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아멜리에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화요일 뉴스레터 "금요선빵"은 잘 받으셨나요? 그동안 먹었던 빵의 폭신함과 향긋한 냄새를 떠올리다 보니 글을 쓰면서 자꾸만 군침이 돌았습니다. 오븐에서 갓 나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빵, 결을 따라 부드럽게 뜯어지는 부푼 빵, 그리고 목을 적시는 커피나 우유 한 모금. 정말이지,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그리하여 이번 주는 빵과 디저트에 대한 영화를 골랐습니다. 디저트 하면 또 프랑스 아니겠어요? 달콤한 디저트로 가득한 프랑스 영화 세 편입니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2012)
님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동네빵집 중 어디를 더 선호하시나요? 어느 지점을 방문하든 일정 수준의 빵맛을 보장하고 시즌별로 기획 상품을 부지런히 생산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저는 빵집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동네 빵집을 좀 더 좋아합니다. 문장을 쓰고 보니 문득 이상하네요. 둘 다 빵을 파는 곳인데 "프랜차이즈"에는 "베이커리"가 "동네"에는 "빵집"이라는 단어가 짝지어지는군요.

소개드리는 영화의 주인공 폴레트(베르나데트 라퐁)는 동네 빵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십 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말았어요. 그녀가 평생을 보낸 가게 자리는 일식당 "창과 쿤"이 되었습니다. 폴레트는 그 일식당이 눈엣가시 같아요. 동네를 동양인과 아랍인, 흑인이 몽땅 차지한 것도 못마땅하기 그지없습니다. 성당 고해성사실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폴레트를 비추던 카메라가 슬그머니 신부님 쪽으로 움직이는데 아뿔싸, 신부님이 흑인이네요. 불안하게 흔들리는 신부님의 눈동자를 보세요.

이 심술궂은 할머니를 어쩌면 좋을까요! 하나 있는 딸은 흑인과 결혼해 사이가 소원하고, 덩달아 손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 노후 연금은 생활을 꾸려가는데 팍팍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녀에게 수상한 물건 하나가 도착하기 전까지는요. 낄낄 거리며 웃다가도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에 가슴이 쿡쿡 쑤시고 마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완벽했던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감독 : 제롬 엔리코
러닝타임 : 1시간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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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3)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라는 표현 기법이 있습니다. 인물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끊김 없이 이어나가며 서술하는 방식이에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이 방식으로 쓰인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둘 모두 무척 유명하지만 막상 읽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꼽히는 소설로도 양대산맥을 이루지요. 저도 두 작품 모두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모티브를 따왔어요. 영화의 원제가 『아틸라 마르셸(Attila Marcel)』인 것에서도 알 수 있죠. 소설 속 화자인 '나'가 홍차와 마들렌을 먹고 잊고 지냈던 옛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이 아주 유명한데 영화는 이 설정을 그대로 차용합니다. 주인공 폴(귀욤 고익스)이 마담 프루스트(앤 르 니)의 비밀 정원에서 그녀가 만든 마들렌은 먹고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으로요.

영화에는 마담 프루스트의 마들렌 말고도 여러 가지 디저트가 등장합니다. 폴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마다 줄을 세워두고 먹는 슈게트, 공원 벤치에 앉아 봉지 채로 먹는 바게트, 폴의 이모들이 좋아하는 브랜디에 담근 체리 절임. 저는 영화에 나온 슈게트가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감독답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화면 구성과 프랑크 몽발레의 재기 발랄한 음악이 이야기를 한껏 달달하게 만듭니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폴레트를 맡았던 배우 베르나데르 라퐁이 여기에도 출연하네요.

감독 : 실뱅 쇼매
러닝타임 : 1시간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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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2001) 
굉장히 오랜만에 『아멜리에』를 다시 보았습니다. 십 년이 넘었는데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고 처음 보는 영화처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 스타일 머리를 하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상큼한 미소로 포스터를 가득 채운 저 여성의 이름은 "아멜리에(오드리 토투)". 우리의 주인공이죠. 개봉 2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으로 공개한 버전에서는 이름을 "아멜리"로 번역했습니다.

아멜리가 좋아하는 건 혼자 영화 보기, 물수제비 뜨기, 크렘 브륄레의 캐러멜을 티스푼으로 깨뜨리기입니다. 포스터의 저 표정 그대로 오른손으로 티스푼을 들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한데 그 티스푼으로 먹는 음식이 크림 브륄레였다는 건 이번에 알았어요. 예전에 이 영화를 볼 땐 크림 브륄레가 무엇인지 몰라서 그랬나 봅니다. 

아멜리가 몽마르트 카페에서 일하는 덕에 영화를 보는 내내 파리 구석구석을 함께 누빌 수 있습니다. 아코디언과 실로폰 소리로 가득한 얀 티에르상(Yann Tiersan)의 음악은 영화에 동화적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요. "아멜리 플랑의 멋진 운명(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이라는 제목처럼 그녀는 멋진 운명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감독 : 장-피에르 주네
러닝타임 : 2시간 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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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프랑스 향토 과자
- 김다은, 더테이블

요리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어렸을 땐 그냥 사진이 많아서 좋아했던 것 같은데 커서도 계속 좋아하고 있어요.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담긴 음식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프랑스 향토 과자』는 책 표지를 보자마자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화과인지 무언지 모를 과일이 통으로 올라간 파이가 투박한 자태를 뽐내며 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거든요. (책을 받고 레시피를 보니 파이 위에 올라간 과일은 무화과가 아니라 서양 배였어요.) 제목에 충실하게 프랑스 전역의 향토 과자와 만드는 방법이 설명합니다. 그래픽에 힘을 주지 않아 구성이 정갈하면서도 레시피를 알아보기 쉽게 소개해서 무척 실용적입니다.

저는 지난 선거일에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과자인 '쿠뉴'를 구웠어요. 거실 창으로 들어온 봄 햇살 아래에서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걸 한참 지켜보다 나른하게 졸고 말았습니다. 
오븐에서 빵 굽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노라면 행복의 냄새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저트처럼 달콤한 주말 보내세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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