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다카포 페이퍼에서 슈만이 소개된 적 있었는데요. 오늘은 로베르트 슈만이 아닌 클라라 비크 슈만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클라라는 슈만의 뮤즈이자 부인, 찐한 우정을 나눈 브람스의 친구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이름을 날리던 피아니스트였어요. 유명한 피아노 교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클라라는 9살에 데뷔를 하며 호평과 함께 음악계의 큰 기대를 받습니다. 이후 연주 여행을 다니며 스타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을 쌓아가던 중 아버지의 제자였던 슈만과 사랑에 빠지게 돼요. 하지만 둘의 결혼을 결사반대하던 아버지와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되고 투쟁 끝에 승소하게 돼 스물한 살에 결혼하게 됩니다. 슈만의 창작력은 결혼 후 절정에 이르게 되어 183곡이나 되는 가곡을 만들고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를 쓰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 클라라에게는 음악보다는 가정에 충실하며 자신을 내조하길 원했습니다. 클라라의 음악성을 높이 사고 그녀의 연주를 좋아하지만, 자신보다 유명한 아내를 견디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하네요(속닥속닥). 하지만 아내와 어머니 역할에 만족할 수 없었던 클라라는 첫 딸을 낳은 후 다시 연주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이후 피아니스트 외 작곡가, 편집자, 편곡자로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여성 최초로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의 교수로 임용되어 교육자로서 경력을 쌓게 돼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성악, 스코어 리딩, 지휘법, 이론 등 양질의 교육을 받은 클라라지만 남편의 음악이 모든 면에서 자신의 것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남성 중심적인 사회 통념에 따라 여성의 연주와 창작 활동에 큰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본인이 쓴 작품에 자신이 없었고 남편인 로베르트 슈만의 평가를 두려워했다고 하네요. 한 가지 예로 남편 슈만의 피아노 3중주를 자주 연주하지만, 본인의 3중주 곡은 거의 연주하지 않았다고 해요. 작품을 쓰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그 성취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하니 당시 그녀의 갈등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동료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파니 멘델스존은 그녀의 곡을 참 좋아했다고 해요. 

   그중 오늘 소개할 <음악 야회>는 그녀가 17살에 완성해 11월에 출판한 곡으로 6개의 소품을 묶어 놓은 성격적 소품입니다. 성격적 소품이란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자유로운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는 곡을 말하는데 클라라의 6개의 곡은 객실에서 연주되는 가벼운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각 작품은 제목에서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데 두 번째 곡 ‘노투르노(Notturno)’는 야상곡을 뜻하듯 쇼팽의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멜로디가 곡 전체에서 진행되는데 슈만과 사랑에 빠졌던 클라라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연상케 합니다. 

   글의 서두에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은 클라라와 인연이 깊다고 말씀드렸죠? 그녀의 인생에선 중요한 사건들 대부분이 9월에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태어난 것도 1819년 9월 13일, 사랑하는 슈만과 결혼한 것도 1840년 9월 12일, 청년 브람스와 처음으로 만난 것도 1853년 9월 30일이라고 해요. 클라라에게 9월은 변화가 일어나는 때라고 볼 수 있겠죠? 

   다카포리분들에게도 좋은 변화가 일어나는 9월이 되길 바라며 다음에 또 만나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 독일 100마르크 지폐에는 클라라 슈만의 초상화가 실려 있었어요. 그만큼 독일인들에게 클라라의 존재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겠죠?

   또한 클라라의 연주는 빈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빈의 레스토랑에선 클라라의 성을 따 ‘비크 토르테’라는 이름의 케이크를 판매할 정도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