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5.7.16  | 90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습니다. 

앞서 레터를 통해 알려드렸던 대로 저는 지금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서니베일에 이사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에 자리한 도시예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남쪽 산타클라라 밸리 일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반도체 실리콘 칩 산업이 모여 있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는데 지금은 세계 최첨단 기술과 혁신의 중심지로 통합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쟁쟁한 IT 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태어나는 곳이에요. 

이곳에 와서 좌충우돌 여러 혼란(?)을 겪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레터를 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첫 레터, 가볍게 이곳에 온 뒤 느낀 몇 가지를 적어 보려 합니다.

아마 미국에 살고 계신 분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내용일 것 같은데요, 타향살이가 처음이다 보니 이래저래 느낀 점들이 많았습니다. 발 빠르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Today's index
  • 살벌한 실리콘밸리 물가
  • 아시안이 점령한 실리콘밸리
  • 느린 서비스와 완벽한 날씨
  
※ 레터 읽는 법 ※
볼딕 단어나 밑줄 단어 혹은 분홍색 단어에는, URL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릭하면 세부 내용이 연결됩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애플 본사 전경. [사진=위키]

살벌한
실리콘밸리 물가

미국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얘기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뉴스를 통해 많이 접했습니다. 미국 물가가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이곳 물가는 체감상 더 비싸게 다가왔습니다.

쿠퍼티노 인근에 일본식 우동을 파는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괜찮다는 후기가 많아서 찾은 적이 있어요. 우동 세 그릇, 치킨 데리야키 하나, 붕어빵 하나, 콜라 2잔에 우리 돈 10만원이 넘어갔습니다. 어딜 가던, 기본은 100달러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이곳의 생활비지수는 미국 평균보다 135%나 높다고 합니다. 식료품은 전국 대비 30% 가량 비싸고, 유틸리티와 인터넷도 월 380~400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특히 집값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집 근처에 깔끔해 보이는 아파트가 있길래 가격을 찾아봤더니 방 3, 화장실 2개인 집의 월세가 6800달러, 우리돈 941만원이었습니다🙄. 침실 한 개 아파트 월세 평균은 약 2950달러, 주택 중간가격은 170만 달러(약 22억원)에 달한다고 해요. 

미국 평균과 비교하면 월세는 두배 이상, 집값은 4배 수준입니다. 미국의 한 매체가 이를 두고 “이 비싼 도시에서 살려면 복권에 당첨되거나 코딩 실력을 갈고닦는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예요. 

그만큼 실리콘밸리는 높은 연봉의 기술 직종 종사자들로 가득하고, 동시에 생활비도 엄청 비쌉니다.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이리 비쌀까요. 가장 큰 이유로는 공급 부족을 꼽고 있어요. 실리콘밸리는 고소득자들이 몰려있는 곳이지만 새로운 주택 건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 결과 집값이 치솟고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요. 

짓기는 어렵고, 사람을 몰려오고...

서니베일, 산호세 같은 도시는 이미 대부분의 땅이 단독주택 전용으로 묶여 있어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을 짓기 어렵다고 해요. 게다가 건축 허가를 받는 데 수년이 걸릴 수도 있고, 땅값과 인건비도 비싸다 보니 개발업자들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하고요. 그러다 보니 공급은 늘지 않는데, 실리콘밸리로 이주하려는 사람은 계속 늘면서 집값은 하늘을 찌르고 있어요. 

오래된 집이 많다 보니 어떤 분들은 “1950년대 지어진 집인데 가격은 2030년대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역시 돈이 상당히 많이 든다고 해요. 현재 산호세의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분을 만났는데요, 공사 기간은 기본이 1년에, 시의 규제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합니다.

역시 제 경험담 하나 추가할게요. 미국에서 집을 구할 때(월세) ‘질로우’라는 사이트를 주로 이용합니다. 이곳에서 신청하면 몇 명이 이 집에 관심이 있는지, 몇 명이 ‘신청’을 했는지 알 수 있어요.

월세 가격이 다소 저렴한 집이 뜨는 순간, 신청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습니다. 저는 5차례의 탈락 끝에 현재 집을 구했는데요. 무려 61대 1의 경쟁률을 뚫었습니다😭. 경쟁률을 보고 난 뒤 집주인의 간택을 받기 ‘월세를 더 준다고 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등 별생각을 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중심지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주택 중간가격이 처음으로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합니다(강남은 지금 얼마죠?). 벌써부터 저는 다음달 나올 전기세와 물세가 걱정입니다(미국 처음 와서 아무생각 없이 물을 썼다가 한 달 물세가 600달러가 나왔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절약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실리콘밸리 지도 [출처 미상]

아시안이 점령한
실리콘밸리

휴일에 집 근처 공원에 갔다가 깜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 큰 공원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의 90%가 아시아인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인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어딜 가도 마주치는 사람의 절반은 아시아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서니베일의 경우 인구의 약 49.3%가 아시아인이라고 해요.

산타클라라 카운티(산호세, 서비제일, 캠벨, 쿠퍼티노 등) 전체로 봐도 2020년 인구의 38.9%가 아시아계로 집계되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계가 이 지역 최대 인종 그룹이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 인도, 한국, 타이완 등의 출신이 두드러지는데요. 제가 생활하며 느낀 바로도, 식료품점이나 카페에 가면 일단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는 종종 한국말도 들리고요(어찌나 반가운지😭). 

산호세에 거주하며 IT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인은 이에 대해 “대학에서 수학, 과학 공부하는 사람이 한국 중국 인도말고 더 있겠냐”라는 말을 했어요. 그래서 찾아보니,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개발자 중에는 아시아계가 많았습니다. 미국 EEOC(고용평등위)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상위 75개 기술 기업의 전체 직원 중 약 41%가 아시아계라고 해요.

특히 중국과 인도 출신 인력이 핵심을 차지합니다. 한 지역 보고서를 보면,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직 종사자 중 무려 69%가 이민자 출신인데 그중 40%는 인도나 중국 태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AI나 반도체를 전공하는 건 거의 아시아인들뿐”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미국 대학원의 이공계 분야를 보면 외국인 학생 비율이 엄청 높은데, 한 연구에 따르면 전기공학 박사과정의 81%, 컴퓨터공학의 79%가 외국 유학생이라고 해요.

그만큼 미국 현지 학생보다 인도, 중국 등에서 온 인재들이 STEM(과학기술) 분야 대학원을 채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이 졸업 후 대거 실리콘밸리에 취업하니, 기술 기업에 아시아계가 많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해요. 미국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70% 이상을 인도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구 14억의 인도와 중국에서 몰려드는 우수 인력들이 실리콘밸리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집 근처를 걷다 완벽한 날씨에 저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

느린 서비스
완벽한 날씨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빠르고 온라인으로 척척 해내는 데 익숙한 제가, 이곳에서는 종종, 아니 자주 당황하곤 합니다. 서비스 절차가 느리고 아날로그적이거든요. 이를테면 신문이나 잡지를 인터넷으로 구독해놓고 해지하려면 꼭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겪어보니 사실이었고요. 지역지 신문을 신청했는데, 구독 해지 버튼은 없습니다. 해지하고 싶으면 전화하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요. 이덕주 기자 말로는 “전화하면, 안 받아”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구독상품 해지를 위해 전화를 걸면 이것저것 이유를 대며 해지를 만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클릭 한 번으로 가입시키고선, 해지는 전화하게 만드는” 편법이 흔하다고 해요. 헬스장 회원권은 편지로만 해지받는다든지, 케이블TV는 상담원이 붙잡고 늘어지는 등 온갖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FTC(연방무역위원회)에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아예 “클릭 투 캔슬(Click-to-cancel)”이라는 새 규정을 만들었을 정도예요. 이제는 온라인으로 가입 받은 서비스는 해지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받도록 강제하는 규칙입니다.

이 규정 덕분에 조만간 귀찮은 전화 해지 절차도 사라질 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아직은 인터넷으로 몇 번 클릭하면 될 일을 굳이 사람 붙잡고 통화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저같이 성미 급한 사람은 살짝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영어도 익숙지 않다 보니 용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날씨가 다 했다

마지막으로, 캘리포니아의 날씨야말로 이 비싼 삶을 견디게 해주는 보상이 아닐까 싶어요. 이곳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날씨에 세금 낸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했는데요, 정말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날씨는 쾌적함 그 자체입니다. 1년 내내 온화하고 맑은 날이 대부분이라서 우울할 틈이 없어요. 실제 자료를 찾아보니, 실리콘밸리의 수도라 불리는 '새너제이' 지역의 경우 연평균 약 301일이 화창한 날씨라고 합니다. 1년이 365일이니 거의 하루하루가 맑다는 얘기에요.

연평균 기온은 섭씨 15.8도 정도로 선선하고, 한겨울에도 눈 대신 비가 조금 올 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드뭅니다. 특히 여름철 습도가 거의 0%에 가까울 만큼 건조해서 불쾌 지수도 낮아요

여름철 습도가 0이라는 게 어떤 느낌이냐면요. 이곳에 오기 전, 쿠퍼티노에 살고 계셨던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난 샤워를 안 해. 땀이 안 나거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나”라고요. 처음에는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오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날, 가령 일부러 조깅이나 줄넘기하지 않은 날에는 자기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오늘 씻었나?” 습도가 낮다 보니 땀이 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불쾌하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 날씨는 습도 때문에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지역이 바다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안가처럼 안개가 끼거나 폭염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강수량도 연 400mm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에요. 가을~봄 사이에만 비가 조금 오고 여름에는 아예 우산 쓸 일이 없다고 합니다.

매일 파란 하늘 아래 출근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비싼 물가에 한숨 쉬다가, 하늘 쳐다보며 "아 날씨에 세금 내는거지"라는 말로 하루를 마치곤 합니다😄
Briefing  
붉은 제목을 누르면 상세 내용으로 연결.
메타가 반복적으로 타인의 콘텐츠를 재사용하는 계정에 대해 게시물 확산 축소, 수익 창출 제한 등의 제재가 적용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AI 기술 확산으로 양산되는 저품질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 역시 AI 도구로 양산된 반복적 콘텐츠에 대해 수익화를 제한한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AI 시대 콘텐츠 관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를 강조하던 메타가 내부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어요. AI 초지능 팀을 이끌게 된 알렉산더 왕이 최근 내부 회의에서 폐쇄형 모델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또한 저커버그는 내년부터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의 가동이 시작된다고 밝혔어요. 엄청난 자금으로 AI 주도권을 잡으려는 메타, 이 도전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요. 

최근 AI 코딩 기업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의 인수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놓친 윈드서프를, 구글이 24억 달러를 주고 핵심 인재와 기술 라이선스를 가져갔고, 곧바로 AI 코딩 기업 코그니션이 윈드서프를 인수했습니다. AI 코딩 기업을 인수하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자체 모델 고도화 등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드리는 말씀

넋두리가 많았습니다. 한 달 동안 경험한 일은 시트콤을 찍어도 될 정도로 좌충우돌 그 연속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한가지 일화를 소개해 드릴게요. 전기료와 난방비 결제를 위해 PG&E라는 기업에 ‘전화’를 해야 했습니다(온라인은 왜 안되는가!). 


열심히 제 상황을 얘기하고 답을 기다리는데, 상담원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좋아요. 당신은 어떤 언어를 쓰죠? 통역을 부를게요”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연습을 통해서 할 말을 정리했고, 그대로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과 함께 여차저차 통역사와 함께 일을 마쳤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난 뒤 옆을 보니 아내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이러이러한 일에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을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I can help you)”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고 해요. 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요. 


물론 성문기본영어와 맨투맨으로 영어를 배운 제 발음에 상담원은 일단 당황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내가 널 도와줄게” 했으니 놀랐을 것 같아요. 슬픕니다.


오랜만에 쓰는 레터에 또 말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다음 주부터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독자분께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이삿짐이 예정보다 늦게 오는 바람에 보름 이상을 짐 없이 지냈는데요. 결국 햇반과 냉동식품 등으로 버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구수한 한식 추천해 드립니다. “어리바리한 기자 한 명이 미국에서 그렇게 어리바리하게 살고 있대” “아니 글쎄 상담원한테 전화해서 자기가 도와준다고 했대”라는 담소를 나누시며 삼계탕, 순두부, 김치찌개, 불고기, 제육볶음, 떡국, 순대라면, 순댓국, 곱창, 돼지갈비, 청국장, 떡볶이, 비빔 냉면...


저 대신 맛있게 드셨으면 합니다. 빠르게 마치겠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오늘의 레터(901호)를 평가해주세요!  
  
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miraklelab@mk.co.kr
02-2000-2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