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vol. 22

‘건강 한달’은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일리치약국의 뉴스레터입니다. 공간은 작지만, 이야기는 넘치는 일리치약국의 ‘우당탕탕’ 성장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건강 한달’을 당신의 상비약으로 체크해주세요.
contents
세계 끝의 약국 | 동물들과 함께 짓고 나누는 농사 
약국 옆 책방 | 일리치약국의 밑줄 | 약차보감 | 나무 위에 씀바귀
세계 끝의 약국

 

  공유지에 있는 약국

  세상의 하나 뿐인 약국. 동네 사랑방 같은 약국. 마을 건강 플랫폼. 이런 캐치프레이즈들을 내걸고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 공동체 안에 약국을 열었다. 내 삶의 계획에는 없었지만, 약국 오픈을 기꺼운 마음으로 하게 된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 먹고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 캐치프레이즈들이 말하듯 내 업에서도 새로움을 모색하고 싶었다. 약 3년 동안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매출 곡선에 일희일비하면서도 우리는 먹고살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공동체 친구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약국이 ‘공유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월세를 여러 명이 나눠 내고, 점심 식탁은 친구들의 선물로 채워진다. 우리가 판매한 약은 공동체 내에서 또 공동체 밖에서 선물이 될 때가 많았다. 다른 인문학 네트워크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연대의 현장으로 선물이 되어 흘렀다. 덕분에 처방전을 받지 않고도, 2시간이 넘게 상담하고도, 저렴하게 약을 지으면서도 아직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분리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약국 알바로 살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돈 벌 때는 상품 경제를, 공동체에서 활동할 때는 선물 경제만 생각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약국을 직접 운영하다 보니 적자일 때 매출을 올릴 방안을 자주 고민해야 했다.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노력하는 게 싫었다. 이런 고민과 노력이 선물 경제로 작동되는 공유지 안에서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친구들과의 대화가 매출에 대한 이야기로 흐를 때 동학이 아닌 직장 동료 같아서 헛헛함을 느낀다. 공부할 시간도 줄어들었다. 약국 알바 때보다 수입이 줄어 내 삶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애나 칭의 『세계 끝의 버섯』을 읽으면서 이런 나의 분열된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이 공동체에 접속한 이유 중 하나는 “돈돈” 하는 세상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돈에 초연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돈에 관한 공부도 하고 거의 십 년 동안 풀타임 일을 하지 않았었다. 덕분에 통장은 ‘텅장’이 되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안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애나 칭의 질문이고 내 질문이기도 하다. 애나 칭은 자본주의를 초월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히려 자본주의가 비자본주의적 요소에 의존하고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 지점에서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원할 것을 요청한다. 그곳에 우리가 알아차릴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세상을 구원할 뻑적지근한 대안은 아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와 나를 오염시킨 다양한 종들이 얽혀서 살아가는 삶이 있을 뿐이다.

 

  애나 칭의 ‘알아차림’

  애나 칭은 송이버섯의 전 세계적 상품 사슬을 추적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색다른 분석을 한다. 송이버섯의 미국 산지인 오리건주로부터 시작하여 일본으로 이어지는 공급 사슬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오리건주의 캐스캐이드산맥의 숲속에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채집인들(미엔인, 몽인, 크메르인, 라오인의 아시아계 난민, 장애가 있는 백인 전역 군인, 아메리카 원주민, 미등록 라틴아메리카인)이 송이버섯을 채취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세워진 텐트들에서 매일 밤 채집인은 구매인과 송이버섯을 흥정한다. 현장 중개인은 버섯을 구매인에게 사서 대규모 도매업자에게 넘긴다. 그리고 버섯은 수출업자에게 팔린다. 수출업자로부터 일본의 도매업자에게 간 송이버섯은 중간 도매업자를 거쳐서 최종 구매인(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공급 사슬의 처음부터 끝까지 송이버섯은 자본주의의 상품이었을까? 아니다! 오로지 대규모 구매업자로부터 일본의 도매업자에게 가기까지만 상품이다. 다시 말해 미국 공항-비행기 안-일본 공항에서만 버섯은 자본주의의 상품이다. 그 외에는 선물 경제가 작동한다. 채집된 송이버섯이 도매업자에게 팔리는 과정은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왜일까? 오리건주 숲 옆에서 송이버섯이 거래될 때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집인은 자기 버섯을 어느 구매인에게나 가져갈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구매인 또한 그렇다. 또 그곳에서 일어나는 자유로운 구매 경쟁에서 노골적으로 추구되는 목표는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게다가 많은 돈이 오가지만 그 돈은 사라지고 절대로 투자되지 않는다. 즉 자본이 형성되지 않는다. 채집인들은 자신의 채집 행위를 노동으로 말하지 않는다. 재산을 ‘찾는 행위’라고 한다. 여기엔 사물과 사람이 분리되는 소외가 일어나지 않는다. 애나 칭은 이 경제를 선물 경제라고 말한다. 일본 내에서도 송이버섯은 거의 선물을 위해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실은 선물 경제와 상품 경제가 얽혀서 구성된다. 순전한 상품 경제만으로 자본주의가 돌아가지 않고 있고 돌아갈 수도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하나의 거대한 체계가 아니다. 선물 경제와 상품 경제가 연결된 여러 배치가 있을 뿐이다. 애나 칭은 이렇게 얽혀 있는 관계망 또는 배치를 ‘패치patch’라고 명명했다. 따라서 ‘패치자본주의’라고 말하자. 패치자본주의에는 상품 경제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내부와 선물 경제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외부가 만나는 장소가 있다. 이런 장소를 애나 칭은 ‘주변자본주의적’이라고 칭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 부의 축적은 늘 비자본주의적 요소에 즉 선물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선물 경제의 가치가 상품 경제의 부富로 번역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끝의 약국에서 상상하기

  송이버섯은 자본주의의 가장자리 곧 세계 끝에서 자라난다. 소나무와 공생하면서. 버섯 곰팡이의 균사는 땅속에서 소나무 뿌리와 하나가 되어 덩어리를 이룬다. 곰팡이가 척박한 무기질 땅에서 돌과 모래의 영양분을 분해해서 소나무에 주면 소나무는 뿌리를 통해 버섯 곰팡이에게 탄수화물을 제공한다. 벌목으로 폐허가 된 오리건주 숲에서 소나무와 송이버섯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애나칭은 소나무와 송이버섯 그리고 인간의 얽힘을 ‘협력으로서의 오염’이라고 말한다.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오염(공생)은 서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가능해졌다. 불안정성은 타자들에게 취약한 상태를 말한다. 오염되지 않는다면, 협력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다. 우리의 생존이 이러한 불안정성에, 다양한 오염에 연루되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오염된 협력의 장소는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잠복되어 있는 공유지’를 알아차리자고 애나 칭은 주장한다. 자본주의적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해지지만, 실은 여기에서 다른 가능성들이 상상될 수 있다고 말이다. 공유지에 세운 우리 약국도 세계 끝에 있다는 걸 비로소 알아차렸다. 이제 상품 경제와 연결되어 있어서 슬프기보다 선물 경제가 많이 작동하고 있어서 기쁘다. 애나 칭 덕분에 비자본주의적으로만 삶을 구성하고 싶어 했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선물 경제가 상품 경제와 연결된 채로 지금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나와 친구들이 모인 이 공생의 배치는 열려있다. 열린 배치는 불안정하다. 하지만 불안정하기에 변화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배치가 열려있었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 약국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약국을 열어서 내가 이전보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불안정성을 내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다르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높은 급료를 받는 회사나 약국에서 일했다면 불안정성은 줄었겠지만, 뻔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삶을 도모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불안정성이 줄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알아차려야 할 것들이 여전히 있다. 잠재적 공유지와 잠재적 협력자들이 더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전과 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세계 끝에 더 많은 약국이 송이버섯처럼 생겨나는 상상 말이다.

동물들과 함께 짓고 나누는 농사


  가을이 한참 무르익어가는 10월의 어느날, PDC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밭 가장자리에서 곤충들이 살 곳을 만들었다. 이른바 ‘곤충호텔’ 짓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쓰던 원목 싱크대 장난감, 구멍 뚫린 벽돌, 나무 상자, 작은 토분, 대나무, 볏짚, 양파망, 나무조각 등등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고 재활용될 수 있는 재료들이 모였다. 밭에 모인 사람들은 원목 싱크대 장난감을 중심에 두고 나무 상자, 벽돌 등으로 공간을 크게 나누었다. 그리고 양파망에 볏짚을 담아 공간 사이 사이에 넣어주고, 작은 빈틈들을 나무조각 등으로 메꾸어 곤충들의 집을 지어주었다. 이러한 곤충호텔은 마르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육식 곤충들의 서식처가 되어주며, 특히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꿀벌, 나비, 나방 등의 겨울나기 집이 되어주기도 한다.


  퍼머컬처에서는 곤충을 포함한 벌레를 채식 벌레와 육식 벌레로 나눈다. 채식 벌레는 응애, 진딧물, 배추흰나비 애벌레, 28점 무당벌레, 노린재, 민달팽이 등이 있는데, 이 벌레들은 식물의 살아 있는 잎을 먹기에 너무 번성하면 식물들의 식생에 커다란 피해를 입혀 보통 해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채식 벌레에 의한 식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채식 벌레를 잡아먹는 기생벌, 기생파리, 무당벌레, 사마귀, 거미류 등의 육식 벌레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태적으로 균형이 잡힌 밭을 지향하는 퍼머컬처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의외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해충 대처법을 잘 모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생태적으로 균형이 잡혀있는 밭은 천적(육식 벌레)으로 해충이 조절되어, 해충으로 인한 피해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천적을 이용한 방충 방제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1~2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기에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살충제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인내의 시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채식 벌레가 일시적으로 번성한 상태에서 손쉽게 살충제를 뿌리면, 그 천적인 무당벌레 등의 육식 벌레들까지 거의 죽인다. 빨리 번식하는 채식 벌레는 며칠 안에 그 수를 회복하지만, 번식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육식 벌레는 아주 적은 수만 살아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다시 번성한 채식 벌레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투입하면 육식 벌레는 전멸되고, 이때부터 밭은 채식 벌레들의 천국이 된다. 더 많은 살충제를 뿌리고 또 뿌리는 살충제의 악순환!


  거의 몇 년을 잡초만 자라던 밭을 뒤엎고 만든 나의 테라스 텃밭 1년 차 초반에는 달팽이와 진딧물에 의한 작물 피해가 있었다. 달팽이는 부지런히 손으로 잡아주고 진딧물은 제충국 등의 천연 원료로 만든 살충제를 희석해서 2~3번 뿌려주었다.(그러나 천연원료로 만든 살충제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해도 익충까지, 즉 모든 벌레들을 죽일 수 있으니 뿌리지 않는 게 좋다) 한 2~3개월 벌레로 인해 골치가 아팠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 달팽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진딧물도 피해를 입은 작물 외에는 다른 작물로 옮겨붙지 않아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2년 차 올해 테라스 텃밭은 작년보다 눈에 띄는 벌레들은 더 많지만 다행히 별다른 벌레 피해가 없다. 아마 텃밭의 이 평온함은 다년생 작물의 비중과 채식 벌레들이 싫어하는 민트류 비중을 늘린 것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에 덧붙어서 곤충 호텔까지는 아니어도 작년부터 텃밭 가장자리에 마른 가지, 마른 잎 등을 쌓아 두어 육식 곤충들의 서식지를 마련해 준 것도 테라스 텃밭의 생태 평형을 돕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생태계에서 아주 소수의 벌레만이 식물들에게 해를 끼치지 대부분의 벌레는 도움이 되거나 중립적이라고 한다. 벌레들 중에서도 특히 분해자라 불리는 토양생물들(노래기, 쥐며느리, 톡토기, 지렁이, 지네, 딱정벌레 등)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비옥한 흙을 만들어주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다. 어찌보면 벌레를 포함하는 동물들(발 달린 생명들과 새들)은 농사를 도와주는 하나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벌과 나비 등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새는 잎을 뜯어 먹는 벌레들을 잡아먹고, 똥거름을 선물로 주기도 하며, 흙을 긁고 땅을 갈기도 한다. 닭, 오리, 토끼 등의 작은 동물들도 땅에 거름을 주고, 땅을 갈며, 풀을 베고, 부스러기나 음식 찌꺼기를 먹고, 민달팽이 등의 곤충을 잡고, 침입자가 나타나면 경고음을 울린다.


  농사는 인간이 먹거리를 위해 특정 식물들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것들의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성을 강조하는 퍼머컬처는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가 연결되어 에너지와 물질이 끝없이 돌고 도는 생태계의 순환 안에서 농사를 생각한다. 퍼머컬처의 윤리 중에는 “공정하게 분배하라”라는 윤리가 있다. 이는 밭에서 나오는 수확물은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을 포함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함께 가꾼 것이기에, 그것은 인간들 사이의 공정한 분배를 넘어 동물, 자연과도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의 테라스 텃밭에는 까치, 비둘기, 참새,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온다. 이른 봄이 되면 테라스 가장자리에 놓인 대야에서 눈이 녹은 물을 마시고, 봄과 여름에는 식물들 사이사이의 흙을 쪼고 벌레를 잡아먹는다. 가을이면 쥐똥나무 가지에 앉아 쥐똥나무 열매를 따 먹고, 겨울이면 가지와 잎을 떨구고 휴식에 잠긴 식물들 옆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나의 테라스 텃밭이 퍼머컬처 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도시의 테라스 공간이라는 주어진 조건에서 곤충들, 새들과 함께하는 텃밭이 되고 있음이 나름 흡족하다.


  그러나 아무리 퍼머컬처 농사라고 해도 동물들과 평화로울 수만은 없기에 염려되는 측면도 있다. 작년 가을에 탐방을 갔던 수락텃밭은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고, 여러 방법을 써봐도 소용이 없자 누군가가 관에 신고를 하여 결국 멧돼지가 포수에 의해 사살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 후 수락텃밭 공동체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은 멧돼지를 위로하는 위령제를 지냈다. 수락텃밭이 경험한 것처럼 오늘날의 농사는 야생동물들의 먹이사슬과 서식처의 파괴로 고라니, 멧돼지 등과 언제든지 갈등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 그들과의 공존과 평화는 어떻게 모색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이는 벌레의 생태 균형을 도모하는 일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애씀을 요구하면서, 또 그렇다고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는 참으로 어려운 난제라는 것이다.

좋은 날의 책방
: 성남시 분당구 느티로63번길 27 1층

  번잡한 정자역을 살짝 비켜선 주택가에 있는 작은 책방이다.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큐레이팅 된 책들을 구경하다 보면 한두 권쯤 마음에 들어오는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입구에는 첫문장블라인드 북이 전시되어있었다. 예쁘게 포장된 책에는 작가나 책 제목도 알 수 없었지만, 포장 위에 쓰여 있는 첫 문장만으로 책을 고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듯하다. 다양한 강연들도 열리고, 간단한 음료와 소소한 굿즈들도 판매 중이니 그냥 산책하듯이 들리기에도 좋을 듯.

by 모로
  정혜윤의 산문집 『뜻밖의 좋은 일』에는 책 속에서 만난 소중한 순간들을 담고 있다. 알베르 까뮈의 ‘결혼’이라는 글을 보고, 작가는 돌고래를 봤던 긍지 넘치는 순간을 기억해낸다. ‘나도 돌고래를 보고, 돌고래도 나를 보았던’ 그때, 돌고래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 찰나의 순간이 너무 좋아 ‘행복할 때 몸이 녹을 것 같아!’라고 표현한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며 완벽하게도 행복했던 한순간이 떠올랐다. 혼자 호주 멜버른을 여행하다가 야외에 있는 자그마하고 동그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때 테이블을 내리쬐던 햇볕,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완벽하게 혼자이면서 여유로웠던 순간, 햇살처럼 완전한 행복이 쨍하고 몸속으로 들어왔다. 십여 년이 흘렀는데도 그 강렬한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런 작고 완전한 기쁨을 차곡차곡 쌓아서, 흐린 날 꺼내 열어보곤 한다.

By 모로
치매 예방에 좋은 로즈메리 

  제주도에 사는 친구 집에는 로즈메리가 커다란 관목이 돼서 자라고 있었다. 지중해 원산인 로즈메리는 추위에 약하다. 날씨가 푸근한 제주에서는 월동할 수 있어서 제법 커진 것이다. 커다란 나무는 보기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로즈메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자주 접하는 허브여서 식상한 것도 있고 강한 향도 별로였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의외의 효능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효능은 뇌의 활성화를 통해 기억력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이 효능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수험생의 불안을 감소하고 기억력을 대폭 강화한다. 옛날 유럽에서 ‘학자의 허브’로 불린 이유다. 또 하나 관심이 가는 효능은 바로 탈모 완화이다. 단, 탈모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외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로즈메리 에센셜 오일을 베이스 오일에 희석해서 사용한다. 소량을 덜어 두피를 마사지한 뒤 잠시 두면 된다(예컨대 참기름 480ml에 에센셜 오일 2티스푼). 

  그 외에도 좋은 효능이 많다. 가스 차고 더부룩한 소화기 증상 개선, 통증 완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보호, 심혈관계 순환 촉진, 초기 감기 치료, 간 건강 향상 등이 있다. 이 모든 로즈메리의 효능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에서 기인한다. 고기를 구울 때 자주 사용되는 이유도 기름의 산화를 막고 강한 향으로 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로즈메리를 차로 마실 때는 물의 온도가 85°C를 넘지 않게 하여 3분 정도로 짧게 우려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임신 중이나 모유 수유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갱년기로 건망증과 기미가 심해진 나를 위해서, 인지장애가 시작된 엄마를 위해서 당장 로즈메리 차를 마셔야겠다.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로즈메리 화분을 실내로 드려놔야겠다. 집안에서 겨울을 잘 보내 내년에는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
한 남자

'가분수'로 찍은 사진을 보고,
처음엔 이렇게 머리가 큰 사람이었는지 놀라다가 한참을 웃었다. 
새로 산 구두를 신고 좋아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
웃긴다.
By 씀바귀
한해가 저무는 12월입니다.
1년을 정리하며 그동안 뉴스레터와 함께한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롤링페이퍼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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