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새 빌런'이 시사하는 것
 Season 6  vol 9. 💡2025.06.27. ~ 2025.07.04.

로맨티시스트 '여미새'와 빌런 '남미새'
공연장 지키는 런던 경찰
'딥페이크 처벌 강화' 추진하는 양형위원회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점점 습해지는 6월 말입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항상 우산을 챙기기로 해요.

저는 오늘 하루 플랫 레터의 에디터를 맡은 이아름 기자입니다. 플랫팀 고인물(?!)이지만 에디터로는 처음 인사드려요. 플랫의 메인 김서영 기자의 자리를 한주 뺏다니 영광입니다!

김서영 기자는 분주하게 [에프워드]와 [여자,선배,언니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시리즈 모두 2회 기사가 나가며 '플랫레터 시즌6'도 안정기에 접어든 듯 한데요. 서영기자는 앞으로도 소처럼 열심히 밭을 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반가운 소식도 있어요.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기획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레터 하단을 참조해 주세요. 🧡


이진송 작가의 칼럼입니다. 다들 '남미새'라는 단어는 아실 거예요. 최근 몇 년 사이 빌런 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남미새'는 꽤 구체적이고 세세합니다. 소위 '독기룩'을 즐겨 입는다거나, 학창 시절에 남자애들에게 후드를 빌려 입고 다녔을 것 같다거나, 심지어 '남미새 관상' 까지 등장합니다. 

여자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눈치 없이 남자친구 이야기만 하고, 반복적인 연애 상담으로 친구들의 기를 다 빨아먹고도 결국 다시 남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성에게만 한없이 관대해 '남자에 미친 새X'라는 말을 듣는 '남미새'

이진송 작가는 밉고 싫은 기피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공공의 적이 되고 낙인까지 찍히는 지경에 이른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왜 '남미새'의 자매품이라고 볼 수 있는 '여미새'보다 더 큰 공분을 사는 것일까요? 

칼럼은 가부장제 속 성별 권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해요. 남성의 성욕이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여자를 밝히고 '한 번 자보려는'수작을 부리는 '여미새'는 자연스러운 존재지만 남미새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미새는 남미새처럼 세세하게 유형화되거나 범위가 확장되지 않습니다.

여자에 미치거나 헌신적인 남자는 사랑꾼이나 로맨티시스트가 됩니다.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이 열풍을 일으켰던 이유도 아내와 딸에 미친 '헌신'적인 남자였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헌신하는 것은 세계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멋진 일로 그려집니다.

반면, 가부장제에서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강요됩니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건 의무이고, 미치지 않으면 이기적인 존재로 비쳤기에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를 가리키는 말은 '공처가'와 달리 (당연해서) 없습니다. 


이진송 작가는 남미새는 로맨스와 사적 관계를 둘러싸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지형도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성차별적이고, 여성에게 요구되는 행동 규범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탓에 '너무 여자라서' 타자화되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여성들은 남미새를 향한 감정이 여성 혐오적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같은 여성으로 묶이기 싫은 하위주체적인 측면’에 고통받습니다. "왜 여자가 남자에 미치는 것을 볼 때 같은 여자인 내가 어딘가 굴욕적인 맛을 느끼는가." 여러 번 곱씹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여성은 집에 걸어갈 때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든, 콘서트에서 즐길 때든 안전하다고 느낄 권리가 있다.”

영국 런던 경찰 당국이 여성 대상 범죄를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해 대형 콘서트장의 순찰을 강화했습니다. 콘서트 주관객이 14~30세 여성인 점을 고려해 콘서트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 촬영, 성추행 등을 단속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순찰은 지난 5일 열린 비욘세 콘서트부터 시작됐어요. 실제로 이 콘서트에서 남성 1명이 스토킹 및 협박 혐의로 체포되고, 또 다른 남성 1명이 불법 촬영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경찰 당국은 올여름 런던에서 열리는 51개 콘서트에 경찰력 5000명 이상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는 런던시가 추진하는 ‘여성과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VAWG) 해결’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해요. 

런던의 상황이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잇달아 벌어져 여성 안전 문제가 크게 불거졌습니다. 현직 남성 경찰이 범인인 사건도 있어서 런던 경찰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어요. 

그래도 문득 이 기사를 보며 조금은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최근 있었던 '아이돌 과잉 경호', '공항 내 과잉 경호' 등의 논란이 떠올랐거든요. 팬도 분명 '지켜져야 할 존재'인데 왜 그 사실은 잊고 있었던 걸까요.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쉽게 벌어질 수 있는데도요. 콘서트장이 단 한 명의 아티스트만을 지키는 공간이 아니라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이 두드러지며 국민적 관심이 커졌고, 양형기준이 낮다는 여러 기관의 요청 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양형위는 “법률 개정으로 허위 영상물 관련 범죄 법정형이 상향됐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이용 협박 등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기존 권고 형량 범위와 양형인자 등을 재검토하고 신설 규정에 대한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어요.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라는 문구 기억하시나요? 작년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참 많았습니다.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고요. 이런 기사들을 보면 '언제 바뀌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조금씩 변화의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번주 '플랫한 문화생활'도 이성현 인턴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기획이 책이 된 이야기와, 요즘 가장 '핫'한 김혜순 시인의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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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 : 저 요즘 독일사 공부하고 있어요.

🧝‍♀️ : 어디까지 보셨어요?

🧝‍♂️ : 방금 독일이 폴란드로 진군했어요

🧝‍♀️ : 어디지 진짜...


요즘 인터넷에 이런 밈이 돌더라고요. 저는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X 계정(@flat_niunamenos)에 교제폭력 기사를 아카이빙할 때 이런 기분이 들어요. “방금 남자가 여자를 죽였어요”라고 말해도, 도대체 어떤 사건인지 알기 어려운 거죠. 한국에서는 매일 최소 한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플랫팀은 2024년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기획을 통해 이미 일상이 돼 무뎌진 교제폭력 피해자들의 죽음과 그 이후에 관해 썼습니다. 유족과 피해자들 목소리를 통해 친밀한 사이에서 오는 폭력은 어떻게 우리에게 단순한 ‘사건 1’이 되었는지, 주변에서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이 범죄의 특성은 뭔지, 반복되는 폭력을 수사기관은 왜 막지 못했는지, 이들을 보호할 법은 어째서 없는지,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안겼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기록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제목은 <헤어지다 죽은 여자들>인데요! 플랫팀이 만난 교제폭력 피해자 유가족, 생존자, 조력자, 전문가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현재 알라딘에서 펀딩 진행 중이니, 입주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여자짐승아시아하기> , 김혜순


요즘 가장 ‘핫’한 시인을 꼽으라고 하면, 김혜순 시인 아닐까요? 지난달, 김 시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독일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어요. 제 주변엔 <날개 환상통>을 인생 시집으로 꼽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오늘은 김혜순 시인의 아시아 여행기 <여자짐승아시아하기>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결이 다릅니다. 지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시인의 철저한 내면 탐구가 중심을 이루거든요. ‘어디를 갔는지’보다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에 초점을 둔 기록이죠. 눈의 여자(설인), 쥐, 피 같은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제목부터 낯설고 흥미롭습니다. 시인은 “나는 여자하기를, 짐승하기를, 아시아하기를 한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 읽다 보니 ‘~하기’는 ‘경계 위에 머무는 행위’를 뜻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자하기’는 여성성을 부각하거나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와 여자가 아닌 것 사이를 부유하는 일입니다. ‘짐승하기’와 ‘아시아하기’도 마찬가지죠.


김혜순 시인은 여성과 비여성, 인간과 짐승, 중심과 주변 등 그 사이의 모든 경계를 흐리고, 부숴버립니다. 독자들은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경계는 누가 정했는지’, ‘왜 우리는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지’ 질문을 품게 돼요.


전개 방식도 독특해, 산문시나 신화를 읽는 기분이 들었어요. 김 시인의 다른 책도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습니다. 혹시 입주자님이 좋아하는 김혜순 시인의 작품이 있다면, ‘뉴스레터 의견 남기기’로 추천해 주세요!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레터도 좋고 다음 레터도 기대돼요 플랫 화이팅 💘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한 명 두 명 새롭게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발표될 때마다 '또 남자야...?'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어요. 역시 플랫 팀이 그 지점을 짚어주셨네요.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습니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성들이 여성의 자리를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그리고 대만 작가라고 하시니 천쓰홍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저는 한국어판이 나온 천쓰홍 작가의 두 작품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페이지가 훅훅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작가가 묘사한 책 속 세계에 나도 같이 젖어드는 느낌이 들어요. 퀴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세심한 심리 묘사와 담담한 문체가 매력적입니다. 혹시 아직 읽기 전이시라면 강추해요!

👤오늘 글에 있었던 요가 관련한 말씀 ““더 내려갈 수 있어? 오늘은 아니야?”하면서요. 그때는 외부의 기준보다 내 안의 리듬이 더 크게 들려요.”이 참 여운이 남네요. 각자 그런 운동이 있겠지만 저는 수영이 저를 매일 아침 마주하는 바로미터입니다. 오늘은 기운이 나는지,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관절과 살같을 확인하며 매일 아침을 새롭게 맞이할 수 있는 점검의 시간입니다. 입주자 분들이 모두 각자의 하루의 시작에 본인의 리듬을 확인하는 건강한 삶 누리시길 바랍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언급이 있었다면 더 풍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병에 대한 타자화나, 성폭력 2차 가해자들(노동자연대, 김민수 포토그래퍼 등)의 참여나, 동물교회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방조하는 듯한 행보라거나요.

👀 From.Flat

📣 많은 의견 감사합니다! 칭찬, 격려, 아쉬운 점 등등...! 입주자님이 주신 의견들은 항상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어요. 앞으로도 의견 많이많이 주세요~  

📣이번주 토요일(28일)에는 '스포츠가 있는 플랫'의 첫 수업으로 요가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플랫팀도 가빴던 호흡을 편히 다잡고, 굳어진 몸을 풀고 올게요! 저희가 너무 삐걱거려도 놀라지 말아주세요. 다음 레터에는 스포츠가 있는 플랫 후기도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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