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교수(이하 홍): 소락은 주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강경훈 대표(이하 강): 웹툰 IP를 제작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영상화, 애니메이션화, 게임 제작 등으로 확장하는 사업 진행을 근간으로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일본 웹툰 플랫폼을 주 대상으로 현지 작가 혹은 한국 작가와 함께 작품 제작을 하여 론칭 및 연재를 진행한다. 둘째, 한국 완결 작품을 일본 웹툰 플랫폼에 로컬라이징하여 유통하고 영상화 계약 등으로 IP 확장을 도모한다. 셋째, 일본 현지에 웹툰아카데미를 오픈하여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한다(2025년 2월 예정).
홍: 일본 웹툰은 MG 제도 없이 원고료와 수익 배분(RS)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 현재 일본 웹툰 플랫폼들은 두 가지 계약방식을 다 가지고 있다. 한국 웹툰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MG 제도도 있지만, 보통은 원고료+RS 제도를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 작가와 스튜디오와 플랫폼 간에 계약 형태는 작가의 희망에 따라 플랫폼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유동적이다.
홍: 일본은 스크롤 형식 웹툰도 성장세지만, 여전히 출판만화 형식의 작품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웹툰 산업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
강: 일본 출판만화 시장은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주간 소년점프마저 잡지를 폐간하고 디지털화로 가자는 논의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3대 출판사(집영사, 소학관, 강담사)도 이렇게 쉽지 않은데 다른 수많은 중소 출판사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잡지는 사라지지만 단행본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단행본을 포함해 오프라인 시장 자체가 수치상으로는 계속해서 축소 중이다. 해외로 수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소수의 히트작이 출판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인데 그 히트작의 개수마저 서서히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시장이고, 일본 출판만화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의 작품이 뛰어난 기량과 매력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 회사에서 번역, 투고, 통역 등 다방면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일본 출판사들의 과거부터 유지해오고 있는 보수적인 데뷔와 연재 시스템이 큰 난관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시장 규모의 차이 무시 못 해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
홍: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웹툰 제작사 작품은 자본 회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흥행성이 검증된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다양성 확보를 위해 웹툰 제작사에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가.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작품이 많은 편이지 않나.
강: 현재 웹툰 제작사 대부분은 다양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노블코믹스의 비중을 줄이고 오리지널 작품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이게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박이다. 그리고 막상 오리지널을 만들려고 해도 그동안 노블코믹스만 제작해 온 PD로 구성된 대다수 회사는 작가와 함께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할 능력도 노하우도 부족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튜디오 소락은 웹툰 IP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대외비라 디자이너 이름이나 회사명을 밝힐 순 없지만, 미국 유명 프로듀서와 제작자와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외에도 일본 업체들과 SF 단편 웹툰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등 작품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은 독자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작품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에 반해 한국은 독자층이 좁고 작다. 다양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환경이고, 결국 시장 규모의 차이로 나타난다.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웹툰식 스크롤 연출에 익숙한 한국 일본 웹툰 시장에서 큰 강점
홍: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요구되는 전략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 일본 플랫폼이 원하는 작품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국 웹툰과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일본 작품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둘째, 일본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화 퀄리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 퀄리티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점을 명심하자.
학생의 강점에 맞추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한다. 학생이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강점이 있다면, 그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아직 본인의 강점을 깨닫지 못했다면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왕도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웹툰의 강점은 웹툰식 스크롤 연출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웹툰계가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웹툰식 스크롤 연출이다. 이 부분이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일본 기성과 신인 작가는 이 웹툰식 연출을 어려워한다. 작화는 이제 기본적인 덕목이 되어버려서 차별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홍: 소락에서 지향하는 사업 전략을 고려할 때, 학교가 어떤 교육으로 대응해야 좋을지.
강: 무조건 트렌드에 맞춰서 교육하기보다는 학생이 가진 특징과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학생 중 다수가 졸업 후 개성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의 작품이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개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으로 대응하면 좋겠다.
여전히 보수적인 일본 출판사 한국 학생의 일본 만화 시장 진출에 중간 연결자 역할 중요해
홍: 일본 출판만화의 경우 담당자가 정해지더라도 준비 기간이 최소 1년 정도로 길다. 대학이 학생과 일본 업체를 모치코미 매칭해 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강: 일본 출판사는 작가와 편집자와의 매칭 등 여러 방면에서 상당히 보수적이다. 심지어 한국 학생이라면, 출판사는 이 학생과 함께 쭉 연재 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클 것이다. 중간에 매니저나 에이전시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어려움이 다수 존재한다.
그래서 소락은 중간 연결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지속적으로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소락 일본 지사가 생기면서 보수적인 일본 업체들도 관심을 갖고 찾아오거나 계약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모치코미 매칭을 학교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학생 개인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거기에 소락 일본 지사를 통한 통역 등의 협력도 가능하다. 학생이 높은 평가를 받아 편집자 연결이 성사된다면 소락이 에이전시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여전히 보수적인 일본 출판사이지만, ‘한국작가+에이전시’로 연재를 했던 케이스가 존재한다.
한국 학생의 일본 웹툰 플랫폼 진출:투고 VS 에이전시
홍: 웹툰 플랫폼 진출을 얘기해 보자. 픽코마와 라인 외 일본 플랫폼 진출 시 개인작가 단위에서 투고하는 방안이 좋은지, 아니면 일본에 진출한 에이전시의 도움을 통해 해외진출을 하는 편이 좋은지 궁금하다.
강: 장단점이 존재한다.
에이전시는 작가가 완성한 작품을 들고 다수의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돌며 연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 투고의 경우 한 플랫폼에 투고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거절되는 경험이 반복되면 개인의 시간과 비용의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 플랫폼은 개인 투고에 대해 대부분 열려 있다. 개인 투고로 잘 풀린다면 너무나 축하할 일이다. 다만 이 경우엔 작품 준비부터 연재까지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한다. 일본어 능력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학생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회사와 계약한 경우와 개인 작가로 작업하는 경우의 장단점은 한국의 웹툰 상황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 말은 현지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한국 작가가 일본 플랫폼과 개인 작가로 계약하는 경우, 연재하며 처리하기 까다로운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홍: 대학 차원에서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일본 진출을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에이전시 소속이 아닌 이상 한계가 존재한다. 대학의 역할에 대해 조언해 줄 부분이 있는지.
강: 현실적으로 학생이 연재를 따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잘 만들어진 기획서와 원고 1~3화인데 이것을 재학 중에 잘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대학의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졸업생 또한 일본 진출을 위한 원고를 만들 수 있도록 제작비나 어시스턴트 비용 등을 돕는 대학지원사업이 있다면 어떨까.
한국에서 학생 혼자 일본어 공부와 일본 트렌드 연구를 하는 건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학생은 가능하면 원고에만 집중하고, 전문성을 가진 팀에게 행정과 소통을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라면, 일정 조율, 담당 교수와 함께 미팅 참여, 학생 작품 지원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진행하는 미팅이나 회의, 행사는 소락이 함께할 수 있다.
조장호 원장: 청강대와 협업할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협업 형태가 이상적 일지. 만약 진행된다면 대학 측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면 되는지 궁금하다.
강: 협업은 매우 긍정적이고 감사한 일이다. 협업은 효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서 협업의 가장 좋은 형태는 청강대 학생이 일본 플랫폼에 작품을 투고할 수 있도록 대학과 소락이 지원하고, 일본 플랫폼과 최종 계약하여 연재에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면.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을 소수 정예로 선발하고, 투고용 원고 제작비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원고 완성 후 단체로 플랫폼에 투고하여 연재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 단체로 투고하는 이유는 플랫폼 입장에선 1~2명 단위의 신인 작가 원고를 수차례 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단체로 묶어서 한 번에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을 선발한 뒤에 원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학생이 이미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투고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작품이라고 판단되는 학생의 원고를 선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국의 문화가 다르므로, 한국보다 일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케이스도 있다. 일본 웹툰계는 다양성이 크게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니 한국 학생의 자유로운 발상은 큰 강점이 될 것이다.
일본 웹툰 시장 진출을 위해 학교와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학생을 서포트해야
대학에서는 일본 연재를 희망하는 실력파 소수 정예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학생만으로 부족하다면 졸업생에게도 기회를 주는 걸 추천한다. 선발된 학생을 챙겨줄 담당 교수도 지정되면 효과적일 것이다.
소락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선별과 현실적인 작품 피드백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이 기획서와 캐릭터 시트, 샘플 원고만 완료하면 일본 플랫폼과 접촉하여 1차 피드백 획득이 가능하다. 이 역할은 소락 일본 지사가 맡아 진행할 수 있다.
참고로 소락 일본 지사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로컬라이징, 편집, 번역 등을 100건 이상 작업해 온 전문 업체이다. 그러므로 학생의 작품번역뿐 아니라 로컬라이징 및 편집(간판 배경 등 작화 영역)까지 지원할 수 있다.
홍: 청강 만화스쿨과 스튜디오 소락이 함께 협력할 범위가 넓어질 것 같다.
강: 가능하다면 재학생과 졸업생 중 소수 정예 멤버를 선발하여, 학생-교수-회사가 함께 함께 작품회의를 하는 등 주기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가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또한 학생-교수-회사가 함께 일본 플랫폼 탐방을 하거나 소락 일본 지사에서 워크숍을 해볼 수도 있다. 청강X소락 창작캠프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한국 웹툰의 강점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 정도이자 왕도
홍: 우리 학생이 일본에서 활동할 때 강점이 있는가?
강: 일본 웹툰 진출은 이미 시간 싸움이 되었다. 내후년이 되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닐 것이다.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일본 시장의 작화력은 이미 포화 상태란 거다. 그러니 현재 후보정 등으로 퀄리티를 높이는 식의 테크닉 어필은 일본에서 통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작화력을 보는 기준부터 다르다. 작화력으로 승부한다면 정말로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우리 학생의 강점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기발한 스토리이다. 서사에 집중하는 것. 결국 정도가 왕도인 것이다.
홍: 일본 출판만화를 지향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강: 한국의 웹소설과 노블코믹스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져서도 안 된다. 일정한 크기로 시장이 계속 유지될 것이다. 시장의 활성화를 생각하면 오리지널 시장의 적극적인 변화와 투자가 관건이다. 하지만 IP 회사들이 무리한 모험을 감행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소락은 일본 웹툰 산업을 지향한다. 출판만화도 염두하고 있긴 하나, 아직도 보수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일본 출판사를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반면 페이지 만화를 서비스하는 웹이나 모바일 플랫폼(코믹시모아 등)에 투고해서 페이지 만화를 연재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물론 일정 이상 인기작이 되어야 E-BOOK이나 단행본 출판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오직 출판만화 형식을 고집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 경로를 추천하고 싶다.
인터뷰 : 홍성호(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조장호(만화콘텐츠스쿨 원장)
정리 : 홍성호(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