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벌써 1월이 끝나가고 있는데요! <MH and Chill>로는 올해 처음 찾아뵙게 됐네요. 이제 작년이 되어버린 12월과 1월 초에는 유독 눈이 자주 내린 것 같아요. 집 안에서 볼 때는 좋지만, 막상 외출할 때면 너무 춥고 길도 얼어서 힘들었죠. 이번 레터에서는 ‘눈’과 관련된 영화 한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

🤫 구월의 관람 포인트 🤫

•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한없이 작아지는가

• 이것은 비극일까, 혹은 기적일까?

• 담백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충격적인 실화

  자연이란 때로는 한없이 아름답지만, 때로는 한없이 공포스러운 대상이죠. 특히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거대한 자연 앞에 무력해지곤 하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이런 상황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1972년 10월로 돌아갑니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대학생 아마추어 럭비팀은 졸업을 기념해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여행 경비를 충원하기 위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그리고 지인까지 데리고 칠레 산티아고로 떠나기로 하죠.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다 같이 비행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여행에 대한 들뜸과 설렘으로 소란한 비행기. 어느새 창밖으로 안데스산맥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산맥을 넘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칠레에 도착하죠.

  그런데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비행기가 덜컹거리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인 데다, 곧 산티아고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에 모두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죠.

  그런데 산맥을 넘는 순간. 비행기가 그대로 충돌하고 맙니다. 후미는 완전히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고, 남은 선체는 산맥 어딘가에 추락해버리죠.

  승객 중 대부분이 사망하고, 심각한 부상을 입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 채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이중 알베르토를 비롯해 다치지 않은 사람들은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무전기는 먹통에, 조종사는 “쿠리코를 지났어요.”라는 말만을 반복하다 사망하고 말죠.

 “밤이 급습하듯 찾아왔다. 순식간에 기온 30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버티기 힘든 새벽의 추위가 연이어 찾아옵니다. 추락에서 살아남은 자들도 말도 안 되는 추위에 비명을 지르고, 서로 온몸을 밀착해 밤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었죠.

  밤이 지나 캄캄한 선체 내부로 빛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빛이 비추는 아래에 추위와 부상으로 죽어간 이들은 더 선명해질 뿐입니다.

선택과 선택

  살아남은 자들은 죽지 않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비행기 안에 공간을 만들자.”

“오늘 밤에는 몇이나 죽을까?”

“아무도 안 죽어, 카를리토스.”

  사망자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볕이 드는 곳으로 옮겨 보살피고, 좌석을 뜯어내 공간을 만들고, 쓸만한 물건들을 전부 한곳에 모으죠. 

  바로 몇 시간 전까지 함께 있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곁을 떠나버립니다. 살아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애타게 수색대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 죽지 않고 무사히 넘기는 것뿐이었죠.

 “내일은 와.”

“우리 꼭 발견될 거야.”

  럭비팀 주장이었던 마르셀로를 비롯해 몇몇은 수색대가 자신들을 찾아올 거라 믿지만, 몇몇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합니다. 강추위는 여전했고, 식량은 부족해지기 시작하죠. 특히 추위에 배고픔은 점점 빠르게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선 비행기가 안 보여.”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판단하에 생존자 중 일부가 배터리를 찾기 위해 떨어져 나간 후미를 찾으러 나섭니다. 그런데 후미는 발견하지도 못하고, 다른 사실을 깨달아 버립니다. 바로 위를 지날지라도, 비행기를 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

“우리는 6일을 굶었다.”

“굶어 죽을 순 없어. 필요하다면 시체라도 먹을 거야.”

  발견될 희망은 점점 사라져만 가고, 먹을 것조차 부족한 최악의 상황. 생존자들은 선택의 상황 앞에 놓이게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다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고 있었죠. 구조대가 올 거라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마르셀로조차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신은 아무 상관없어.”

“내가 죽으면 날 먹어도 좋아.

그래서 너희가 살 수 있다면.”

  먹을 수 없다는 이들과, 먹어야 한다는 자 사이에 언쟁이 벌어집니다.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괴로워하죠. 하지만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내린 이들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요?

“스트라우치가의 사촌들이

가장 괴로운 일을 맡았다”

  결국 이 중 몇 명은 모두가 피하던 일을, 모두를 살리기 위해 맡습니다. 시체를 먹지 않는 자조차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죠. 살아서 돌아가기 위한 선택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라도 희망의 끝을 놓지 않던 그들 앞에 비극적 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루과이 비행기 사고에 대한 수색 작업이 종료되었습니다.”

  기적적으로 발견해 수리한 라디오에서 분명하게 ‘수색 종료’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죠. 슬픔과 절망이 생존자들을 덮칩니다. 이제는 인육을 먹지 않았던 이들조차 끝내 먹을 수밖에 없었죠. 이 산맥을 넘어가기만 하면 칠레가 있는데, 폭풍은 거세지고 생존자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과연 그들은 끝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살아서 소중한 이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담백한 비극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1972년 발생했던 실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승객 40명, 승무원 5명을 태운 우루과이 공군 571편이 안데스산맥에 추락한 사건으로, ‘안데스의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승객 45명 중 29명이 사망했으며, 16명이 생존해 72일 만에 생환했습니다. 돌아온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줬다고 해요.

  영화는 이 믿기지 않는 실화를 담백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 영화는 충격적일 정도로 생생한 사고 장면으로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절망과 슬픔만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매일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구조대 수색이 중단되고, 폭풍이 몰아치는가 하면, 굶주림에 더이상 까만 소변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을 과장하거나,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되죠. 무려 145분이라는 엄청난 길이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그 상황에 놓인 각각의 인물에 한층 집중합니다. 극한의 추위와 마주하게 된, 선택의 순간에서 갈등하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물들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죠.

  특히 영화의 배경이 새하얀 설원 혹은 어둠이라는 점에서, 순간순간의 표정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는 복잡미묘한 표정 속에는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죠.

기적을 만든 사람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도 훌륭하지만, 영화가 추락과 고립이라는 비극보다도 ‘생존’이라는 기적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72일이라는 시간을 견뎌 ‘생존’할 수 있었는지를 주목하고 있죠.

  영화 속 인물들은 하루하루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부상자를 챙기고, 사망자를 수습합니다. 서로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행동에 옮기죠.

  특히 그들은 서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갈등과 선택의 순간에서도 싸움보다는 이해와 배려가 앞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가 화자를 ‘누마’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데요.

  누마는 변호사 시험을 앞둔 학생이자, 신을 믿는 독실한 종교인 중 한 명입니다. 따라서 그는 영화 속에서 또렷하게 나타나는 ‘생존’과 ‘신념’ 사이에서 ‘신념’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누마는 인육을 먹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수색에 나서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끝끝내 인육을 먹지 않기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마가 그들을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인육을 선택한 이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죠. 오로지 각자의 선택만이 존재할 뿐, 영화 속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으며,  비난받을 이유 또한 없습니다. 

“난 이제 다른 신을 믿어.”

“나는 로베르토를 믿어. 난도와 다니엘, 피토를 믿어. 먼저 간 친구들을 믿어.”

  생존과 죽음 앞에서 그들은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기보다, 서로의 위로와 희망이 되어주고 사랑하기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티끌 같은 희망 앞에서도 유머와 웃음, 때로는 환희가 존재해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지만, 어쩐지 그 순간에는 따뜻함까지 느껴질 정도로요. 이는 푹푹 꺼지는 설원을 딛고서, 72일 만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죠.

  생존자 중 누군가는 죽은 이들이 남긴 물건을 빼먹지 않고 전부 챙기기도 합니다.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의 사진과 회상이 이들을 살고 싶게 만들며, 살아남은 이들을 끝까지 살게 만들죠.   

  살아남기 위해,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어떤 의미 없는 죽음도, 허무한 죽음도 없습니다. 영화가 생존자와 사망자를 그리는 방식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우리의 마음을 한층 먹먹하게 만들죠. 

  저는 여러분이 이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봐주길 바랍니다.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말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살아 돌아갈 수 있었는지 말이에요!

  누군가는 끝내 돌아가지 못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 연인,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순간, 생존자와 사망자라는 딱딱한 글자가 아닌, 78일이라는 시간 속에 담긴 이야기가 먹먹하고 진한 여운으로 남게 될 거예요. 

🖋️ 구월의 한 줄 평 🖋️

 기적은 찾아오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월 에디터의 스낵 코너🍿🥤

  오늘의 레터를 마치며, 영화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을 보셨을 분들, 앞으로 볼 분들, 그리고 이 여운을 더 길게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추가적으로 작품을 소개해 드려요👋

  왓챠피디아 한 줄 평에 상대가 ‘공감’을 누르며 소통이 시작됐다고 해요. 무려 3년 동안 취향 매칭률이 96%에 달한 두 분은, 첫 만남에 영화를 본 이후 점차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 만나보니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해 친구로 지내기 시작했지만, 결국이 연인이 되었고 최근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해요. 👰🤵

  이 놀라운 소식을 받게 된 CS팀은 많은 사람에게 이 소식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식에, 놀라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는데요. 영화 취향이 맞는 사람과 앞으로도 계속하게 된다니! 새해에 알맞은 정말 아름다운 소식이지 않나요? 😊

출처 : 왓챠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