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그간의 삶 가운데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나요? 아름다움이 가득했던 시간 혹은 찰나를 마지막으로 떠올려본 건 언제인가요? 하루에도 몇 번, 매해 연말, 최근에 문득이라고 하실 분도 있을 것이고,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분도 있겠지요.
‘아름’의 우리나라 어원을 찾아보니 온갖 상상이 가미된 뜻이 즐비했고, 그중 두 개의 가설이 눈에 띕니다.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만든 둘레’에서 온 ‘포옹하고 싶다’는 의미, 그리고 15세기의 ‘아람’이라는 명사가 ‘나(私)’를 의미했다는 것. 후자를 풀어 말하면 ‘나답다’가 곧 아름다움이라는 건데, 나만의 본래 모습을 찾는 것이 과정도, 그 끝에 이른 결과도 모두 ‘아름다움’이구나 하고 곱씹으니 아름다움이 품은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디딘 것 같습니다.
팩토리2는 2022년 12월 31일, 참으로 팩토리답게 친구들 안과 밖에서 둥글게 둥글게 함께 한 인터뷰이자 서신집 <팩토리 친구들>을 발간했고, 또한 20년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습니다. 어찌 보면 묵묵하게 자신의 삶과 일을 끌어안는 친구들과 팩토리의 서로를 향한 헌사의 자리였지요. 이번 레터는 책과 파티, 그날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출간.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

"도돌이표가 달린 돌림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지? (중략) 나는 그 돌림노래 안에 있는 희로애락을 덤덤히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중년이 되었고, 그러면서 네가 십 년여 동안 고민하던 것들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것 같아. 뒤따라가며 보는 네 그림자에 깃든 빛과 모습이 나는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갈등 없이 평화로운 것이 아름다움의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예쁜 앞모습 뒤의 너를 본다.” (안아라의 <팩토리와 부르는 사랑의 돌림노래> 중에서)
호기심 많은 예술가인가 싶으면 때론 논리적인 사색가로, 어떨 때는 열정적인 중재자이거나 사교적인 외교관의 면모도 보이며 유형을 넘나들고, 지난 20년간 ‘팩토리 아트 & 크라프트’(2002–2004), ‘갤러리 팩토리(Gallery Factory)’(2005–2017), ‘팩토리2’(2018–현재)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스무 살의 팩토리는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내일도 사람을 만나고 한자리에 모아 대화를 이어갈 참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삶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 예술이 선사하는 감각과 경험, 변치 않는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하여 나눈 나와 당신과 우리의 이야기를 말이지요.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은 팩토리2를 비롯해 전국 독립서점에서 오프라인으로,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팩토리2 인스타그램을 참조해주세요!
✉️ 파티. 팩토리 20주년 기념 연말 행사 & 출판기념회를 마치며
두 번의 챕터를 마치고, 세 번째 챕터를 열며
2003년부터 거의 매해 진행해오던 연말 파티와 옥션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을 하고, 2022년 12월 31일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진행한 팩토리 안팎의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고, 한해를 잘 살아온 우리를 서로 축하하고, 또 경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창작자의 예술작업을 즐거운 참여형 놀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는 행사로 구성되어 왔는데, 이번엔 더 특별히 팩토리의 20주년 기념 책인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의 출간파티도 겸하게 되었습니다.
그해 마지막 날에 시간을 내어 와주신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일인데, 꽃과 와인, 아기의 통통한 볼과 이런저런 먹거리, 그리고 손으로 정성껏 만든 그 무엇을 들고 와 되려 ‘20년간 팩토리를 지켜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 준 다정한 마음은 앞으로 살아가며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정말 깊고 넓게 감사합니다.
20년이 매우 긴 시간이지만, 돌아보면 두 번의 챕터를 지나온 것 정도의 기분입니다. 이제 막 세 번째 챕터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고 있달까요. 씩씩한 어린이 같던 사람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와 함께 인사를 전하고, 어린이는 청소년이 되어 오고, 강아지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사랑을 받으며 쏘다니다 바닥에 오줌도 싸고, 나의 귀여운 친구들은 남들 눈에는 어엿한 중년이 되어 나타나고. 오랜 친구, 새 친구, 어린이 친구, 다정한 이웃, 신생아 친구, 강아지 친구, 그 모든 시간과 종들이 겹쳐 제가 항상 그려온 ‘아름다움 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예술과 친구를 향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입니다. 그것 하나를 믿고, 크고 작은 내용을 만드는 창작집단이자 내용이 담기는 작고 깊은 그릇인 팩토리는 최고 멋쟁이 검은 토끼의 해인 2023에도 계속 앞으로 나가보겠습니다.
팩토리 디렉터 홍보라 (a.k.a. 보라보라) 드림.
✉️ 전시. FRONT MATTER
파주타이포그라피의 더배곳을 마친 이들의 전시가 팩토리2에서 오는 1월 20일까지 열립니다. 네 명의 창작자가 각기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써내려간 밀도 있는 전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전시 소개
‹FRONT MATTER›는 안혜지, 우주영, 이소연, 이혜원의 ‘2022 파티 더배곳 마친보람 청구전’이다. 네 명의 작업자는 2021년부터 시각물을 만드는 자신의 방법론을 구축하기 위해 암중모색해 왔다. 이 전시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실험의 해상도를 높여 어떤 물질로서 드러내는 자리다. 책의 도입부를 뜻하기도 하는 ‘FRONT MATTER’는 각 작업자가 건네는 머리말을 통해 앞으로 모험할 세계를 암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명  FRONT MATTER
작가  안혜지, 우주영, 이소연, 이혜원
일시  2023.1.11 수 – 1.20 금 11:00 – 19:00 (월요일 휴무)
장소  팩토리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파티 더배곳 SNS @pati.deobaegot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