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레터지기 수월입니다.😊
작년 이른 봄, 제주에 있는 <안녕, 릴라>로 워케이션을 갔을 때 공간을 운영하는 세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인터뷰는 소울띵 21호에 실렸습니다). ‘마음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나만의 마음 돌봄 방식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드렸는데, 써니 공간 매니저님이 이렇게 답했어요. “전 죽음을 생각해요.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올바르지 않는 생활이라고 하면 끊어내고, 아니면 그냥 이어가요.” 인생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선택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도 죽음을 생각하며 선택을 해나간다는 삶의 방식에 뒤통수를 뎅- 하고 맞은 느낌이었어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에게 죽음이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죽음’을 다루는 책들이 점점 많아지고,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요즘이에요.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란 생각에 오늘 소울띵은 이 주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오늘 함께 나눌 글은 <나의 소울 일지>로 소피아 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살아 있음’에 죽음을 초대하는 이 글이 님의 마음에 어떤 의미로 와닿을지 궁금합니다.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을 때


우리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살아 있다'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사실 우리가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은 그다지 당연한 일도 아니고 흔한 일도 아니며 익숙해질 일은 더더욱 아니다. 무수히 많고 긴 3차원적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그 긴 직선 중 점 하나로도 표현이 안 될 짧은 부분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더 높은 차원에서 삶을 바라봐도 똑같다. 얼마나 짧은 부분인가?

흘러가는 이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산다. 너무나 뻔하고 익숙한, 지루하고 보통인, 어제와 똑같은 오늘.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 어느 시간대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그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유일무이한 현재의 순간이다. 기적과 축복, 특권이다.

죽음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늘 죽음과 가까이하고 있다. 죽음은 어떤 인종이든, 나이든, 성별이든 관계없이 동등하게 경험하는 진실이다. 우리는 그 죽음 이후에 절대로 다시는 이 삶과 똑같은 생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지루하고 익숙한 이 삶이 죽음 이후엔 절대로 다시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어떤 시간선 위에 위치하고 있는 이 짧디짧은 삶이 경이로워 보일 것이다.

당신은 지금 내쉬는 그 숨을 다시는 내쉬지 못한다. 당신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을 다시는 먹지 못한다. 당신은 지금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물질적인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존재하는 시간적인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순간은 순간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보내고 있는 순간들을 스스로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며,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다음에는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순간'을 살고 있다.

삶이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때.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익숙하고 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그저 이 광활한 세상 속에서 잠깐 일어난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삶'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재밌고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파란 하늘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때. 다양한 물건들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때. 삶 속에서 만나게 된 인연들이 사실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도 있었음을 깨닫게 될 때. 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가능성이 있었음을 깨닫게 될 때.

죽음을 앞둔 날,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봤을 때 어떠한 감정이 들 것 같은가? 우리는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유일한 순간들을 0.000000...1초마다 누리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고, 다시는 경험하지 못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영원히 헤어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우리는 모두 잠깐이다. 우리는 결국 잊힐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즐거움을 미뤄두고 있는가? 매 순간을 충실히 산다. 매 순간을 진실되게 산다. 매 순간을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산다. 삶을 소중히 여긴다. 100년 남짓한 삶이 절대 길고 지루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우리는 매 순간 처음과 마지막을 만난다. 당신이 지금 하는 행동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행동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당신의 들숨 다음 날숨이 이어질 거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살라”고 이야기하면, 가끔 자신의 욕망을 지금 당장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것도 그 사람의 자유겠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살라는 말의 요지는 그런 의미보다도 지금 존재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이야기이다. 당장 버킷리스트를 해결하러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이제까지 지내왔던 이 지루하고 뻔하고 당연한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당신은 흘러가는 구름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가? 하늘에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가? 이 모든 것이 이 행성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존재가 보면 판타지 세상과도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당신은 당연함에서 잠깐 벗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가치 있고, 귀한 것이 된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매 순간 진실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며, 그렇게 매 순간을 진실되게 살면 마음속에 쌓인 것이 없기 때문에 죽음조차 두렵지 않게 된다.

우리는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살아 있음'에 정말로 익숙해져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죽음’은 님에게 
어떤 느낌 혹은 이미지로 새겨져 있나요?

함께 읽고 싶은 죽음에 관한 책들📚

📕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류시화 역, 정신세계사)


‘죽음’에 관한 최고의 고전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저도 완독하진 못했어요. 죽기 전에는 꼭 읽겠노라 다짐하는 중입니다.😅 숨을 거둔 이의 영혼이 환생 전까지 49일 동안 머문다는 중간 상태 ‘바르도’. 영혼이 만나는 최초의 밝은 빛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 책에서 반복해 말하는 것은 ‘사후 세계에서 보게 되는 모든 빛과 신들의 세계는 내 마음이 투영된 환영’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결국 이 모든 것은 카르마가 지어낸 환영일 뿐, 실은 영혼을 영원한 자유로 이끄는 근원의 사랑임을 알려주죠. “죽음을 배우라. 그래야만 그대는 삶을 배울 것이다”라는 이 책의 가르침을 함께 천천히 배워보면 좋겠습니다.

📕 바람이 멈출 때
(샬로트 졸로토 글,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역, 풀빛)


이 그림책은 직접적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끝과 시작의 순환’을 이야기하지요. 낮 동안 신나게 놀고 난 뒤 잠자리에 든 아이는 왜 낮이 끝나야 하는지, 잘자라는 인사를 하러 온 엄마에게 질문합니다. 엄마는 “이 세상에 완전히 끝나는 건 없단다. 다른 곳에서 시작하거나 다른 모습으로 시작한단다”라고 말하며, 해와 달, 바람, 낙엽, 파도 등의 새로운 시작을 들려줍니다. 이 그림책에 담긴 시선으로 일상을 살아간다면, 끝(죽음)과 좀더 친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추천합니다.

※ 표지를 클릭하면 자세한 책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간 엿보기

BE HERE NOW

람 다스 지음 / 이균형 옮김 / 210*297mm / 400쪽 / 값 44,000원

전 세계 200만 부 이상 판매된 히피들의 바이블,
구도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LSD를 연구하던 하버드대 교수에서 
인도의 수행자가 되기까지
온 인생을 바쳐 진리를 구했던 한 사람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20세기 서양의 대표적인 영적 스승 가운데 한 사람인 람 다스의 대표작 《BE HERE NOW》가 드디어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래 준비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책이라 독자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출간 이후에 더 자세한 책 소개 이어가보기로 할게요! 
오늘은 전체 주제에 걸맞게 죽음을 다루는 한 대목을 소개하려고 해요. “의식적으로 살고, 의식적으로 죽으라!”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챕터에서 람 다스는 죽음을 연습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고, 다른 이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는 방법적 예시로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인 로라 헉슬리의 ‘심리적 죽음 체험’을 소개하고 있어요. 명상을 하기 전 읽으면 참 좋은 텍스트 같습니다. 님께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방 안의 불빛을 편안한 정도로 어둡게 하라.
침대나 소파 또는 마룻바닥에 누우라.
몸이 죽게 하라. 생명이 다했다고 상상하라. 말하거나 움직이지 말라.
죽었다고 상상하라. 몸은 움직이지 않고 생명이 없어서 쓸모없게 되었다. 몸은 폐기처분되었다. 장례식이 곧 열릴 것이다.

몸을 놓아 보내라.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닌 물건처럼 거기에 있게 놔두라. 완전히 혼자 버려진 채 사랑받지 못하는 이 기분을 끝까지 따라가라.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기분이 시키는 대로 울고 소리치고 저주하라. 자기 기분의 한계까지 가라. 실컷 울고 소리치고 저주한 후 텅 비고 기진했을 때, 멈추고 귀를 기울이라.

이것은 당신 최후의 잔치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라. 자신에 대해, 자신의 실수와 고통과 사랑과 갈망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라.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 폭발해도 된다. 비참해도 되고 불쌍해도 되고 하찮아도 되고 비열해도 된다. 당신의 장례식에서 당신은 자신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실패했던 짓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 비참한 사람을 바라보라. 사랑받은 적이 없는 사람을 향해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의도적이든 의도치 않았든 불의가 행해졌던 곳에서 의를 행할 기회다. 냉대와 외로움과 죽음밖에 맛보지 못한 사람에게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어줄 기회다.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게 하라. 그와 함께 당신의 괴로움도 흘러나오게 하라. 괴로움이 나오고 나면 당신의 눈물은 달고 부드러워질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생명 없는 몸의 손을 잡으라. 그 손을 잡고 존경과 사랑을 실어 입술에 갖다 대어 입 맞추라.
이제 부드럽게 당신의 살아 있는 몸속으로 돌아오라.

이 존경과 사랑의 느낌과 함께 당신의 살아 있는 몸속으로 돌아오고, 이 느낌이 당신의 내면에, 당신과 함께 남아 있게 하라. 그것이 한 올 한 올의 신경으로, 모든 근육으로, 모든 정맥과 동맥으로 퍼지게 하라. 이 존경과 사랑의 느낌이 당신의 내부에서 퍼져나가 온몸을 채우게 하라. 그리고 그것이 당신 주변으로 퍼져나가 당신 삶의 일부인 모든 물건과 동물과 사람들 속으로 퍼지게 하라. 이 존경과 사랑의 느낌이 생명 그 자체의 힘으로 당신의 내부를 순환하는 것을 느끼라. 그것이 당신의 피 속에, 숨 쉬는 공기 속에 있게 하라. 그것을 느끼라. ― 받아들이라. ― 주라.  

오늘의 영성 시

죽음의 날 관이 내게로 오거든


오늘의 영성 시는 페르시아 신비주의자이자 시인 루미의 《태양시집》(문학동네)에 수록된 <죽음의 날 관이 내게로 오거든>입니다.
어느 날 맞이할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며 읽으셔도 좋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은 분들에게도 위안이 될 시인 것 같습니다.

(사진: 고성 바우지움조각미술관에서)
죽음의 날 관이 내게로 오거든
나 이 세상을 그리워하리라 생각 마시오

나를 위해 통곡하며 울지 마시오
악마의 덫에 빠짐이 통곡할 일이라

내 죽은 몸을 보거든 이별이라 말하지 마시오
저세상과 통하여 만날 것이니

나를 무덤에 묻을 때 작별인사하지 마시오
무덤은 낙원으로 들어가는 장막이라오

하강을 보았으니 상승도 볼 것이오
해와 달이 지는 것은 상실은 아니잖소

그대는 지는 것을 보았으나 실은 솟음이었소
돌방 무덤이 감옥처럼 보이나 영혼은 비로소 해방되었소

씨를 땅에 묻으면 싹이 트고 자라나는데
사람의 씨앗도 땅에 묻으면 그러하지 않겠는가

물동이도 우물로 내려가면 물을 가득 채워 올라오는데,
요셉이 우물에 갇혔다고 왜 슬퍼하겠는가

이 세상에 입을 닫고 저세상을 향해 입을 여시오
그대의 외침이 그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우리라

답장을 나눠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명상을 하고 난 이후에는 더욱더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100퍼센트 진솔하고 진지한 사람이어서입니다. 소설 자체가 가지는 엄청난 흡인력과 서사구조가 주는 매력적인 전개, 없던 감성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문장들 모두 사랑하지만, 소설을 쓰는 하루키라는 한 인간이 가지는 진지함, 자신을 끝까지 파고들어 알아내고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그런 명상의 과정이 하루키에게는 달리기와 소설 쓰기였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도덕이나 당위가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의 욕구, 아주 사사로운 그 욕구에 대해서 굉장히 소중하게 다루는 그의 방식은 하루키가 세상의 기준을 넘어선 위대한 개인으로 완성된 근원적인 힘의 한 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체험을 내가 정의한 적 없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체험에 무의식적으로 때로는 너무나 큰 의도로 정의를 내리곤 합니다. 그런데 소설의 안과 밖에서 하루키는 그런 정의는 완전히 때려눕히고 삶의 모든 체험을 자신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이해하고 애정하고 정의해주어서 그 존재만으로도 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그런 힘을 줍니다. 위대한 개인. 제게 삶에서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게 있다면 바로 이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타인들에게 위대하거나 위대한 어떤 업적을 남겨서가 아니라, 나를 끝끝내 알아내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수용하게 되는 존재, 그게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_ 나무나무

[나의 소울 일지]는

님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가족, 친구, 연인, 일터에서 겪은 일 등 살아가면서 겪은 다양한 일을 통해 내면을 살피며 알게 된 크고 작은 깨달음 이야기,
마음공부를 하며 겪은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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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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