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문화재단) 2023 화성 in 서재「주간 북레터」- 매주 목요일, 화성시립도서관에서 전하는 책편지
Vol. 120. (2023.07.06.)
독서 전문가의 책 추천(아동) - 조원경 어린이책 연구자

책 좀 사 주세요~!

  〈서울국제도서전〉이 몇 해 만에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2023년 주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을 이해하느라 한참 생각했다. 인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세상 말고 인간 비인간을 넘는 뭔가를 찾자고? 문득, 파주 책 도시가 처음 꾸려지던 2000년대 초 ‘파주어린이책한마당’에서 내가 맡았던 옥수수밭의 그림책 원화전 광경이 떠오른다.

 

  그때 옥수수들은 풍요로웠고 그림책 원화들은 아름다웠고 어린이들은 행복하게 뛰어놀았는데, 오늘의 도서전과 출판사들은 왜 이리 안타까운 분위기일까. 요즘 글 쓰는 작가들도, 책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한다. 도서전에 방문한 이분들은 책 몇 권씩 고르고 사 주시겠지! 지구의 생명, 생태위기, 환경문제 책들부터 열심히 찾는데 《오바, 우크라이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며, 한국전쟁 73주년도 기리며 그래, 이 책이다.

오바, 우크라이나

잔나 스워니오프스카 지음 | 올렉산드르 샤토힌 그림 | 풀빛 | 2023

  역사, 신화, 지리, 도시, 인구 등 우크라이나의 사회 문화를 총체적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유럽의 관문이자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 이 이름은 19세기 말부터 쓰였다. 흑해에 바로 붙은 우크라이나는 여러 언어와 종교, 역사, 문화의 교차와 혼재를 힘들지만 호기심으로 품어 안은 듯하다. 폴란드에서 출간된 《오바,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독립 국가가 아니었던 민족의 문화 전통과 전설까지 상세히 소개하며 다양성과 독립성, 정체성을 설명한다.

 

  면적은 우리나라 6배 정도, 인구는 4천1백만 명이다. 수도 키이우, 흑해 연안 항구도시 오데사, 2차대전 종전회담 도시 얄타, 1986년 세계 최대 원자로 체르노빌 사고 등이 알려졌다. 다문화 도시 르비우는 20세기에만도 오스트리아 러시아 폴란드 독일 소련 우크라이나로 여섯 번이나 국적이 바뀐다. 우크라이나를 오래 통치했던 폴란드와는 가까운 우방 관계를 유지한다. 흑해로 뻗은 크림반도는 특히 다민족, 다종교의 문화사를 갖는다. 유목민족 스키타이인이 살다가 기독교도 그리스인이 들어왔고 이슬람교인 타타르인이 들어온다.

 

  19세기 튀르키예와의 전쟁 후 러시아가 진입했고 2차대전 후 우크라이나 전역이 소련에 흡수되었다. 자유를 원하는 우크라이나인은 심하게 박해받았고 고유 언어 사용도 금지당했다. 1991년 주민 투표에서 우크라이나인 대다수 지지로 독립한 후 30년이 넘은 지금껏 소련의 유산과 씨름한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크림반도를 다시 불법 점거하고 강제 합병을 진행한 후 전쟁을 시작했다. 그 직전에는 우크라이나의 자유 발전을 희망하는 키이우 학생들 중심으로 독립광장에서 투쟁이 전개되다 70명 이상이 사망한 ‘존엄 혁명’도 벌어졌다.

 

  흑해 연안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계속되는 강대국의 침략, 지난 1년 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세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저력의 근원을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와 통하는 점들은 또 무얼까. 비옥하고 풍부한 ‘흑토’에서는 밀, 보리, 해바라기씨, 유채씨 생산량이 많다. 우크라이나어는 이탈리아어와 비슷한 음악적 언어이고 국민들은 ‘노래하는 민족, 가수의 나라’라고 자임한단다. ‘키이우 대문’이 들어간 클래식 명곡도 연상되고 기나긴 드니프로강, 아름다운 언덕 위 키이우의 마로니에 꽃들도 떠오른다. 이 모든 평화를 누리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과 온 국민이 얼른 안정되고 행복하게 생활하기를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그 오월의 딸기

윤미경 글 | 김동성 그림 | 다림 | 2023

  늦봄 무렵엔 ‘제2회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이 열렸다. 전주 한옥 마당들과 골목에 즐비하던 그림책 잔치를 감탄하다가 접한 그림책이 《그 오월의 딸기》다. 꼭 딸기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한 아이가 자꾸 말을 걸어오는, ‘일단은 어여쁜’ 그림책이다. 아이는 부모님이 농사짓고 파는 딸기를 몰래 먹으며 즐기곤 했다. 어느 해 5월, 크고 예쁜 딸기가 판매용 상자로 가지 않고 자기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기는 걸 보며 이상하고 슬프다. 싱싱하고 탐스러운 딸기가 많이 열렸는데도 온 동네 한숨 소리는 딸기보다 더 풍년이니 수상하다.

 

  게다가 올해 딸기는 밭에 누워서 버티기만 한다. 그림 속 딸기 포기들은 한참을 그렇게 누워 버티다가는 모두 ‘게으르게’ 거꾸로 매달린다. 살이 물러지는데도 마냥 매달려 견디니 마음 아프다. 그러다 이 딸기들은 군인들 발에 밟혀 터진다. 딸기는 더 이상 까르르 행복하게 웃지 않고 병아리처럼 수다를 떨지도 않는다. “아부지, 올해 딸기는 참말로 이상하당께요. 딸기가 단디, 하나도 안 달어요.” “올해 딸기는… 울음소리가 들어서 근갑다.” ‘이상하고 이상했어요. 1980년 5월에 열린 그해, 딸기.’

 

  달지 않은 딸기가 슬픈 꼬마, 어느 지하 벙커에서 슬픈 표정으로 사진 찍힌 우크라이나 어린이, 한국전쟁과 휴전협정과 여전히 분단을 떠올려야 하는 이 시절의 우리 역사까지 선연하다. 이 시대사를 정확하게 전하고 극복할 힘까지 담은 책들을 더 찾아 나선다.

도서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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