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의 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느리게 찾아옵니다. 뒤늦게 여린 잎사귀들과 노란 산수유, 진달래까지 차례대로 풍경이 물들어 가고요. 곰들이 먹고 있는 식단에도 다양한 색들이 봄 따라 속속 채워집니다.
지난 겨울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곰들이라, 갑작스레 음식물이 들어가면 속이 놀랄까 먹는 양을 천천히 늘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곰사료부터 조금만 먹여보고 곧잘 먹으면서 변 상태도 괜찮으면 당근, 고구마, 쥬키니, 양배추, 파프리카 등을 더합니다. 이 계절에만 줄 수 있는 새순과 꽃을 따서 곰들에게 선물하면 곰들은 꺾어다 준 나뭇가지와 꽃을 곧잘 먹고 휘휘 저으며 놀기도 합니다.
곰들의 일상도 점점 바쁘게 만드는 중입니다. 자느라 못 나갔던 곰숲에도 나가 놀다 오고, 겨우내 하지 못했던 훈련도 시작했습니다. 겨울잠 자는 동안 얼마나 체중이 빠졌는지도 쟀습니다. 그간 열심히 가르친 채혈하기나 리콜을 겨울잠 자면서 다 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아차차 기억해내는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이들의 기억은 생각보다 길게 가고 강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새 봄을 맞아 저희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날들을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