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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Social Value, 사회적 가치를 만나는 MSV 뉴스레터에서는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포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접근성'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Playgrounds in Germany
독일의 흥미로운 놀이터들
 
'헉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사진을 보자마자 약간의 충격과 동시에 우리 아이가 저기 가면 진짜 재밌어하겠다고 생각한 놀이터가 있습니다. 독일의 뮌헨 동물원 놀이터인데요. 장작처럼 쌓여있는 나무들을 발로 딛으며 끝까지 올라가 미끄럼틀로 쭉 내려오는 조형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그 외에도 정형적이지 않으면서 각각의 스토리가 담긴 여러 놀이터들이 인상 깊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독일에서 거주할 당시에 아이와 함께 많은 놀이터들을 방문했던 이연재 대표님의 글을 통해 인사이트를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글, 사진 이연재

독일공인놀이터 전문가, 와이플레이랩 대표

1. 트라브뮨데 해변 놀이터 : Travemünde Strand

발트해를 바라보는 트라브뮨데 해변가에는 오래전 난파된 배와 부서진 잔해들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아이들은 뭔가 대단한 것을 찾은 듯 빠르게 뛰어간다. 아주 오래 전에 가라앉은 해적선이 이곳까지 떠내려온건가? 보물이 담겨있었듯한 나무 상자들도 여러 개 있다. 가장 큰 상자 속은 보물을 숨기려고 했는지 땅 속 깊이 파여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보니 텅 비었다. 하지만 왠지 해적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든다. 바다에서도 튼튼히 견디는 라치Larch와 밧줄로만 이루어진, 오래되어 바랜 나무색이 더 실감나는 이 곳은 놀이터다. 색상도 나무색 그대로라서 바다의 풍경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꼭 몇 백년동안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 호기심에 이곳 저곳을 탐색하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놀이를 즐긴다. 그리고 그렇게 바다를 즐긴다.

© German-architect
2.뮌헨 동물원 놀이터: München Zoo


뮌헨의 동물원은 규모가 굉장히 크지만 놀이터 또한 여러곳 있고,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동물은 쭉 훑으면서 잠깐 보고 지나가지만 놀이터에서는 오랜시간을 보내며 논다. 동물원 안에 있는 놀이터가 좋아서 연간 이용권을 끊는 아이들도 많다. 이곳의 메인 놀이터는 화려하진 않지만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위 통합놀이터 모습이여서 좋다. 동물원, 식당, 자연과 놀이터가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고 특별하지 않지만 편안해서 좋다. 놀이터는 다양한 기능을 배치해서 자신의 신체능력에 따라 선택하며 놀 수 있다.

시작부분과 끝부분, 울타리, 난간이 아무것도 없는 짧고 넓은 미끄럼틀은 만만해 보이고,

이용자 마음대로 활용해 볼 수 있는 형태다.

삐뚫어진 빌딩 모습의 아찔함이 안으로 들어가서 어떻게든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고 말리라! 라는 도전의식을 갖게 한다. 사진에서처럼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도 동물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끝까지 논다.

3. 킨더호스피스 놀이터: Kinderhospiz Sonnenhof, Berlin

누구에게는 평범한 생활이 아주 짧게 허락된 사람들이 있다. 난치병, 암에 걸린 어린이들이다. 그 짧은 시간을 병실안에서 치료만 받다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동안 환자와 가족 모두 힘들고 지치게 된다. 킨더호스피스 (어린이호스피스)는 0세~27세까지 난치병이나 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을 위한 공간이다.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형제의 정신적 어려움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아픈 아이도 똑같이 놀고 싶은 어린 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에 있는 놀이터는 환자인 것을 잊게 해주고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놀 수 있는 평범한 생활 공간이다. 놀이터를 천천히 걸어가는데 처음엔 눈물이 났다. 그리고 여기에 앉아 햇살 받으며 깔깔거릴 모습에 웃음이 났다. 전체적인 느낌은 집의 뒷마당처럼 아늑하다. 휠체어와 보조기구가 다니기 쉽게 넓은 나무 데크 경사로와 무지개 빛이 비춰지는 무대, 해먹이 있다.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와 모래놀이, 물펌프, 매립 트램폴린이 있다. 아픈 아이가 놀기도 하고, 다른 아이가 노는걸 바라보면서 재활의 동기부여도 갖고, 형제들이 놀기도 한다. 무대에서는 음악 공연으로 많은 가족들이 함께 모이기도 하고, 환자와 형제들이 연극을 꾸미기도 한다. 이 놀이터는 특별한 곳에 있지만 특별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평범한 어린이들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서 좋다.

© Björnschulzstiftung
4.인슐래너 공원 놀이터 : Der Insulaner Park, Berlin

이 공원은 축구장, 수영장, 농구장, 작은 놀이터, 큰 놀이터, 물놀이터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결국 이 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오고 함께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 공원 옆 자동차 도로로 지나면서 항상 보이는 커다란 놀이기구는 한번쯤 들러보고 싶게 만든다. 막상 이 놀이기구 앞에 서면 바로 노는 아이는 없다. 우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디로 올라가야 저 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수 있을까? 나는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고 싶으면 다시 내려올 수 있을까? 잠깐, 올라가면 끝이 아니네? 흔들다리도 지나야 하는군. 흠…나는 흔들다리는 무서운데.. 다른 방법으로 건너갈 길이 있을까? 내려오는 방법은 미끄럼틀로일뿐인가?


수많은 생각들을 한 후, 준비가 되면 몸을 움직이게 된다. 처음 시도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네트는 중간에 고무받침을 두어서 쉬어 갈 수도 있고, 언제든지 스스로 내려올 수 있어서 여러 번 재도전하면 된다. 놀이의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혼자일때는 놀이기구를 점령하고 파악하고 다루는 즐거움이였다면 친구와 함께일때는 놀이의 매개체로 이용하게 되기도 한다. 매일 와도 매일 다르게 놀게 되는 놀이터다.

5. 맨발공원 : Barfuß Park, Beelitz


"신발 밖으로 나오세요"

15헥타르의 넓은 숲에 거친 자연 산책로와 다듬어진 산책로, 놀이터가 골고루 섞여있는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자연과 모험이 가득한 곳이다. 입구 사물함에 신발을 넣어두고 밖으로 나온 맨발은 다양한 이상한 것, 아픈것, 좋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잘게 부서진 유리, 딱딱하고 뾰족한 솔방울, 나뭇가지, 진흙, 모래…  익숙하지 않은 발바닥의 촉감으로 인해 온 몸은 긴장하고 놀라고 힘이 든 것 같지만, 사실은 몸과 정신이 가벼워진다. 신기하게도 발바닥 뿐만 아니라 몸 속 세포 하나하나까지 모두 살아나고 깨끗이 씻겨진 기분이 든다. 자연과 몸이 연결된 느낌은 몸을 편안하게 하고 만나는 타인들과도 원활한 소통으로 연결되어 세상이 부드러워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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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흥미로운 놀이터>의 전체 내용은 매거진 MSV 세 번째호인 <Play>호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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