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거나, 비효율적일수도 있지만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내리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늘은 무용한 것, 비효율적인 것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문장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따뜻한 비효율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 있어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너무 무심히, 모든 것에 효율을 들이 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심벌즈를 위해 한 시 간 넘게 준비하고 있고, 누군가는 단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무대를 움직이고 있고, 또 누군가는 0의 존재가능성을 밝히느라, 우주 탄생의 가설을 세우느라, 한 문장으로 우리를 구원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진다. 따뜻해진다.
어제쯤인가 누군가 캡처해둔 문장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주중에는 "효과"와 "우선순위"를 입에 달고살지만, 내심 효율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에 끌리기도 하니까요. 문장을 누가 소개해주셨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역시 김민철 작가님이네요.
얼마전에 김민철 작가님의 신간인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가 나왔습니다. 볕 좋은 책방에서 사두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습니다.
두 번째 문장
진짜로 하고싶었던 말
의미있는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고 무의미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해. 누굴 만났을때 돈 이야기하는것보다 우리 사는 얘기, 시시콜콜한 이야기, 어쩌면 쓸모없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싶어.
두번째 문장은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채널에서 가져왔습니다. 유튜버가 "돈에 대해 조금 여유가 있다면,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라고 한 말에서 저도 비슷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처음 문장은 카밀라 카베요의 Real Friends 라는 노래의 가사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문장
내게 감동을 주는것을 수집하는 과정
다른 이들에겐 쓸데없어 보일지라도 제게 감동을 주는 것들 을 잘 수집해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 믿거든요. 간혹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 떤다고 하지만 저는 이런 기록들이, 기록을 해가는 과정이 마냥 즐겁습니다.
-이승희, 기록의 쓸모
가끔 수집의 천재라면 이 사람이 떠오릅니다. 기록하고 수집하다 인스타그램에 영감노트까지 만들더니 책을 쓰신 분입니다. 이분이 컵 수집한 이야기는 23호에서 소개했기도 했죠.
[기록의 쓸모]는기록에 대해 다룬다면 소개하고 싶어 소개한 다른 문장들도 많은 책입니다. 같이 엮어 소개하고싶은 두 책을 완독하면, 다시 들고오겠습니다.
네 번째 문장
무용한 즐거움
또 다른 친구는 꽃이라고 했습니다. 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따금 꽃 시장을 가거나 꽃을 만지는 일이 무용한 즐거움이 되어준다고 했지요. 그러고 보니 친구의 작업실 책상에는 언제나 물기 어린 꽃들이 근사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지만 이것만큼은 나를 기분좋게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저 단락에서 "무용한 즐거움"이라는 말이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꽃을 배운 분들이 "꽃만지는 즐거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주시는데, 뭘 만드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그 마음이 궁금하긴 합니다.
책 자체는 제가 53호에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문장으로 소개한 적이 있지요.
발행인의 문장
땅파서 뉴스레터 씁니다
아니, 어딘가 비타민도 필요한 사람이 있진 않을까. 사서 먹을지 누가 줘야 얻어먹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고민은 회사 다니면서 머리 터지게 하고 있는데. 효율이 안 나는 일을 하면 안 되나, 일주일에 5일 이상을 효율을 위해 사는데.
(...)
그렇다면 일 열심히하는 얀 말고, 돈독 올라서 둥지 만들고 싶은 권소연 말고 언뜻 보긴 무용한 소얀을 조금 더 좋아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직장 열심히 다니며 딱히 도움 안 되는 글 쓰는 소얀을, 딱 주말 반나절만큼.
나는 왜 일년 반 가까이 뉴스레터 쓰나, 몇주간 권태기가 왔었습니다. 이번주 월요일쯤에 절정에 달했는데요, 주말에 이전에 써두다 만 글을 완성했습니다.
작가가 되고싶은 게 아닌 사람은 왜 글을 써야 할까요. 일단 제가 했던 생각은 "좋은 독자가 되고 싶어서"였는데요, 거기에 대한 고민을 조금 풀어두었습니다.
흔히들 사업을 하려면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한번쯤 먹어두면 좋은 비타민과 같은 뉴스레터가 아닌가 싶어 고민이 깊었는데, 거기에 대한 생각도 담아두었습니다.
독자 후기
이전호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후기를 남기고 싶으면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가장 마음을 터놓던 동료의 퇴사를 앞두고, 내 일과 회사에 대한 '누구와 왜' 가 흔들리고 있던 시점에서 이 글을 읽었어요. (...) 일을 일로써만, 동료를 동료로써만 대하지 못하니 '누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니 저도 흔들리더라구요. 그런데 오늘의 글을 보며 그런 저의 성격이 '흔쾌한' 단어로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약점이 장점일 수 있다는 힘을 얻어갑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 저는 끊임없이 사람들과 어려움을 나누고 의미를 찾아보려구요.
안녕하세요! 당연히 마음을 터놓은 동료가 떠나게 된다면 무척 슬펐을 거에요(작년 초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때 저는 동료 마중보내고 펑펑 울었습니다).  (...) 저는 독자님이 그렇게 흔쾌한 사람이 되셨기에,  누군가의 버거운 출근길을 버티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이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저희 팀에서 "동료가 복지다"라는 말을 정말 자주하거든요. 독자님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는 흔쾌한 사람으로 남아주세요.
다른 어떤 호보다 이번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네요. 나는 그런 동료였는지, 내 주변에 그런 동료가 있었는지 지나쳐 온 많은 조직을 돌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고마움을 느끼며, 오랜만에 그들에게 연락을 해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호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들께 연락은 잘 하셨는지요? 편지를 보낸 월요일에 바로 우연히 지금 직장 근처에 들른 동료를 만났는데 참 반갑더라구요. 다른 동료들의 얼굴도 생각나는데, 그분들께도 연락해봐야겠습니다. 
마감 후기
  • 오늘 주제와 다르게, 이번주에는 일하는 마음달까지 가자를 읽었습니다. 일에 대한 노력과 일확천금을 이야기하는 상반된 책이죠. 코인은 안 하지만, 달까지 가자는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결말 안 찾아보고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일하는 마음은 사내 독서모임에서 읽었는데, 다른분들의 소감을 함께 정리하는데로 보내겠습니다. 아마 한달 내로 보낼듯해요.
  • 오늘의 마감송은 트로이 시반의 you입니다. 해당 영상에 쓰인 영화는 언뜻 보면 청춘 로맨스같은데 마약 파는 영화(...)라고 하네요.  노래도 좋고 영상도 예뻐서 내내 들었습니다.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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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 PICKER
sentencepic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