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커플은 어떻게 집안일을 분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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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와 함께 발행합니다. 여성과 일, 그리고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고민을 담은 논문들을 달마다 키워드로 묶어 전해드려요.
폴리버리 레터는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 오전 8시에 발송됩니다. 월요일이 다섯 번 있는 달에는 세 번째, 다섯 번째 월요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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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동성커플 #입양 #가사 및 육아 분담

밖에서 돈 안 벌어오는 사람이 더 많이 집안일 하는 거겠지~
그럼 아이를 입양한 동성 커플의 경우는 어떨까?
남성적인 일 vs. 여성적인 일
비교적 공평하지만 동성커플도 이성커플과 비슷해
'공평한' 가사 분담이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어쩌면 소통?
앞으로의 방향

동성커플은 어떻게 집안일을 분배할까?

여러분의 가족은 어떻게 가사 분담을 하고 있나요? 남녀로 이루어진 가족에서의 가사분담율은 오랜 기간 꾸준히 연구되어 온 주제인데요, 많은 연구들이 맞벌이 부부라도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줬어요. 그런데 이것이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남녀 커플이 아닌 동성 커플들의 경우에는 더 평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할까요? 오늘 폴리버리 레터에서는 동성 커플의 가사분담에 대해 다룬 연구를 소개하려고 해요.

사진 출처: The New York Times, 2018.5.16. “How Same-Sex Couples Divide Chores, and What It Reveals About Modern Parenting.”

밖에서 돈 안 벌어오는 사람이 더 많이 집안일 하는 거겠지~

가사노동의 분담은 보통 시간이나 돈에 따라 이뤄진다고 보아왔어요. 즉, 직업의 특성에 따라 상대방보다 가사노동을 할 시간이 있는 사람, 혹은 상대방보다 돈을 덜 벌어오는 사람이 가사와 육아를 좀 더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남녀로 이뤄진 커플에서는 여성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 상관없이 여성이 가사, 육아까지 맡아서 한다는 연구(Bartley et al, 2005)도 있고, 여성의 수입이 남성보다 많은 경우에 오히려 여성이 더 많은 집안일을 한다는 연구(Bittman et al, 2003)도 있어요. 여성이 육아를 더 많이 하는 건, 아이를 임신하고, 젖을 먹이는 사람이 여성이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레즈비언 커플이어도 아이를 임신한 사람이 더 아이 양육에 많이 참여하고(Goldberg & Perry-Jenkins, 2007; Reimann, 1997), 육아휴직도 더 길게 사용할 수 있었대요(Goldberg, 2010).

💡 그럼 아이를 입양한 동성 커플의 경우는 어떨까?

이렇게 보니 동성 커플이 아이를 입양한다면 어떻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지 더 궁금하지요? 오늘 살펴볼 연구에서 저자들은 게이, 레즈비언, 이성애자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기 전과 후에 어떻게 집안일을 분담하고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조사했어요. 모두 아이를 입양한 경우만을 살펴봤으니, 혹시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아이를 임신함으로써 집안일을 더 할 가능성을 제외하고 비교할 수 있었을 거예요.

남성적인 일 vs. 여성적인 일

저자들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있어서 ‘여성적인 일’, ‘남성적인 일’을 구분해서 커플들이 어떻게 분담하는지를 살펴봤는데요, 여기서 ‘여성적인 일’은 전통적으로 이성애자 커플에서 여성이 많이 맡던 일들로, 더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더 반복적으로 자주 수행되어야 하는 일들이에요. 침구 정리, 청소, 설거지, 빨래, 음식 준비, 장보기, 생일 등 이벤트 준비 같은 것들요. ‘남성적인 일’은 쓰레기 버리기, 잔디깎기 등 집 외부에서 하는 일들, 자동차 정비 및 관리, 종합적인 수리 같은 일들이에요. 양육과 관련된 일들은 밥 먹이기, 씻기기, 옷 입히기, 기저귀 갈기, 울 때 달래주기, 재우기, 밤에 일어나서 돌봐주기, 가르쳐주기, 아이와 할 활동 계획하기, 놀아주기, 병원 데려가기, 아플 때 돌봐주기, 외출 시 데리고 나가기 등의 항목이 포함되었어요. 연구 참여자들은 본인이 0~20% 참여하는 일이고 거의 대부분 배우자가 하는 일이라고 할 때 1, 본인이 80~100% 가까이 하는 일이면 5점으로 1~5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어요.

동성 커플은 남녀로 분류되지 않으니, 커플 안에서 누가 더 기여했는지를 측정하고, 주되게 아이를 돌보는 사람, 주되게 여성적인 일을 하는 사람, 주되게 남성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나눴어요. 커플 중 어느 한 사람의 집안일 부담이 클수록 기울기가 커지게끔 통계적인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어요.

비교적 공평하지만 동성커플도 이성커플과 비슷해

💡 더 공평하게 집안일을 분배하는 동성 커플!

먼저, 이성애자 커플보다 동성 커플이 더 공평하게 집안일을 분배한다고 해요. 이성애자 커플과 비교하면 성별의 구분이 없으니 누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되는지에 대한 기대가 적어서 그럴 거예요. 아니면 동성 커플이 자신들의 집안일 분담을 이성애 커플보다 더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과장해서 보고했을 수도 있어요.

💡 돈을 덜 버는 사람 = 여성적인 집안일을 하는 사람

돈을 많이 벌어오는 사람이 여성적인 일을 덜 하는 경향이 동성 커플에서도 보여요. 레즈비언, 게이 커플에서도 유급 노동을 길게 하는 사람이 남성적인 집안일을 더 많이 해요. 두 사람 중 주되게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보다 수입이 적었고, 더 적은 시간 유급 노동을 하는 편이었어요. 주되게 여성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유급 노동 시간이 적고, 수입도 적은 편이었어요. 또한, 아이 양육은 공평한 편이라고 해도, 여성적인 집안일은 분배가 어려워요. 어떤 커플에서 한 사람이 더 많은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할 때, 그게 육아일 가능성은 적고 여성적인 집안일일 가능성이 높아요.

💡 여성적인 집안일을 하는 사람 = 아이를 주되게 돌보는 사람

여성적인 집안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이를 주되게 돌보는 사람이에요. 예외적으로 레즈비언 커플이면, 아이를 많이 돌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여성적인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아이를 많이 돌보는 사람이 여성적인 집안일도 많이 해요. 이는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일,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의 전통적인 구분을 동성커플도 따르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줘요. 이는 직장에서 한쪽에게만 더 길게 육아휴직을 준다던지 등 직장과 같은 가정 외 영역의 요인이 작동한 결과일 수 있어요.

'공평한' 가사 분담이란 무엇일까?

여기까지 읽으니, 동성 커플은 좀 더 공평하게 집안일을 분담할 줄 알았는데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나요? 그렇지만 만약 당사자들이 가사 분담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면 어떤가요? 공평한 분담이라고 할 수 있나요?

뉴욕타임즈에서는 동성 커플이 가사 분담 만족도가 높다는 내용의 기사를 낸 적이 있어요. 오늘은 이 기사를 소개하면서 레터를 마무리해볼게요. 기사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동성 커플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 집안일을 분배해서 큰 갈등 없이 만족한다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요. 한 사람은 빨래를 싫어하는데, 배우자가 빨래를 하고, 대신에 배우자가 못하는 요리는 자신이 하는 방식이었죠. 이 커플은 아이를 입양하고 나서는 한 사람이 휴직하고 1년동안 아이를 돌보기로 했어요.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커플로서 한 가족의 일을 꾸려나갈 수 있는 방식을 합의한 거였죠.

기사는 동성커플이 이성커플보다 "배우자와의 집안일 분담이 공평한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어쩌면 '공평한 집안일 분배'에 대한 현실과 이론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어요. 커플이 전통적인 성역할 분담에 따라 일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데에 전념하더라고 꼭 그게 공평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할 수 없고 사실은 본인들이 만족하는지 아닌지가 더 중요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소통?

뉴스 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분담하는 데에 있어 배우자와 충분히 소통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남자라서, 여자라서 자연히 일을 맡은 게 아니라, 대화를 거쳐 더 자발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어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각자가 합의해서 일을 맡는다면 만족도가 높을 거예요.

📌 앞으로의 방향

그렇지만 연구 결과에서 보여준 것처럼, 당사자들이 만족한다고 해도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여성적인 집안일을 많이 하는 이유, 수입이 적은 쪽이 여성적인 집안일을 더 많이 맡는 이유, 이 현상이 이성 커플 뿐만이 아니라 동성 커플에서도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더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오늘 소개한 연구에서는 동성 커플이 분담에 대해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는데요, 만족한다면 그 비결이 무엇이고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더불어 본인이 배우자보다 집안일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 것 같은지 물어보기보다, 실제로 그 일을 몇 분, 몇 시간 했는지 시간 사용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볼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한 미국의 사례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커플들이 일을 분담하는지 알아볼 수 있어요.

💎 참고 논문 💎

Goldberg, A. E., Smith, J. Z., & Perry‐Jenkins, M. (2012). The division of labor in lesbian, gay, and heterosexual new adoptive parents.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74(4), 81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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