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고 해가 길어지네. 뭔가 혼란스럽고 나른한 계절이 시작돼. 열병처럼 사랑에 빠지는 동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4계절이 있는 북반구 온대지방에 사는 동물의 숙명이지.

살아남기에 급급하던 겨울이 물러나기만 기다린 동물이 삶의 스위치를 켜는 시간이야.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다람쥐는 1분에 4번 뛰던 심장이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350번으로 늘어. 그야말로 약동하는 거지. 높은 산의 양지바른 계곡에 가면 이른 봄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

낙엽 깔린 갈색 숲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면 작은 키에 과도할 정도로 큰 꽃을 매단 변산바람꽃이나 노루귀를 볼 수 있지. 나뭇잎이 햇볕을 가리기 전에 가루받이를 해 결실을 맺으려는 거야. 큰산개구리는 벌써 알 무더기를 낳아 놓았다지? 그래 자연엔 벌써 사랑의 향연이 한창이야.

요즘 길냥이들이 짝짓기하느라 정신없더군. 어디 아픈 것 같기도 한 요상한 소리를 내잖아. 해가 길어지면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줄어들고 발정기가 시작돼. 북반구에서 절정은 2~4월이야. ‘아깽이 대란’이란 말 들어봤어? 길거리에 아기 고양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태인데 4~5월 벌어져. 고양이 임신 기간이 63일이니 요즘 짝짓기한 고양이의 아이들이 두 달 뒤 쏟아져 나오는 거지.

고양이 번식력은 놀라워. 1년에 2~4번 발정기를 맞는데 임신이 안 되면 2~3주 동안의 발정기를 무한 연장해. 젖을 먹이면서도 임신을 할 수 있어. 그러니 시민단체가 중성화 수술에 나서는 것 아니겠어? 근데 길냥이를 보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는 건 좀 오버하는 것 아냐? 길냥이처럼 밖에서 사는 것도 아니면서. 집 안에서 사는 개의 발정기에는 특별히 계절이 없다고 해. 원시 품종인 티벳의 마스티프는 늑대처럼 봄에 번식한다고 하더군.

야생동물이 봄에 번식하는 이유는 당연해. 먹이가 풍부하고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이지. 햇볕과 온도에 맞춰 식물이 새잎을 내미는 때에 맞춰 나비와 나방 애벌레 그리고 고라니의 새끼도 태어나지. 또 애벌레가 많아질 때쯤 박새 새끼도 알에서 깨어나. 복잡한 먹이그물이 촘촘하게 얽혀 있을 뿐 아니라 시간표까지도 어김없이 맞아 떨어져야 생태계가 돌아가.

중간에 한가지가 삐끗한다고 쳐 봐.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났는데 아직 여린 잎이 돋지 않았거나 너무 억세 먹지 못한다면. 또 애벌레가 이미 사라진 다음에 박새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재앙이지. 게다가 이런 타이밍을 미리 예견하고 준비해야 해.

‘까치 설’이란 말이 있지. 까치는 설 즈음인 1~2월부터 짝을 지어 둥지를 틀어. 둥지가 아주 크고 튼튼해서 미리 짓는 거야. 까치뿐 아니라 대부분의 새가 꽃이 피고 새잎이 돋아 곤충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3~4월에 알을 낳아야 태어난 새끼에게 애벌레를 배불리 먹일 수 있어. 그런데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의 이런 오랜 약속을 깨뜨릴 수 있어. 자연이 엉망이 될 수 있지.

그럼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에선 언제 번식하냐고? 물어볼 줄 알았어. 열대라고 늘 계절이 같은 건 아니고 건조할 때가 있고 비가 올 때가 있어. 기린, 코끼리, 영양 같은 열대 동물은 번식을 우기에 많이 해. 새 풀이 돋고 물이 많으니 젖 먹이기 좋겠지. 인도에서 한 재미난 연구결과인데 떠돌이개가 🌧️비올 때 주로 사랑을 나눈다는 거야. 왜냐하면 비가 올 때 습도가 높고 온도가 떨어져 암컷이 내는 성호르몬인 페로몬 신호가 강화된다고 해.

눈 비비고 일어나 투표 다녀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