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동네빵집 중 어디를 더 선호하시나요? 어느 지점을 방문하든 일정 수준의 빵맛을 보장하고 시즌별로 기획 상품을 부지런히 생산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저는 빵집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동네 빵집을 좀 더 좋아합니다. 문장을 쓰고 보니 문득 이상하네요. 둘 다 빵을 파는 곳인데 "프랜차이즈"에는 "베이커리"가 "동네"에는 "빵집"이라는 단어가 짝지어지는군요.
소개드리는 영화의 주인공 폴레트(베르나데트 라퐁)는 동네 빵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십 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가게를 정리하고 말았어요. 그녀가 평생을 보낸 가게 자리는 일식당 "창과 쿤"이 되었습니다. 폴레트는 그 일식당이 눈엣가시 같아요. 동네를 동양인과 아랍인, 흑인이 몽땅 차지한 것도 못마땅하기 그지없습니다. 성당 고해성사실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폴레트를 비추던 카메라가 슬그머니 신부님 쪽으로 움직이는데 아뿔싸, 신부님이 흑인이네요. 불안하게 흔들리는 신부님의 눈동자를 보세요.
이 심술궂은 할머니를 어쩌면 좋을까요! 하나 있는 딸은 흑인과 결혼해 사이가 소원하고, 덩달아 손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 노후 연금은 생활을 꾸려가는데 팍팍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그녀에게 수상한 물건 하나가 도착하기 전까지는요. 낄낄 거리며 웃다가도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에 가슴이 쿡쿡 쑤시고 마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완벽했던 코미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