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오랜만에 소설을 소개합니다. 조해진 작가의 <우리 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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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해진, <우리 세희>
“보진 못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소속되지 않는 그 눈물은 죽음과 삶의 영토 사이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하여 내 뺨을 적셨다.”_<우리 세희> 中
한강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소설을 읽는 것이야말로 낯선 존재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나고 타인의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학의 쓸모를 묻는 분이 계시다면, 조해진 작가의 <우리 세희>를 권하고 싶습니다.
조해진 작가는 우리가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탈북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보이지 않는 존재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해왔습니다. 이번 신간 <우리 세희> 역시 작가의 이러한 장점이 잘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문체를 통해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나갑니다.
소설 <우리 세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연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서사는 화자 ‘연주’를 둘러싼 자이니치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자이니치의 삶을 폭력과 혐오로만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연결을 중심으로 그려나갑니다.
연주의 곁에는 그녀의 엄마인 ‘세희’와 ‘선생님’이 있습니다. 이 둘은 자이니치로, 학창 시절부터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왔습니다. 어느 날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를 취재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한 연주에게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연주의 시선을 따라 연주의 가족과 선생님의 과거, 현재를 교차하며 자이니치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드러냅니다. 연주와 가장 가까이 연결된 엄마와 선생님은 자이니치의 정체성을 알려주면서도 연주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연주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세상을 곁을 떠나기 전 들려 준 이야기와 기억을 토대로 연주는 “엄마에 관한 모든 조각들을 있는 힘껏 끌어안은” 채 살아갑니다. “엄마의 영혼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는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엄마의 존재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제이비 류의 작품 ‘소리의 마지막 여정’을 관람하며 전시실에서 선생님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고 선생님의 형이 겪은 고통을 감각하게 됩니다.
연주의 인터뷰이인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 제이비 류는 4·3 사건을 겪은 제주 출신 자이니치 류성철의 손자로 “작품을 통해 잊혀서는 안 되는 세상을, 혹은 지나간 시간을 경계인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연주와 제이비 류는 자이니치인 가족의 기억과 조각을 수집하고 기록한 경험에 대해 나누고 공명합니다. 남겨진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우리 세희>는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의 삶을 다시금 불러냅니다. 제목 속 ‘우리’는 한 사람의 존재를 함께 기억하려는 마음이 담긴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해진 작가는 자이니치 예술인으로 잘 알려진 ‘서경식 작가’, ‘김시종 시인’, ‘양영희 감독’을 모티브로 삼아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저마다의 삶을 작은 역사로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이니치의 삶을 조명하고 이들을 되살리기 위해 소설을 써 내려간 것입니다.
소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 역시 자이니치와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일에 함께하게 됩니다. 사라진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 대부분은 엄마처럼 먼 길을 떠났을 테지만, 그들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고스란히 내 몸 안에 새겨져 있었다. 숨을 멎는 날까지 내 피와 뼈에 저장된 그들의 이야기는 한 줌도 분실되지 않으리라”는 연주의 다짐은 독자에게도 가닿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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