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빛, 좋은 공기>(감독 임흥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59 〈좋은 빛, 좋은 공기〉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그래서일까요. 오늘의 인디즈 큐, 유독 길지만😅 문화계 월.클들 이야기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관심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첵첵! 부탁드려요😘 5월 19일 오늘의 큐 💡 Q. 지구만한 샌드위치 만드는 법? 🥪 님, 혹시 지구만한 샌드위치 만드는 법 알고 계세요? 무슨 기네스북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요. 사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1. 빵을 준비한다. 2. 지구를 껴넣는다(?) ![]() 1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이런 재밌는 글이 올라왔어요. "저는 한국 군포에 살고 있습니다. 레딧을 통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사는 남자를 만났는데요. 오늘 우리는 지구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나에게는 오전 8시, 그에게는 오후 8시죠. 인터넷은 최고야♥"한국 군포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바닥에 빵을 살포시 내려놓으면? 짜잔. 지구가 들어간 샌드위치 완성이에요🌎 두 도시는 동그란 지구의 대척점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한국에서 거대한 바늘을 지구로 찔러 넣으면 우루과이로 나온다는 건데요💫 사실 아주 정확하게 대척점을 콕 찝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시차가 12시간 나는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한국의 반대편에 있는 국가예요. 그야말로 끝판왕 시차죠. 한국에 있다면 이 나라들과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시간도 정반대, 날씨도 정반대인 아르헨티나와 한국 사이에는 마치 거울처럼 비슷한 역사가 존재해요. 1980년 5월, 광주에선 군부에 의해 수많은 시민들이 학살당합니다.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군사정권 하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광주에는 죽은 자식을 위해 정의를 바로 잡으려는 '오월어머니집'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사라진 자식의 진실을 파헤치는 '오월광장 어머니회'가 있죠. '빛고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광주(光州), '좋은 공기'라는 이름을 가진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국가 권력에 의해 스러진 수많은 영혼들, 그리고 이 땅에 남아 그들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이들의 기억을 과거의 '사실'로 묶어두지 않고 현재의 '움직임'으로 엮어냅니다.🌱 국가권력, 그 거대한 힘에 가려져야만 한 사람들을 새롭게 조명해 온 임흥순 감독. 제주도가 군사기지 건설로 떠들썩할 때 임흥순 감독은 4.3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았는데요. 2013년 작품인 <비념>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오늘 인디즈 큐엔 월드클래스 총출동!🌎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임흥순 감독,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한 인디토크 현장도 담아냈습니다. 여기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 배우까지?🤭 이번주 '윤여정, 아시안 웨이브&젠더'라는 주제로 <미나리> 특별 상영과 강연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이를 맞이해 인디즈가 직접 여성영화를 말해봅니다🎤 <미나리>와 <톰보이>, <벌새>를 아우르는 인디즈의 특별기사도 놓치지 말아주세요. 이 기사가 재밌다면 우리 함께 물보라를 일으켜보기!🐳 님, 우리에게 '오월'은 참 복잡한 감상을 주는 시간이에요. 지구 곳곳의 억압받는 역사가 다시금 푸르게 돋아나길 바라며! 우리 행복한 5월 보내보아요🌼 좋은 빛과 공기에 둘러싸인 우리는 〈좋은 빛, 좋은 공기〉 지구 반대편 나와 발을 맞대고 서 있을 누군가, 계절과 밤낮 모두 정반대인 그곳에서 맞이할 오월을 그려본다. 다큐멘터리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보이지 않는 건너편을 상상하는 것,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지금, 여기에 어떤 의미인지 질문한다. 1980년 5월 ‘좋은 빛’이라는 이름의 광주에선 7천여 명의 시민들이 죽고 다친다. 동시대 ‘좋은 공기’라는 이름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실종된다. 모두 국가권력이 저지른 폭력이다. 지구를 반으로 나눠 거울을 두고 서로를 비추기라도 하듯, 두 도시엔 닮은 아픔과 슬픔이 있다. 거울로써 영화는 두 도시 뿐만 아닌 과거, 현재, 미래까지 비추며 연결시킨다. 거리와 집, 일상의 곳곳에서 벌어진 폭력은 흑백 화면 위에 증언된다. 희생자의 옷차림과 이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발화되자, 지레 짐작해온 풍경은 디테일을 갖춘다. 광주의 인터뷰이가 머뭇거릴 때, 화면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넘어간다. 교차되는 컷을 보고 있으면 두 도시가 대화하는 것 같아 자연스럽다. 그렇게 시간과 언어의 간극을 매우는 증언들은 현재로 향한다. 개인의 정체성 파괴와 가정 파괴로 되풀이 되는 폭력은 지극히 현재진행형이다. 때문에 다음세대의 참여는 필연적이다. 증언은 흑백에서 그린 스크린 앞으로 넘어와 학생들의 몸짓으로 재현된다. 가상을 거울삼아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처럼 목소리는 움직임으로 입체화되어 지금, 여기로 전달된다. (....) 영화 속 화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무력하게 자식을 잃은 여성들은 투쟁한다. 오월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에서 사랑과 용기를, 우리가 가야할 길을 발견한다. 그 길목에서 자연은 단 한 번도 생명력을 잃은 적이 없다. 푸른 잎이 반짝이는 오월이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좋은 빛과 공기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생각한다. 소설가 황정은의 산문엔 이러한 문장이 있다. ‘누군가의 애쓰는 삶이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구한다.’ 영화의 엔딩에 등장하는 자막 #SaveMyanmar(미안먀 민주화운동을 응원하는 해시태그)는 이 문장에 대한 대답 같다. 우리는 애써야 한다. 멀지 않은 곳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하기 위해. 좋은 빛과 공기를 동일하게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디즈 16기 김지윤 작가, 임흥순의 또 다른 작품 구로공단의 여공, 탈북이주민, 여성독립운동가... 임흥순 감독은 언제나 주류의 역사가 기록하지 않는 인물들을 찾아가 그들의 서사를 새로이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희생으로만 비춰지는 여성들의 투쟁을 되살리는 이야기들이기도 해요. 전시로도, 영화로도 작품을 공개하는 작가 임흥순이 담아낸 제주의 현재, 그곳에 살아가는 4.3사건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 <비념>을 소개할게요. 아픔의 지층을 감각하고 귀 기울이다 〈비념〉 세찬 제주 바람에 흔들리는 감귤 나무, 그 아래 떨어진 감귤 하나. 철썩철썩 바위 치는 제주 파도. 지상에 우뚝 솟은 오름, 그 옆에 핀 이름 모를 노란 꽃.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천천히
흐른다. 보고 듣는 것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제주 풍경을 응시하며, 이제
감각하고 사유한다.
하얀 설원 위 발자국이 찍힌다. 그 궤적을 따라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제주와 제주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게 살아온 거지.”
이유 없는 죽음과 강요당한 침묵 속 지난한 세월이 흘렀다. 남겨진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 인간이 이렇게 살아가는 게 아니지요.”
어두운 밤 도로에 나타난 개구리 몇 마리. 뒤이어 등장하는 뱀. 자연 먹이사슬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하지만 사회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며 그 바탕에는 인간 존엄성이 놓여있다. 제주도, 세계 7대 자연 경관 선정! 제주도, 군사기지 건설! 이질적인 세상 소리 틈, 절규가 새어 나온다. 이미 관광지가 된, 그리고 곧 군사기지가 될 그곳은 과거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장소라고. 여전히
그들의 혼이 머무는 신성한 곳이라고.
“한국이 제일 사람 못 사는 데야.”
밭 한가운데 선 허수아비들은 십자형 틀에 매달린 형상 같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봉지는 혼이 잠시 다녀간 듯하다. 무장한 군인들로부터의 ‘탈출경로’는 산 속이고 바다 건너였다. 남겨진 사람들은 불길에 휩쓸려 불꽃 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그들을
비념하는 꽹과리 소리가 마치 총소리처럼 잔인하게 가슴에
박힌다. 기억은 언어화 하기 힘들다. 다만 느낄 수 있다. 할머니의 얼굴과 할아버지의 손, 세월의 흔적들이 패여 있다, 주름. 제주 구럼비 바위, 죽음의
흔적들이 새겨져 굳혀 있다, 발자국. 그렇게 시간의 지층은
공간에 농축되어 있다. 하얀 설원 위 다시 발자국이 찍힌다. 영혼을 가진 듯 거칠게 호흡하며
달린다. 제주의 소리와 제주의 바람을 들을 힘이 발자국 위 조용히 피어난다. 인디즈 16기 김정연 ![]() <비념> 감독 임흥순 제주시 애월읍 납읍에 살고 계신 강상희 할머니, 할머니의 남편 김봉수는 4•3으로 희생되었다. 해군기지 문제로 떠들썩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4•3의 원혼이 통곡한다’ 와 같은 수많은 현수막이 제주 4•3과 해군기지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카메라는 유령처럼 제주도 납읍리, 가시리, 강정마을, 일본 오사카 등을 돌며 그 흔적과 균열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다시 강상희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집 앞마당으로 돌아온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잠자리 밑에 녹슨 톱을 두고 살아온 할머니의 삶...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짊어진 제주도와 제주사람들의 삶에서 녹슨 톱은 언제쯤 치워질 수 있을까. *제주도는 악몽을 꿀 경우 잠자리 밑에 톱 같은 날카로운 쇠붙이를 두는 풍습이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작가 한강, 감독 임흥순, 평론가 이동진이 들려주는 예술의 시대 미학 🌊 한국 사회에 광주민주화운동을 새로이 불러온 작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읽어보셨나요? 사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임흥순 감독과 한강 작가의 협업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두 작가 모두 사회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국가권력에 외면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가, '전달자'로서 담아내고 있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교류로 탄생한 작품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담고 있는 이야기가 참 많은 작품이거든요📕 ![]() "『소년이 온다』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인데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DDT라는 살충제를 동물이 섭취하면 그 동물이 낳은 알에, 또 그 알을 먹은 사람에게 갈수록 남는 양이 점점 더 커진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비슷하게 생존자가 겪었던 고통이나 트라우마가 2, 3세로 갈수록 작아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디즈가 여성영화를 말하다 <벌새>, <톰보이>, 그리고 <미나리>. '인생영화'를 말할 때 한번쯤 떠오르는 영화들이지 않나요? <벌새>의 은희, <톰보이>의 미카엘, <미나리>의 데이빗(얘, 데이빗아👵)까지. 성장통을 겪고 다시 한 번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는데요. 하지만, 어쩐지 아픈 손가락들이 있어요. 수희, 리사, 그리고 앤. 주인공의 옆에서 쉬이 티내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못지 않은 열병을 겪었을 것 같은데요. 이현지 기자가 이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세 영화를 새로이 말합니다. 수희와 리사, 앤의 얼굴을 같이 떠올려보실래요?🧍♀️ 가려졌던 그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 〈벌새〉의 수희, 〈톰보이〉의 리사, 그리고 〈미나리〉의 앤 김보라 감독의<벌새>,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그리고 세간의 화제작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세 영화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서로 닮은 인물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도 모두 다를 것이다. 가령 <벌새>에선 영지 선생님과 은희의 연대를, <톰보이>에서는 로레의 또 다른 이름인 미카엘을, <미나리>에서는 할머니 순자와 손자 데이빗을 생각했을 수 있다. 이들은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방금 읽었던 소개글의 주인공은 아니다. 수희, 리사 그리고 앤. 위의 소개글은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세 명의 인물을 아우른다. 여름 즈음을 살고 있는 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체화하고 있다. 가부장제의 폭력성, 또래 집단의 원칙 혹은 의젓한 큰딸의 역할. 모두 비슷한 줄기로 얽힌 주제다.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여성이며 청소년이다. 그들은 여성 그리고 청소년임과 동시에 주인공이 아니라는 공통점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다. (...) 장녀로서 일찍이 어른이 되어버린 어떤 아이를 연상시키는 <미나리>의 앤. 위에 오빠를 둔 둘째 딸로서 살고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벌새>의 수희. 여자아이로서 무리와 어우러질 때 겪었던 이질감을 되새기게 하는 <톰보이>의 리사. 모두 저마다의 삶으로 관객이 영화에 동화되도록 한다. 비록 카메라가 비추지 않더라도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삶이 겹쳐 보인다. 담담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그들의 눈빛은 우리의 것과 닮았다. “영화에는 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어.” 이 문장이 성립할 수 있는 건 오래전부터 영화 속 세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인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이 아닌 이들의 시점으로 영화를 관람하면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가끔 이렇게 가려진 목소리가 생각난다. 영화가 재생되고 멈추는 찰나에도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처 비춰지지 않은 세상 속에서 굳건히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얼굴들을 상상해본다. ![]() 여기, 물보라를 일으켜 🐬 여성영화를 말하다 여성영화를 '우리'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우리의 연대와 사랑 속에서 퐁퐁 솟아날 새로운 기포들이 궁금한데요. 인디스페이스, 프로젝트39과 함께 서핑하실래요? 🏄♀️ 5월 22일 오후 2시, 첫 번째 시간에는 <미나리> 상영 후 '윤여정, 아시안 웨이브 & 젠더'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극장은 오늘도 안심방역중!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