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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뉴스: 독서퀴즈>
제896회 독서퀴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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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음식
근ㆍ현대사의 상흔을 품은 부산 음식 - 밀면
경상도 어디를 둘러봐도 밀면이 대중 음식 문화로 정착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밀면의 부산화는 부산이 경험한 근현대사의 맛있는 상흔이다.

밀면은 북한의 압출식 면 뽑기 기술과 부산의 밀국수 전통, 전쟁과 분식 장려 운동 기간을 거치면서 흔해진 밀과 고구마 전분 같은 재료를 바탕으로 틀이 마련되고 경상도식 한약재 육수와 양념장이 더해지면서 완성된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 요소가 그 생성 과정을 여실히 보여 주는 음식 문화는 흔치 않다.

밀면의 창세기:
‘내호냉면’은 우암동에 1953년 3월 고향 이름을 딴 식당을 열었다. 창업자는 1919년 10월 함경남도 흥남 내호리에서 ‘동춘면옥’을 운영했었다. 그러나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전쟁 직후라는 사회 경제적 환경 때문에 고향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고향에서 국수를 만들 때 쓰던 감자 전분은 구하기 어려웠고 전쟁 구호품인 밀가루가 흔했다. 거기에 남쪽 지역의 구황 작물인 고구마 전분은 싸고 구하기 쉬운 재료였다. 북한에서 만들어 팔았던 질긴 함흥식 면발과 매운맛도 부산 사람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음식 문화였다. 

여러 시도 끝에 1959년에 밀가루 7에 고구마 전분 3의 비율로 만든 면발이 만들어졌다. 고구마 전분 가공 산업은 일제 강점기부터 소주를 만들기 위한 원료로 이용되면서 제주와 남도 일대에 성행했다. 당시 가루음식에 고구마 전분의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이 섞인 밀면은 ‘경상도 냉면’, ‘부산냉면’, ‘밀 냉면’으로 불리다 1970년대 이후 100% 밀가루만을 사용하면서 ‘밀가루 면’이라는 뜻의 ‘밀면’으로 정착한다. 면발은 밀가루를 반죽해 압출 방식으로 뽑아내는 것을 공통된 특징으로 한다. 국물은 닭과 소고기 뼈를 기본으로 한약재를 넣은 방식과 넣지 않는 방식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가야밀면의 한약재 국물: 내호냉면에서 시작된 부산식 냉면의 변형은 가야밀면에 의해 완성된다. 100% 밀가루 면과 한약재가 들어간 국물을 사용한 밀면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약재는 밀가루 냄새를 잡아 주고 달고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의 식성에도 맞다고 한다. 게다가 한약재는 밀면의 또 한 축인 다대기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고 단맛을 증폭시킨다. 한약재 국물에 다대기를 풀면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한다.

기계식 면발은 수제 면발이다: 부산의 밀면 명가들은 하나같이 육수를 직접 만들고 면을 직접 뽑아낸다. 밀면집에는 기계식 밀면이라는 문구가 붙은 집들이 많다. 그런데 기계식이란 이름 때문에 오해가 있는데 이는 손 반죽 후에 면을 뽑을 때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의 냉면 만들기 방식과 같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손으로 면을 직접 반죽해서 기계에서 뽑는 ‘기계식 냉면’이 시작되었고, 부드러운 질감과 글루텐 때문에 생기는 탄성을 지닌 독특한 면발의 특성이 강화된다. 북한 냉면 문화의 멋진 변주가 완성된 것이다. 메밀로 만든 면발보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은 한국 면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밀면이 함경도 사람들을 넘어 부산 사람들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이런 면발의 변화와 더불어 가야식의 달콤한 한약재가 들어간 육수와 개금식의 개운한 닭 육수가 완성된 이후의 일이었다. 면과 육수가 부산의 재료와 풍토, 사람들의 입맛을 완벽하게 반영하면서 밀면은 비로소 완전한 정체성을 가지고 발전과 분화를 시작한 것이다.(『음식강산』 - 밀면편)
부산의 음식에서 전국의 음식으로: 부산에서도 마니아만 먹던 밀면이 1990년대 말부터 대중에 알려지게 된 과정에는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1999년 8월에 PSB 부산방송(현재 KNN)에서 제작 방송한 <밀면을 아십니까> 다큐멘터리와 허영만의 만화 『식객』(2008)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밀면을 아십니까>가 부산의 대중에게 밀면을 알렸다면 『식객』은 전국 미식가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제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밀면은 하나의 통과 의례가 되었다. 

요즘에는 한약재나 닭 육수 같은 고전적인 레시피의 틀을 넘어 새로운 도전들이 시도되고 있다. 1991년에 문을 연 ‘춘하추동’은 한우 사골 육수를 얼음 자박한 시원한 국물로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국제밀면’은 살얼음, 소뼈 육수에 얼큰한 다대기를 섞어서 만든 시원 매콤한 국수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함흥냉면집처럼 사골 육수를 주는 것도 특징인데 이 집의 밀면 육수의 기본 베이스가 한우 사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성밀면’은 자박한 국물에 면을 비빈 주물럭면으로 최근 들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기후 온난화, 뜨거운 국물에 대한 신세대의 비선호, 면에 대한 관심 증가, 지역 음식의 스토리텔링, 합리적 가격 등 다양한 이유가 겹쳐지면서 밀면의 전국화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차가운 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유일한 민족의 한국인에게 부드러운 압출식 밀가루 면발과 달달하고 매콤한 육수의 조화는 거부하기 어려운 음식의 패러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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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회 독서퀴즈입니다.

 

돼지국밥이 부산의 음식이자 경상도의 먹거리인 것에 반해 밀면은 부산만의 음식이다. 경상도 어디를 둘러봐도 밀면이 대중 음식 문화로 정착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밀면의 부산화는 부산이 경험한 근현대사의 맛있는 상흔이다. 밀면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출처: 부산의 음식중에서)

 

① 과거에 밀면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섞어 만들었으며 경상도 냉면, 부산냉면, 밀 냉면으로 불리다 1970년대 이후 면에 밀가루만을 사용하면서 ‘밀가루 면’이라는 뜻의 ‘밀면’으로 정착했다.

② 밀면 국물은 닭, 소고기 뼈를 기본으로 한약재를 넣는 방식과 넣지 않는 방식으로 나누어지는데, 한약재는 밀가루 냄새를 잡아 주고, 달고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의 식성에도 맞다는 이유로 사용되었다.

③ 부산의 밀면 명가들은 하나같이 공장에서 만든 면을 사용하는데, 밀면집에 붙어 있는 ‘기계식 밀면’이라는 문구는 공장에서 기계로 반죽해서 뽑은 밀면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④ 부산에서도 마니아만 먹던 밀면은 다큐멘터리와 만화 『식객』을 통해 미식가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으며, 현재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밀면은 하나의 통과 의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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