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파카 전시 안내
@younalees  
The Calling Books Let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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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콜링 북스입니다.
며칠 사이 기온이 확연히 낮아지고,
가을 다음이 겨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심지어 한 백화점은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두었더라구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콜링 북스의 10월, 작은 전시는 
 김파카 작가와 함께 합니다. 
오늘 메일링은 전시를 앞두고 작가에게 던진 Q&A로 구성했습니다. 
🧚
브런치북 7회 대상 수상작인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카멜북스, 2020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샘터, 2021 
<청주에 다녀왔습니다_원도심 편, 외곽 편>,샘터, 2023
그리고 이번달 출간한 독립 출판물 <EARLY BIRD>, 2023 까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김파카 작가의 이야기, 
함께 읽고 공감해주세요!
💌
콜링 북스가 창작자에게 묻다
piece by piece*의 김파카(@kimpaca)작가
(piece by piece: 조금씩, 서서히)
  김파카 <Piece of mind>, 2023, 종이 위에 과슈 Gouache painting on paper, 12x17cm
  1. 파카 님의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파카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당연히 필명이고요.

파카의 파카에서 따왔어요. 생긴 것이 조금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었는데,

검색해도 잘 나오는 것 같고, 입에 착 감겨서 계속 쓰고 있는 귀여운 이름이에요.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해요. 똑같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면 말로 설득하는 것보단

이미지로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더 쉬운 유형의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사실 뭔가를 엄청 좋아하고, 꼭 하고 싶은 것이 또렷하게 있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20대에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보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미대를 갔지만 디자인을 선택했고, 그 이후에는

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있는 작업을 주로 했어요.

주어진 현실 앞에서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뭔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마다 제가 깨달은 건, 언제나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갑자기 확 바뀌는 건 없고, 그러니 꾸준히 시간을 쌓아가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이 가장 좋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날부터 매일 조금씩 그렸어요.

이번 작은 전시에도 그런 그림들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2. 파카 님이 그림을 전공한 분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현재의 일들을 해나가게 되었나요?

원래 제 전공은 공간디자인이에요.

디자이너로서 대기업 플래그십 스토어나 브랜드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공간으로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5년 동안 했어요. 열심히 돈을 벌었고요.

그러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 해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식물을 팔아보기를 또 5년 했고요.

근데 뭔가를 만들고 직접 파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때부터는 ‘다 해봐야지’가 아니라 내가 잘하는 걸 뾰족하게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일기도 많이 쓰고 관심 있는 주제(그때는 식물!) 하나로 글을 꾸준히 썼어요.

일주일에 한 편씩 1년간 글을 써서 올렸고,

그걸 다시 브런치에서 2차 퇴고 같은 걸 스스로 해보면서

책 한 권을 쓸 정도의 이야기를 모았어요.

그게 브런치북에서 대상을 받았고, 처음으로 책을 내게 되면서

책 낸 자의 삶도 살짝 경험해 보게 되었어요.

그 책에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그림으로 돈을 벌 때가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정받는 기분이라 가장 좋아요.

아주 어렸을 때는 정말로 그림 그려서 먹고 살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지금 그 길을 요리조리 찾아가면서 걷고 있는 과정에 있으니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3. 글과 그림을 경계 없이 이어가는 사람,

어떤 원동력과 창작의 기준? 또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조카랑(당시 9살) 영상통화로 야매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조카가 쓴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그림을 그릴 때면 신나고, 글을 쓸 땐 (어렵지만) 뿌듯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도 공감했고 너무나 명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둘의 매력은 완전히 다르고 작업하는 과정도 다른 것 같아요.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초안이 필요하다는 것.

글 쓸 땐 자기 검열 없이 마음속에 있던 말을 일단 끄집어내는게 좋고요.

그림 그릴 땐 잘 그리려는 욕심없이 일단 끄적여보는게 좋더라고요.

요즘엔 귀여운 작업노트를 하나 마련해서 거기에 일기를 쓰고 있어요.

완전히 개인적이고 절대로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 가득한 그런 내용들이요.

일단 그렇게 쓰다 보면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그리고 싶은 이야기도 생기는 것 같아요.

뭘 하고 싶은지 도통 모르겠을 때 들춰보면서 제가 쓴 글에서 힌트를 얻고 있어요.

  
  
  4. 독립 출판물로 <EARLY BIRD>를 작업했을 만큼,
'아침'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 같은데,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사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인데요,

언젠가 도전적으로 새벽 수영을 해보기로 결심했던 적이 있어요.

당연히 한 달 흐지부지하고 그만두고 싶을 것 같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재밌으니까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렵지 않고, 일찍 자고 싶고.

그동안 잠자느라 몰랐던 아침의 기운을 뒤늦게 알게 된 기분이랄까.

일찍 일어난 김에 아침에 그림을 한 장씩 그려서 인스타에 올려보자는 마음으로

‘아침 드로잉’을 올 초에 시작했어요.

눈 뜨면 작업실로 출근하기 바빴는데,

조그만 종이조각에 힘 빼고 낙서하듯 그리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이유 없이 바쁘기만 했던 마음도 가벼워지고

하루의 시작을 내가 좋아하는 걸로 시작했다는 것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요즘은 수영을 못하고 있는데, 늦게 시작한 아침도 아침이니까!

꼭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아침만 있는 건 아니다는 사실을 덧붙입니다.


5. 프리랜서, 작업실의 하루를 들려주세요.

같이 작업실 쓰는 친구가 가끔 그런 말을 해요.

“내가 파카라면 난 가끔 출근 안 할 거 같아”

월화수목금, 빼먹지 않고 거의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거든요.

일단 재밌으니까 계속하는 거 같아요. 재미없으면 절대 못해요.

거의 비슷한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요.

제가 있는 작업실은 6명이 함께 쓰는 공간인데 다양한 친구들이 있고,

하는 일도 다 달라서 재밌어요.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하는 게 잘 맞는 사람일 거라고 막연하게 상상했었는데,

생각보다 같이 모여서 각자의 일에 집중할 땐 집중하고,

가끔 수다 떨면서 고민도 털어내고요,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양의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때면 슬쩍 와서 봐주고, 질 좋은 피드백도 서로 나누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코로나 시절에 두려움 없이 작업실을 만든 건 진짜 잘한 일 중에 하나예요.


6. 혼자 일하는 사람으로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이 있다면?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기획한 건 무조건 옆에 있는 누구에게라도 얘기해 봐요.

나 혼자만의 느끼한 생각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작업하는 일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아도 이해시킬 수 있다면,

또는 뭔가 다른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건 해봐도 좋더라고요.

무조건 일단 물어보기. 그게 최고예요.

 7. 파카 님이 좋아하는 책, 드로잉과 그림 그리는 일에 대한 태도
삶에 도움 받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 나 요즘 슬럼프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정신 차리기 위해 이 책을 읽어요.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데이비드 베일즈, 테드 올랜드, 임경아 역, 루비박스)

슬럼프 같은 건 지금의 저 같은(이제 막 뭔가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의)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기 맨 위에서 아주 긴 경력을 쌓고

미묘한 차이의 감도를 논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한테 올 수 있는 게 슬럼프래요.

어쨌든 창작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고민과 위험들을

하나하나 토론해 가며 7년 동안 쓴 책이라 솔직한 내용이 많고,

읽고 나면 슬럼프 같은 단어는 입에 담지도 못하게 돼요.

좋은 고민 말고, 시간만 축내는 고민이 많아질 때마다 읽어요.

(전시 기간, 콜링 북스에도 챙겨두겠습니다!)


8. 이번 전시,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계시고,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처음으로 하는 전시거든요!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은 책방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아요.

아침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 기분이 전달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해부터 결심한 게 있었어요.

내가 먼저 좋아하는 작가에게 같이 뭐 해보자고 해야지, 라고요.

자기만의 초안을 만드는 모임 초안클럽에서 만난 림고 작가예요.

케이팝 작사가이고, 이번 초안클럽 모임에서 각자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저는 그동안 그림 아침드로잉을 모아서 그림모음집 <EARLY BIRD>를 만들었고요.

림고 작가는 여행에서 모은 설탕을 모은 것을 영감으로

달콤한 밤에 읽기 좋은 책 <SWEET DREAMS>를 만들었어요.

책에 일러스트도 들어갈 예정인지 물어보면서 제가 그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먼저 손들었어요.

같이 작업하기로 결정한 뒤에 여행에서 모은 귀여운 패키지들을 잔뜩 들고 작업실에서 와주셨는데,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신나게 그렸어요.

그렇게 작업해 본 게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자유롭게 해요. 맥락이 없어도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종의 해방감을 맛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했어요.


아침과 밤을 잘 보내면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고,

그 비법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고,

일상에서 발견한 기분 좋은 장면들을 마음속에 그려 넣을 수도 있고요.

림고님이 전해준 패키지중에 좋은 문장들이 하나씩 쓰여있는 티백이 있었어요.

“Peace of mind comes piece by piece”

거기에 쓰여 있던 문장에서 힌트를 얻었고 기분을 좋게 하는 조각들의 장면을 그렸어요.

이번 전시에서 각자만의 기분 좋아지는 조각들을 하나씩 발견하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 제목 <piece by piece>는

콜링 북스의 질문에 김파카 작가가 답하고 그 답변에서

이 단어를 골랐습니다. 

조금씩, 서서히 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 파카 작가의 첫 전시!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10월 27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립니다. 

독립출판물도, 전시 기간 중 판매하는 엽서도, 원화도 만나러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시 기념 아침 드로잉 워크숍 안내>
김파카 작가와
아침 드로잉 워크숍을 엽니다. 
<책 속의 한 문장을 수집하고,
아침을 기분 좋게 하는 작은 물건을
관찰하고 그리는 시간>

 - 만나서 인사나누고 

-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

책 속의 한 문장 수집하고, 기록해보고

- 그리고 싶은 구석의 장면들을 그리기

총 90분으로 구성했습니다. 

평소 닫혀있는 아침의 콜링 북스,

아침 다과와 함께 합니다!

(유료, 선착순 4명)

💘
<The Calling Books Letter> 는
매달 마지막 날 연재 글과 함께 서점 소식을 더해 보냅니다. 
중간중간, 서점 벽면의 작은 전시가 있을 때 
추가 메일을 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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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간 중 인스타그램 라이브도 합니다! 
10월 31일 화요일 저녁 20시! 
그림 그리며 글 쓰는 김파카 작가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메일로든, 서점 DM으로든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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