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3 June 11, 2024
한 달 동안의 방학을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SPREAD by B(스프비)의 첫 뉴스레터입니다. 스프비가 개편을 결정하면서 <B> 멤버들과 가장 많이 나눴던 화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이야기란 무엇일까?"였습니다. 고민 끝에 스프비는 만나보고 싶은 이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지금의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브랜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해 줄 첫 번째 주인공으로 매거진 <B>의 조수용 발행인을 초대하게 됐습니다. 카카오 Kakao라는 큰 조직을 떠난 지도 어느덧 2년,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비미디어컴퍼니 B Media Company로 돌아와 이전보다 <B>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학창 시절 좋아했던 뮤지션부터 <B>를 만드는 데 감명을 줬던 잡지 등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인물과 브랜드에 대해 들려줬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던 내밀한 이야기는 <B>의 발행인이자 오랜 시간 브랜드를 다뤄온 그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열쇠가 됐어요. 여기에 13년 전 <B>를 창간했을 당시와 달리 변화한 시대의 지형을 바라보며 요즘 느끼는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생각도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인위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는 원래 없었거나, 있었다면 끝났다"는 단호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결국 브랜드의 성장과 변화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기인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는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놓치고 있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WHAT BRANDS INFLUENCED YOU THE MOST?
🎤
조수용 Suyong Joh
Publisher, B Media Company
노래하는 철학자 '신해철'
'기타를 치는 멋있는 가수인데,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 제가 신해철에 대해 느낀 첫인상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철학이라고 하면 소크라테스 같은 고대 철학자만 떠올랐거든요. 철학을 전공했지만 음악을 하고, 그가 쓴 가사에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철학적인 생각이 담겨 있어 좋아했죠. 특히 학교나 사회가 정해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살 수 있고, 그런 삶의 자세가 굉장히 멋있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그의 행보를 보며 저도 미술을 배우진 않았지만 얼마든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기도 했고요. 여러 면에서 많은 영향을 줬던 뮤지션이지만, 단순히 가수라고 표현하기보다 철학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 신해철
위트와 심플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스퍼 모리슨'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누군가의 결과물을 보고 '너무 갖고 싶다'든가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디자이너가 몇 명 있는데요. 안토니오 치테리오 Antonio Citterio와 후카사와 나오토 Naoto Fukasawa, 그리고 재스퍼 모리슨 Jasper Morrison이 그런 사람들이었죠. 그중에서도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은 그저 럭셔리하거나 미니멀하기보다 위트와 심플함의 경계를 살짝 넘나드는 느낌을 줘요. 대표적인 예로 그가 디자인한 헤이 Hay 시계가 있는데요. 보통의 시계처럼 숫자를 새기거나 격자로 시간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기울기를 살짝 트위스트해 시간을 보여줍니다. 정말 사소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걸로 그 시계를 남다르게 만든 거죠. 미니멀한데 심심하지만은 않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너무 좋아요. 이런 디자인이 가능한 것은 그가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 Timm Rautert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 '스티브 잡스'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 Steve Jobs를 이야기할 것 같은데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스피치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러 가기도 했어요. 아주 멀리서 본 거였지만 가슴이 울렁거리고 콘서트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한 인간으로서 잡스를 생각하면 그는 미국인이지만 동양적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느껴졌어요. "애플 Apple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이라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저의 20대에 절대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고, 인류 역사에서 '스티브 잡스의 애플' 시대를 통과하며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요.
© Albert Watson
의식 있는 소비와 패션의 공존 '프라이탁'
과거에 '리사이클링 recycling'이라는 단어는 소비지향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조명할 때 주로 등장했어요. 그러다 보니 '의식 있는 소비'와 '패셔너블하다'는 개념이 연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프라이탁 Freitag을 통해 두 가치가 같은 곳을 지향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심지어 제품 하나하나가 모두 한정판이어서 더욱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모순되는 두 가치가 충분히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검증한 거예요. 요즘은 나이키 Nike를 포함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소재를 재활용해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고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프라이탁은 처음부터 바로 그 경지에 도달했던 거죠. 의식 있는 소비와 비즈니스를 얼마든지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저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줬어요. 그래서 <B>의 첫 이슈로 프라이탁을 다뤘죠.
© Magazine B
카테고리를 넘어선 매거진 '<모노클>'
보통 잡지는 패션, 시사 등 각각 속해 있는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어요. 반면 <모노클 Monocle>은 그 틀을 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전쟁 소식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한 지역의 맛집 소개까지 나오는데 처음에는 '이렇게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다뤄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문도 아니고 한 권의 월간지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주는가 하면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굿즈를 만들기도 하니까 기존 미디어가 정해 놓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가성 콘텐츠도 적절히 기획해 비즈니스도 잘할 거 같았고요.(웃음) 그런 면이 저에게는 더 인상적이었어요. <모노클>이 던져준 화두는 굉장히 컸고, 그로부터 받은 감명들이 모여 <B>를 만들기에 이르렀죠.
© Magazine B
공간을 풀어내는 남다른 시선 '아만 도쿄'
아만 Aman 중에서도 도쿄 오테마치 타워 Otemachi Tower에 있는 아만 도쿄 Aman Tokyo에서의 경험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어요. 본래 아만이라는 브랜드는 리조트 같은 성격을 지녔는데, 아만 도쿄는 도심 속 빌딩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이 정체성을 훌륭히 구현했죠. 특히 대부분의 호텔이 TV가 놓일 자리를 먼저 정하고 침대 위치를 결정하는 반면, 아만 도쿄는 과감하게 침대에 누워서 창밖을 내다보는 배치를 택했더군요. 도심의 빌딩이 지닌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고안한 거예요. 집과 호텔에 대한 개념, 공간과 조경, 빌딩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 등 많은 부분에 영감을 줬던 사례로 아만 도쿄와 오테마치 타워를 꼽고 싶습니다.
© Aman Tokyo
카카오 재직 이후의 최신 근황부터 이 시대의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견해까지, 조수용 발행인과 나눈 인터뷰는 아래 영상에서 전체 내용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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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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