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강피디입니다. 


여러분은 ‘역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생각나시나요? 태정태세문단세, 조선왕조실록 등을 떠올리거나 박물관이나 고궁을 생각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역사라는 단어는 다소 무게감이 있지만 ‘사극 로맨스’로 이야기를 만나는 순간 가볍고 포근한 인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사극 로맨스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더욱 잘 이해가 되실 거예요. 남장한 여자와 잠행을 나온 임금이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정을 쌓아온 궁녀와 대군이 결혼하기도 하죠.

사극 로맨스는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적인 요소의 비중이 적고 로맨스에 집중이 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특히, 지금 솔로라면 외로울 때 굳건히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오늘은 웹소설로 크게 인기를 끌어 단행본 도서로도 출간된 사극 로맨스,

『용을 그리는 아이』로 넉넉레터의 문을 두드려 봅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그의 심장을 찌르다

 “크윽!”

갑작스레 터진 신음에 모두가 깜짝 놀라 제자리에 발이 붙어버렸다.

우는 느닷없이 품에 바싹 안기듯 달려든 서하를 꽉 붙잡았다.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손을 타고…… 붉은 피가 하염없이 뚝뚝 흘러내렸다.

우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하는 한사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더 힘껏.

그저 더 가까이.

양손으로 단검을 그의 가슴에 찔러 넣을 뿐이었다.


대군.

무헌대군.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벙어리인 척 십 년을 살아온 제가 입을 열게 된다면 가장 먼저…… 당신을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상처 주는 말만 하게 되어 참으로 송구합니다.

만약,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렇다면 반드시 당신의 손에 죽을 수 있게 되기를.

그러니…… 부디 안녕히……. 


서하의 발아래, 우가 쓰러졌다. 


- 『용을 그리는 아이』 중에서

  사극 로맨스, 사실은 판타지


조선시대에는 사랑을 이루는 데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엄격한 신분제도와 더불어 결혼은 가문과 가문 간의 결합으로 여겨졌죠.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꾸려가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세상, 그것이 조선시대였습니다.

사극 로맨스는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시대’라는 한계를 도리어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조선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 작품은 물론, 조선시대를 차용한 동양풍 시대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룰 수 없는 것이 더욱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계가 있었기에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사극 로맨스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극 로맨스와 판타지, 두 마리 토끼를

『용을 그리는 아이』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그 체제와 양식은 조선시대의 것과 거의 유사합니다. 

주인공인 서하는 ‘용의 아이’로 왕이 될 사람을 예지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서하는 자신이 사랑하는 무헌대군 우가 왕이 되는 선견을 접하나 이는 역모에 해당되기에 그를 지키기 위해 무헌대군의 형, 명이 왕이 된다는 거짓 선견을 고합니다. 그리고는 직접 우의 심장을 찔러 쓰러트린 뒤 그를 궁 밖으로 내보냅니다.

왕이 된 명은 서하에게 집착하는데, 왕의 미래를 예지하는 존재이기에 ‘용의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항시 왕의 곁에 있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서하는 어릴 적부터 그 존재가 비밀에 부쳐졌고, 궁에 갇혀 살았죠. 이러한 판타지적 설정이 로맨스의 장애물로 적용된 것입니다.

   판타지를 가미해 더욱 깊어지는 사랑

죽은 사람처럼 살아야 했던 우와 함부로 금유당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서하는 궁궐이라는 높은 담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여기서 사랑은 깊어집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일수록 더 만나고 싶고 사랑을 막을수록 더 애틋해지는 것이 사람 아니겠어요?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극 로맨스가 애틋하고 한결같은 사랑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처럼 『용을 그리는 아이』는 조선시대를 차용해 사랑의 판타지가 생기고, 거기에 소재의 판타지를 결합해 애절함, 신선함으로 사랑의 깊이를 더합니다.

  

산을 넘어 사랑에게로

시대극을 배경으로한 로맨스를 생각하다가 이 작품이 생각났어요. 영화 『콜드 마운틴』은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니, 벌써 사랑이 뭔가 심상치 않겠죠? 네, 예상하신 게 맞을 겁니다.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콜드 마운틴에 사는 과묵한 목수 인만은 새로 부임한 목사의 외동딸인 아이다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아이다 역시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하늘이 그들의 행복을 시기라도 하듯 남북전쟁이 발발합니다.

인만이 전쟁터로 떠나며 두 사람은 이별을 맞고, 콜드 마운틴과 전쟁터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이다와 인만은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이후 인만은 결국 그리움을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하는데요.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적이 되어버린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헤어진 연인을 만나기 위해 난관을 헤쳐나가며 고향으로 향합니다.

차가운 산과 궁궐의 높은 담이라는 넘기 어려운 장벽을 앞에 둔 사랑을 가슴 졸이며 응원하게 되는 것이  『용을 그리는 아이』와 공통점을 가진 영화예요. 하지만 두 이야기의 엔딩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가는데요, 기회가 되신다면 애절한 사랑의 끝을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임금이 될 운명을 지닌 두 왕자와

그 운명을 막으려는 여자의 치명적 사랑

오늘 소개해드린 『용을 그리는 아이』는 왕의 미래를 예지하는 ‘용의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판타지 사극 로맨스예요.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찔러야 하는 선택을 하고 때로는 그 자신을 구하는 주체적인 서하와 상대에게 배신을 당했음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서하와 재회를 위해 왕이 되고자 하는 우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홍천기> 등 원작을 바탕으로 한 사극 로맨스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모은 바 있는데요, 이를 이어 『용을 그리는 아이』도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또한 웹툰으로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니 원작이 얼마나 탄탄한 작품인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죠.

얼마 전 『용을 그리는 아이』의 재미를 입증하듯 해외에서 번역 출간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답니다. 사극 로맨스 드라마 종영 후 허전한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용을 그리는 아이』는 분명 즐거움을 선사해 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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