를 봅니다.


개그 콩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보는 내내 큭큭 웃게 됩니다.

그런데 한 편씩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목구멍 안쪽이 뜨거워지죠.


'이게 인생이다!'라고 거창하게 정리해주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무작정 위로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친한 동기가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별한 음식도, 대단한 위로의 말도 아니었지만 그 한 끼가 참 고마웠습니다.

저에게 <콩트가 시작된다>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를 본다고 인생이 갑자기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용기을 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출연진만 봐도 반가운 영화입니다.

저는 인류애가 조금 떨어지는 날이면 이 영화를 조용히 꺼내 봅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룹니다.

누군가 떠난 뒤에도 계속되는 삶,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이복 동생 스즈를

세 자매가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아버지는 떠났고, 어머니도 집을 나갔습니다.

세 자매에게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준 저마다의 상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낳은 딸 스즈를

자신의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원흉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가족이 되어갑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서로를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함께 밥을 먹고, 계절을 보내고,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동안

비로소 서로를 알아갑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세상이 여전히 복잡하고 사람에게 실망할 일도 많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꽤 괜찮은 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말이죠..


<룩백>의 그림 같은 우정

<콩트가 시작된다>의 큭큭 대며 웃을 수 있는 재미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따뜻한 가족애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유유히에서 바로 그 소설이 나옵니다


11월 중순 출간 예정인 유유히의 두 번째 소설!

효도 루리 작가의 『달력 없는 집』입니다.


특별히 유유히톡 독자분들께 표지를 가장 먼저 공개합니다.

달력 없는 집, 효도 루리

11월, 유유히톡 독자 여러분들을 '달력이 없는 집'으로 초대합니다!


『달력 없는 집』은 드라마 <마이 다이어리>로

제43회 무코다 구니코상을 수상한 각본가

효도 루리의 소설 데뷔작입니다.


이야기는 조금 독특한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미래의 일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현재를 살아야 한다.”

이것이 엄마의 인생 철학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자매는 어린 시절 달력이 없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엄마에게 거부감이 들던 언니는 일부러 집에서 독립해야 하는 지역으로 대학을 지원하고

그 뒤로 가족과 연을 끊고 살죠.


16년이 흐른 뒤, 자매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납니다.


엄마가 유품으로 남긴 편지 한 통과 달력 한 장.

앞으로 매달 도착할 달력에 적힌 일정들을

자매가 함께 해주었으면 한다는 엄마의 부탁이 적혀 있었습니다.


서로를 껄끄럽게 생각하던 두 사람은

엄마의 마지막 바람을 이루기 위해 1년 동안 함께하게 됩니다.


어떤가요?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무리 잘 맞는 사람끼리도 함께 지내다 보면 싸우는데,

아버지가 다른, 16년 동안 헤어져 있던 자매가 1년 동안 함께해야 한다니

대체 달력에 무슨 미션이 적혀 있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요?

저라면 원수라고 해도 함께 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참고로 이 소설을 저희만 재밌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바로 영화 <괴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강력 추천했습니다


추천사를 읽어보면 이렇습니다.


“싫어하던 사람과 여행을 갔다가 의외로 친해지기도 한다.

그 또한 인생이 건네는 작은 선물이란 걸 잊고 싶지 않다.

어른이 되어도 '첫 심부름'은 계속 된다.”


저는 마지막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어른이 되면 웬만한 일은 능숙하게 해낼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가족과 잘 지내는 일도,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도,

마음을 표현하는 일도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못되게 굴기도 하고요. (저만 그런가요? 😅)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마음을 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11월 중순, 유유히의 두 번째 소설 『달력 없는 집』이 찾아옵니다.

달력이 가리키는 곳에서 두 자매는 어떤 마음을 발견하게 될까요?


여러분과 이 이야기를 나눌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럼 이만.

JAJU 지압 슬리퍼


흐름출판 파도님의 추천으로 산 제품입니다.

파도님이 신어 보니 좋아서 주변 동료들에게

추천한다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바로 캡처했죠 ㅋㅋ


사회초년생 때 부장님 자리에 항상 있던 지압 슬리퍼를

제가 살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딱 봐도 너무 못생기고 늙크크 느낌 나는 그 슬리퍼를

막상 신어보니 좋더라구요(아 이래서 신으셨구나 ㅋㅋ)


느낌적 느낌이지만 혈액순환도 잘 되는 것 같고

발의 피로도 전보다 덜한 느낌입니다. 

조만간 캐릿 레터에서 요즘 MZ 직장인 유행템으로 올라올 것 같지 않나요?

<달력 없는 집> 인쇄 감리를 보고 왔습니다.
왼쪽이 에디터리, 오른쪽이 책 디자인을 맡아주신 강혜림 지표면 대표님이세요~!

장수대 황태해장국에서 뜨끈하게 점심을 먹고 인쇄소에서 감리를 보고 왔어요.
그런데...! 종이에서 지분(먼지)이 너무 나서 표지 인쇄를 더 진행할 수 없는 (!)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흑.

20년째 책을 만들고 있지만 제작은 늘 변수에 변수를 거듭한답니다.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신뢰하는 제작처에서 다른 종이로 재주문해서 다시 찍기로 했습니다)
어쩜, 우리 소설이 잘되려고...? 하는 작은 희망을 품으며 돌아왔지요. ㅎㅎ

예쁘게 잘 만들어지기를, 무탈히 여러분의 손에 닿기를 기다려봅니다.

<엄마만의 방> 대만 수출 확정!!
베트남, 중국에 이어 대만 판권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김그래 작가님의 귀엽고도 다정한 그림과,
엄마의 새로운 독립생활이라는 이야기가
가까운 나라들의 편집자 들에게도 가닿았구나, 싶어 기뻤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펼쳐보시길 바라요. :)
책 속 엄마의 씩씩한 용기가 우리의 일상에도 전해질 거예요. 

에디터리 토크한대요 (책이 안 나와서 '토크'만 ㅋㅋ) 

대전의 한쪽가게 책방지기 나경님의 소개글을 붙입니다. :)

책방을 열고 난 후,
책 곁에 있는 이들의 얼굴이 전보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작가의 곁에서 함께 읽고 고민하는 편집자의 얼굴도 그중 하나입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
작가와 마음을 주고받으며 한 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사람.
그 책이 독자에게 잘 닿을 수 있도록 오래 생각하는 사람.

한쪽가게가 아끼는 책 친구,
에디터리 이지은 편집자님이 올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2』로
100번째 책을 만들었습니다.

100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그 안에 담긴 한 사람의 오랜 마음과 시간을 한쪽가게에서도 함께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편집자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고 있나요.

이 질문을 품고 에디터리와 마주 앉아 「만드는 마음, 읽는 마음」을 나눕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그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축하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우리 반갑게 마주 앉아요.
이번 주 유유히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 답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열려요. 보다 쉽게, 서로의 피드백을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위트보이와 에디터리의 답장도 그 밑에 답글로 달아둘게요. 이번 주 답장도 잘 부탁드려요! 😉 

  
유유히
uuhee@uuheebooks.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