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 오늘은 '편다' 여섯 번째 다이어리를 보내드립니다. 담모음 구성원들이 한 달간 푹 쉬는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이젠 날이 제법 쌀쌀해졌어요.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비에 촉촉하게 젖은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이번 다이어리의 주제는 ‘가을과 독서’입니다. 짧아서 더 아름다운 이 가을! 담모음 구성원들은 과연 독서를 했을까요? 아니라면 어떤 일상을 보냈을까요? 오늘은 담모음 구성원들이 가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릴리  저는 며칠 전에 생애 첫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는데,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아직도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았더라구요. 가을에 절경이라는 청수사의 모습을 맘껏 즐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대신 독서라도 잘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책을 읽었답니다. 이번 여행 책은 소설가 서이제와 번역가 이지수가 함께 쓴 에세이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였는데요. 가을이나 여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영화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에세이였어요. 그러고 보니 저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보고 교토를 와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여러분도 여행지에서 책을 읽곤 하시나요? 완독에는 늘 실패하지만, 어떤 책은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월  다들 즐거운 가을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 가을을 정말 푹 쉬면서 보낸 것 같아요. 담모음이 잠시 쉬어갔던 이유(날이 좋아서!)에 걸맞는 생활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각자의 이유로 바빠서 잠시 멀어졌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뭉쳐 이야기도 나누고, 일상에서 벗어나 저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이렇게 사람 만나기 좋은 날씨 좋은 가을에도 불청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구리구리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 제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는 은행나무가 아주 많은데요, 은행을 밟지 않도록 신경 써서 걸어다니는 게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가 되었습니다. 교묘하게 나뭇잎 사이나 아래에 숨어 있는 은행까지 피하려면 한 걸음씩 신중하게 떼야 합니다. 혹여나 한 알이라도 밟는 날에는 그 냄새가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될 테니까요! 글을 쓰는 지금도 누군가 밟아서 터트린 은행 냄새가 코 끝에 선한 기분이네요. 그래도 가을에 이 냄새가 안 나면 섭섭할 것 같기도 합니다!
현  가을은 비문학을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죠.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기온 속에서 그동안 방치했던 두꺼운 책들을 꺼내 읽기 딱 좋은 때입니다! 평소 습관적으로 고르던 작가나 분야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최근에 평론집과 언어학 책을 보았는데요. 각각의 매력이 있어 언젠가 여러분께 소개할 날이 온다면 좋겠어요.
어느덧 무르익은 가을을 맞아 제가 또 빠져 있는 것은 도토리 찾기입니다. 회사 근처 산책로에 상수리나무가 많아 낙엽 사이를 걷다 보면 하나둘씩 도토리를 만날 수 있거든요. 토끼풀이 가득한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듯이 비슷비슷한 갈색 낙엽 틈에서 조그만 도토리 열매를 발견하는 일은 나름의 재미가 있답니다. 나뭇가지 사이에 숨겨둔 도토리들을 다람쥐가 잘 찾아갔기를 바라며 이번 주도 소소한 계절의 즐거움을 쌓아갑니다.
광덕배  가을에는 친한 사람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은 저와 친한 사람이 “내가 할 수 있을 때 네가 하고 싶다는 걸 다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준비한 여행입니다.
솔직히 여행 직전까지만 해도 꽤 피곤해서 일정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막상 일행의 차를 타고 떠나기 시작하자 마음이 엄청 들떴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이라, 여행 일정 중 하나인 철로 자전거를 많이 기대하고 갔는데요. 전부 전기 자전거로 바뀌어서 제가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더군요. 낭만 하나가 없어진 기분이지만 솔직히 몸은 엄청 편했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기분 좋을 정도로만 몸에 와닿는 바람과 스쳐가는 풍경, 그리고 곁에 있는 친밀한 사람들. 타는 내내 많이 행복했습니다.
요즘에는 철로 자전거말고도 수상 자전거에, 하늘 자전거에, 다양한 게 많이 있던데 다음에는 그런 것도 경험하고 싶습니다. 하늘 자전거는 좀 무서울 거 같긴 하지만요.
변해가는 계절의 변화를 친밀한 사람과 같이 겪을 수 있는 건 많이 행복하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프림  저는 이번 가을에 독서를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죄책감이 좀 느껴지네요. 책을 정리하고 모으기만 했어요. 이 또한 도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대신 저는 밖에서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친구들과 한강으로 가서 파랗고 높은 하늘을 구경하고, 떨어지는 송충이를 집어던지며 카스테라를 먹었어요. 미뤄왔던 아이스크림 멜론 소다와 후르츠 산도도 먹고 명동 성당도 보고 왔습니다. 성당을 보니 벌써부터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네요. 가을이 빨리 가지 않길 바라지만 크리스마스는 빨리 왔으면 하는 이 모순된 마음! 최근에는 비 온 다음 날 산책을 하는데 가을 냄새가 훅 끼쳐오더라고요. 선선한 바람과 비에 젖은 낙엽이 어찌나 좋던지. 날씨 덕분인지 마음에 여유도 살짝 생겼답니다.
밍기뉴  짙어가는 가을처럼 다채롭게 보낸 한 달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볕이 좋아 산책길을 늘리기도 하고, 잠들기 전 머리맡의 시집들을 뒤적거리기도 하면서요. 어느 친구는 청첩장을 건네 주기도, 어느 친구는 먼 타지살이를 시작하기도 하고. 웃고 울고, 보내고 남겨지고. 저도 제 주변도 그사이 많은 게 바뀌었어요.
괜스레 헛헛한 마음에 위안이 되어준 건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었는데요.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 시집은 꽤 집요한 데가 있어요. (상처와 고통에 관한 한은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뿌리부터 흔들려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온전히 그 흔들림으로 한 계절을 지나쳐 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덕분에 제 한 달은 이 시집에 기대며 걸어올 수 있었고요.
'물크러진 시간은 잼으로 만들면 된다. 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기억을 졸이면 얼마든 달콤해질 수 있다.'라는 시구를 오래오래 곱씹습니다. 언젠가 이 모든 것들도 다 달콤해질 수 있겠죠? 그러리라는 희망으로 내일을 또 준비합니다.
sti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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