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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과 음악 : 치킨 키친 탐험 
      • 일시: 아주 추웠던 1월의 어느날   
      • 장소: 영등포구 삼우치킨센타 & 마포구 치킨인더키친 
      • 탐험 난이도: 2.5/5.0 
             ➡ 치킨 냄새에 배가 고팠던 것만 빼면 순조로웠다.    
      •  획득 물품: 치킨 두 마리  
          대림동의 치킨 세트장

          "와서 다 찍어요. 봐도 못 따라해." 섭외 담당자가 전해준 대림동 삼우치킨센타 사장님의 호언이었다. 요기레터는 꼭 주방에 들어가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는다. 주방 공개는 생각보다 큰 결정이다. 그 과정에서 섭외가 끊길 때도 많다. 삼우치킨센타는 달랐다. 90년대풍 '' 정서가 있었다. "불친절하신 건 아니었고요, 그냥 되게 자신 있는 말투였어요." 기대와 불안을 반반치킨처럼 안고 현장에 갔다.

          도착한 현장은 치킨이 나오는 시대극 세트장 같았다. 튀김기는 철제 세면대처럼 생겼고 전기구이 기기 역시 어릴 때 그 기계였다. 기름의 흔적도 달랐다. 수없이 배었을 기름을 깨끗이 닦아온 은은한 광택이 있었다. 그 자체로 업력 50년의 증명이었다. 튀김기가 카운터 바로 옆 입구에 있다는 레이아웃도 옛날 느낌이었다. 그 카운터에서 마스크를 낀 남자가 우리를 맞았다. 삼우치킨센타 2대 대표 이정재 님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잘 해두셨죠." 이정재 대표는 전해 들은 대로 말이 빠르고 문장이 짧았다. 더 발라낼 게 없이 말하는 서울 남자 느낌. 군더더기 없이 전해준 말씀에 따르면 삼우치킨센타는 50년 전인 1973년에 문을 열었다. 대표님의 아버지인 초대 대표께서 닭을 푸짐하게 보이게 하려 닭 한 마리를 단 4조각으로 자르고, 1.5마리 분량인 6조각을 한 패키지로 준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 성공은 치킨보다 훨씬 푸짐했다. "한 달에 집 한 채씩 벌었으니까요."

          "우리는 이걸 추억의 맛이라고 불러요." 이정재 대표는 성공에 양념을 치지 않았다. "인테리어도 (옛날 방식의) 목재니까 화재 위험도 있고, 내부 구조도 꼬불꼬불하고, 신경 쓰이죠. 그래도 바꿀 수가 없어요. 손님들이 이걸 좋아하니까." 이렇게 들으면 그냥 허허롭게 하던 걸 계속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상을 지켜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치킨을 치킨이라 부르지 않던 때의 치킨

          삼우치킨센타의 전부가 훈련된 디테일이다. 모든 곳에 노하우가 있었다. 닭을 두 번 튀기는 이유. 늘 사용하는 기름과 그 기름을 쓰는 이유. 닭의 똑같은 부위를 가위로 자르는 이유. 튀김옷에 들어가는 비법 가루. 모두 이유가 있었다. 동시에 삼우치킨센타는 기업 수준의 품질관리가 지속되는 곳이었다. 그 한 예가 무우다. 삼우치킨센타는 무우 피클을 직접 담근다. 3층 냉장고 안에 성인도 들어갈 크기의 양동이 3개가 있다. 그 안에 무우가 가득하다.

          어떤 옷에 소요되는 자원의 양은 설계 단계에서 90%쯤 결정된다고 한다. 삼우치킨센타의 지금 역시 선대에서 내려온 비전의 결과였다. 보통 가게가 잘 되면 더 큰 새 매장에 가거나 헌 간판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삼우치킨센타는 그대로다. 또 하나의 선견지명은 튀김 기계다. 삼우치킨센타는 지금 나오지 않는 구형 압력 튀김기계를 쓴다. 선대께서 미리 4대를 사 두셨다고 하니 다행히 이 역사적인 치킨을 당분간은 더 맛볼 수 있다.

          맛은 어떨까. 치킨은 반죽의 종류와 튀김 횟수, 양념을 가하는 방법론에 따라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삼우치킨은 가루 반죽을 두 번 튀긴다. 가루를 살짝 묻혀 튀겨서 튀김옷이 얇고 바삭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얇은 튀김옷 사이로 별 장식 없이 염지 된 닭 맛이 느껴진다. 전국이 프랜차이즈로 덮이기 전, 우리가 튀긴 닭을 치킨이 아니라 통닭이라고 부르던 때의 맛이다. 이 맛은 추억이 아니다. 상당한 맛의 표준화가 갖춰진 음식이다. 어떤 일도 추억만으로 50년을 할 순 없다.

          "아직 무대 꿈을 꿔요." 이정재 사장님은 젊은 시절 가수였다. 삶의 몇 가지 변수 끝에 그는 아버지의 치킨집을 훌륭히 운영했고, 그러는 중 세상이 변해서 유튜브로 그때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삼우치킨센타에 옛날과 지금이 섞인다5개의 전화기가 놓인 카운터 옆에 요기요 단말기가 놓여 있다손님들은 그때 그 치킨을 먹으며 유튜브로 사장님의 노래 '산소같은 그대'를 본다. 사장님은 여전히 쿨하고 은근히 친절하다. 전기구이 포장을 해가는 지긋한 손님께 "추우니까 앉아 계세요."라고 말하고, 콜을 받고 온 기사님께 닭을 드리며 "안전 운전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왠지 계속 구경하고픈 치킨집의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홍대의 치킨 동화

          "표기식 님이랑 같이 촬영하신 적 있죠? 이름이 특이해서, 제 대학 선배인 것 같아서요." 치킨인더키친 이용훈 대표는 처음부터 친절하고 친근했다. 사진가 표기식이 촬영한 지난 요기레터를 봐 주신 듯했다. "저도 그 선배와 같은 과였어요. 졸업하지는 못했지만요." 옛날이 되어버린 일들을 전하는 이용훈 대표는 내내 여유로워 보였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으나 햇빛은 밝았던 오후에 치킨인더키친의 이야기를 들었다.

          치킨인더키친의 이야기는 양념이 많이 들어간 요리같았다. 이용훈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하던 중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자기 자신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는데 마침 그는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메뉴를 몇 개 개발하다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치킨으로 창업하기로 했다. 그때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 맛집 카페'에 자신의 메뉴 개발 과정과 창업 과정을 올리고, 홍대 앞 미술학원 골목 깊숙한 곳 지하 1층에 작은 가게를 차렸다.

          "재료를 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이용훈 대표는 레시피를 개발하며 도를 깨친 듯했다. 고기를 숙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를 써서 고기를 연화시키는 게 고기 요리의 한 방향이다. 이용훈 대표는 고기의 연화를 위해 온갖 재료를 써보다 깨달았다. 배나 키위는 소고기에 좋고 파인애플은 돼지고기를 부드럽게 해 좋으나 닭고기에 쓰기엔 너무 강했다. 좋다고 하는 게 다 좋은 게 아니고, 상황에 맞는 해법은 따로 있다. 이용훈은 다양한 시도 끝에 각종 채소와 허브를 넣어 특제 레시피를 완성했다

          결과는? 해피엔딩. 그가 겪은 모든 일이 성공의 복선이 되었다. 인터넷 카페에 과정을 올리자 회원들이 이 가게를 궁금해하며 찾아갔고 카페에 인증 글을 남겼다. 그 인증 글에 담긴 치킨의 정성을 보고 어느 TV 프로그램이 홍대까지 찾아왔다. 당시 시대를 풍미했던 착한 식당이었다. 디자이너를 꿈꾸던 남자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차린 치킨집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 후로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 싶은 성공이었다

          치킨계의 유니콘과 유니콘의 현실

          우리는 이용훈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치킨인더키친은 물반죽과 가루반죽을 함께 쓴다. 염지와 숙성을 끝낸 닭에 물반죽을 묻힌 후 가루 반죽을 한번 더 묻히면 튀김옷이 밀푀유처럼 붙는 크리스피 치킨이 된다. 이용훈은 주문 후 한 번 깊이 튀겨 치킨을 완성한다. 닭 튀기는 시간은 10년 전보다 조금 늘렸다. 웨지감자는 코비드-19가 부른 물류 대란 때문에 미니 해시브라운으로 바꿨다. 그래도 전국의 치킨집을 찾아다니고 집에서 치킨을 튀겨 가며 익힌 치킨 맛은 여전히 훌륭했다. 물반죽의 점도와 가루반죽의 경도, 염지의 염도와 적당히 밴 채소와 허브의 맛. 이 모두가 닭 한 조각에 스며들어 기분 좋게 씹하며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이용훈은 성공 후의 10년을 간략히 말해주었다. 장사를 사업 수준으로 확장시켰다. 치맥을 찾는 외국인 여행자의 소문을 타서 치킨인더키친이 홍대 필수 코스가 됐다. 가맹 사업도 진행, 캐나다까지 진출했다.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다. 어느 번화가에 낸 대형 매장은 큰 권리금을 손해보고 철수했다. 사업의 한 축이었던 외국인 여행자는 코비드-19와 함께 사라졌다. 홍대 치킨인더키친은 그간의 단골과 새로운 수입원인 배달 수익을 기틀삼아 이 시기를 견디는 중이다.

          어른이 되어야만 알게 되는 게 하나 있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의 일상 어딘가에 우리만 아는 모습으로 새겨진다. 오늘 사장님들도 그랬다. 이정재 사장님이 가수 지안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곡 이름을 적어둔 치킨집 벽에, 그 곡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에, 이용훈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자신의 명함에, 그의 대표 메뉴 이름에, 그들의 꿈이 암호처럼 남아 있다. 치킨인더키친의 양념치킨 메뉴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프라이드 치킨은 범프 오브 치킨, 이용훈이 좋아하던 밴드의 이름이다. 이들의 치킨은 자신의 젊음과 꿈이 담긴 삶의 기념비다. 그 기념비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적당히 짭짤하고 촉감은 부드럽다.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신동훈 @hoonshin
          다큐멘터리 스냅 사진에서 진가를 보이는 사진가.《매거진 B》, 《신세계 빌리브》 등과 각종 광고에서 그의 사진 특유의 에너지와 색감을 느낄 수 있다. 거친 환경일수록 좋은 결과물을 내는데 요즘은 거친 환경이 별로 없어 아쉬워하는 중이다.

          📍 수민의 '포엔띠우'

          주인공 - 뮤지션 수민 @suminboutu
          추천 장소 - 포엔띠우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수많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민그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 묻자남다른 쌀국수 사랑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저 쌀국수 제일 좋아해요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해서 집 안 냉장고에 늘 양지라임즙양파가 준비되어 있어요.” 최근 효창동으로 이사를 한 수민이 동네 맛집으로 발견한 쌀국수집은 바로 ‘포엔띠우이번 기사를 위해 수민이 주문한 메뉴는 ‘북부식 퍼보 ‘짜조’. “이 집 국물은 향신료 향이 덜한 편이라 보편적인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아요집에서 해먹을 때보다 훨씬 국물이 진해서 마음에 들어요양도 넉넉해서 좋고요.” 참고로 이날도 잔반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글+사진 에디터 주현욱 @hyeonuk_joo 
          문신이 많고 기름진 음식과 고중량 헬스를 즐긴다. 술은 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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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그것도 후라이드치킨 맛집. (corimori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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