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요일(20일), 아리셀 참사 대법원 선고가 있었습니다.
오전 9시 20분, 대법원 청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유가족분이 사 오신 빵을 나눠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기 시작하고 잠겨 있던 법정동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입구에 있는 보안검색대 앞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고, 선고가 예정된 2호 법정 앞으로 가 대기했습니다. 해당 법정에서 오전에 선고가 예정된 사건은 아리셀 참사 하나였습니다.
법정 안에서 선고를 기다리는 동안 옆 사람과 작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 말고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법원 보안관리대는 모든 방청인의 노트북 사용이 금지된다고 안내했고, 기자가 아닌 방청인은 휴대전화를 꺼내지 말라고 주의를 줬습니다.
잠시 뒤 대법관 세 사람이 들어와 의자에 앉았습니다.
"주식회사 아리셀 및 검사의 피고인 모두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합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대법관들은 퇴정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한 판결은 항소심에서 감형된 징역 4년과 7년으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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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개된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아리셀 측 주장 두 가지에 대해서만 판단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위험성평가 절차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두 가지 다 아리셀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검사 측 상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측 주장의 핵심 쟁점은 '비상구와 비상통로 규정에 관한 해석'이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이 있는 건물 각 층에 비상구를 설치·유지해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건물 1층에만 비상구를 두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상통로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에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유지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단의 핵심에는 비상구·비상통로 확보를 포함해 사업주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안전보건규칙(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 시행규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안전보건규칙 해석이 쟁점이 된 다른 사건*에서 '해당 작업에 내재된 위험, 재해 빈도 등을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산재 예방을 위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더라도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하면 규칙을 준수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안전보건규칙에 모든 의무가 세세하게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해석하여 준수해야 하고, 의무 이행을 통해 실제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아리셀 사건에서도 '화재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확보했느냐'를 기준으로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보건규칙의 해석과 관련해 앞선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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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의 신하나 변호사는 "불이 나면 언제든 피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비상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 헷갈리고 어렵나. 일반인 상식으로 누구나 어디서나 도망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또 10초 만에 끝난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서는 "너무 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중대재해처벌법 구동에 있어서 중요한 판결이라 (대법원이) 이유를 설명할 거라고 생각했다. (…) 유족들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했기 때문에 예의상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대법원의 태도가 예의 없고, 무례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유가족 최현주 씨는 "2년 4개월 전에도 이렇게 기자들이 모였었다. 그런데 2년 4개월 동안 박순관 대표에게도, 아무에게도 사과를 못 받고 이렇게 버려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책위 측은 대법원 판결 내용에 위법이 있다면 재판소원 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