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의 빅테크 읽기] 4화. 거물들과 임직원들이 모두 나설 때 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 4화는 빅테크의 사업과 실리콘밸리의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임직원들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페이스북 파일'을 세상에 알린 프랜시스 하우겐이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토대를 만들었던 이들 덕분이기도 한데요. 어떤 이들이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4화. 실리콘밸리에 반기 드는 임직원들 '페이스북 파일'이 커질 수 있던 이유 지난 [키티의 빅테크 읽기] 3화인 페이스북의 빛과 그림자에서 페이스북(메타)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은 개인 내부고발자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대정부 정책을 짜서 실행에 옮겼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페이스북 파일> 연재가 시작된 후 하우겐은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60 Minutes(60분)>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다음 날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톱클래스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발휘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PR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뿐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CNN, 테크 전문 매체인 리코드(Recode) 등에서 페이스북 관련 폭로 기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우겐이 무려 1천 페이지가 넘는 자료 - 주로 노트북 화면에 띄운 사내 문서를 폰카로 찍은 사진 - 를 WSJ 이외에도 디 애틀랜틱, AP, CNN, NBC, 폭스 비즈니스, 뉴욕타임즈 등 16개 매체의 톱 IT 기자들을 업무 협업 툴인 슬랙(Slack) 방에 모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이버 기자실’을 연 셈이다. 이 슬랙 방의 이름은 디 애틀란틱 기자가 농담처럼 제시한 '우리가 같은 컨소시움이라니(Apparently We Are a Consortium Now)'였다. (평소에는 경쟁 관계에 있고, 성향이 크게 다른 각각의 매체들이 공통된 목표(?)를 위해 모였기에 다소 복잡미묘한 심경을 표현한 말이었다) 하우겐은 기자들에게 자료를 배포하며 '엠바고'(embargo, 공공기관이나 상장기업 등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기자단에게 특정 날짜 전까지는 보도하지 말 것을 부탁하는 것)를 걸기도 했다. 단독, 특종을 위해 언론사들도 서로 경쟁하므로 공동작업을 위한 단톡방에 모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하우겐은 미국 외에도 유럽에서 비슷한 언론인 슬랙 방을 열었다. 미국 이외의 지역, 특히 아시아, 남미, 중동 등에서 어떻게 페이스북이 범죄에 악용되고 민주주의를 악화시키는지 알면서도 방치하는 현실을 보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가히 글로벌한 PR 캠페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이런 내부고발자들은 아예 한 매체에 단독 기사를 주거나 위키리크스(Wikileaks) 같은 곳에 자료를 뭉텅이로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우겐은 그 중간 노선을 택했다. 어느 모로 봐도 PR전문가의 작업이 분명했다. 그런데 하우겐의 행보를 보면서 '세련된 PR/GR(Government Relations, 대정부 관계) 전략'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10년 사이, 페이스북 이외 테크 기업 출신 내부고발자들, 또는 비판론자들이 다수 출현하고 물밑에서 열심히 작업한 결과 하우겐과 같은 대형 내부고발자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들이 탄생하는 실리콘밸리의 문제와 임직원들의 문제 제기는 계속되어 왔다. 계속 목소리가 나오게 만든 이들 그런 내부고발자 중 한 명은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 내부 인종차별을 고발한 이페오마 오조마(Ifeoma Ozoma)이다. 오조마는 핀터레스트(Pinterest)의 공공정책팀에서 일하면서 사이트 운영에 인종다양성 요소를 반영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다른 직원이 극우 세력과 공모해 오조마의 개인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오조마는 흑인 여성이다)이었다. 그러던 중 2020년 회사가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자 오조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겪은 회사 내 인종차별을 공개했다. 오조마는 자신의 폭로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그는 테크 내부고발자를 돕기 위한 <테크 노동자 핸드북 Tech Worker Handbook>을 펴냈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 내부의 부당함이나 차별적이거나 반민주적인 알고리즘, 불법행위 등을 고발하고 싶은 (특히 테크 기업) 직원들을 위해 변호사 선임부터 미디어 활용 요령까지 적힌 가이드라인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오조마는 회사의 기밀유지동의(Non-disclosure Agreement) 조항 때문에 내부고발을 못 하는 기업 직원들을 위해 '더 이상 침묵 당하지 않는다(Silenced No More)'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주의 법 조항을 기안했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상하원을 통과했고 지난 10월에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서명하는 성과를 냈다. 이 법안으로 기업 내 괴롭힘이나 차별을 말하고 싶어도 NDA 때문에 주저했던 캘리포니아 내 기업 내부고발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법적 환경이 마련됐다. 오조마의 가이드북에서 '어떻게 미디어를 활용하는지' 부분을 집필한 사람 또한 전직 빅테크 기업 직원이다. 우버 PR 담당으로 일하다가 퇴사해 내부고발자들과 미디어를 연결해 주는 스토리 플랫폼인 '라이오네스(Lioness)'를 차린 에어리엘라 스타인혼(Ariella Steinhorn)이 그 주인공이다 . 라이오네스는 테크 기업 직원들의 제보를 받아 작가 출신 공동창업자가 다듬어 올리고 언론에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개발 기업인 블루 오리진의 내부 문제를 고발하는 글을 플랫폼에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블루 오리진 전현직 직원 21명이 참여했다. 내부고발로 잘못된 회사 경영과 실리콘밸리의 이면이 밝혀진 대표적인 케이스는 우버와 피 한 방울로 각종 병을 진단하겠다던 테라노스(Theranos)이다. 드라마틱한 이들의 이야기는 TV 시리즈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빅테크에서 더 커지는 직원들의 목소리 이렇게 보면 주로 차별 등의 개인적 이슈가 내부고발의 주요 이유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직원들은 다양성 이슈에서 확장해 각종 기업윤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파벳(구글)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전설적 개발자 앤디 루빈(Andy Rubin)이 사내 성희롱을 일삼아 물러나게 됐는데, 회사가 그에게 어마어마한 위로금을 준 것이 씨앗이 됐다. 알파벳 노조는 성차별, 다양성 이슈 제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노조는 알파벳이 미 국방부에 구글 AI로 미군이 드론 공격 타격지점을 정교화하는 프로덕트를 납품하는 데 반대한다. 또 인공지능윤리 책임인 팀닛 게브루(Timnit Gebru)를 회사가 해고한 것도 비판했다. 스탠포드대 출신의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인 게브루는 구글 언어분석 기술 바탕에 편파적 표현 텍스트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비판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회사가 논문 철회를 요구했다며 반발 하다가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직원들이 보다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요구하며 노조 결성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아마존의 화이트칼라 직원들은 아마존이 기후변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BP나 셸(Shell) 같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빅오일 기업 등에 AWS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플은 다른 테크 기업과는 다르게 비교적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플에서도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슬랙 메신저와 토론창이 활성화되면서 애플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사 내의 성차별, 임금 차별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물론 경영진은 이를 마뜩잖아한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 테크 기업 직원들은 때로는 단체행동을 통해, 내부고발을 통해 입법, 규제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내부고발로 미국과 유럽의 테크 규제에 더욱 가속도를 붙인 프랜시스 하우겐의 뒤에는 누가 있었을까? 우선 전문가 조력자들이 눈에 띈다. 하우겐의 법률 자문은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을 최초로 주창한 것으로 알려진 로렌스 레시그(Laurence Lessig)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맡았다. 공식 법적 대리인은 아닌 프로보노(pro bono, 무료 법률 서비스 제공) 형태다. 레시그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 공보담당이었던 빌 버튼(Bill Burton)을 프랜시스 하우겐에게 소개했다. 빌 버튼이 세운 '브라이슨 질레트(Bryson Gillette)'는 정치 캠페인과 공공정책 전문 PR 회사다. 광범위한 자선 사업을 하는 중인 이베이 창업자는 현재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26번째 부자이다. © 포브스 #1. 실질적 임팩트 만들겠다는 이베이 창업자 ON은 하우겐의 공식적 법적 대리인인 ‘휘슬블로어 에이드(Whistleblower Aid)’에 15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ON이 운영하는 단체인 중 하나인 ‘루미네이트(Luminate)’는 하우겐의 유럽 PR 운영을 지원한다. ON은 레시그가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 CC*)에 지난 2008년 투자하기도 했다. CC는 창작자가 저작권의 부분적 공유를 허용하는 저작물을 독려하는 NGO다. 하우겐의 미국 PR을 담당하는 빌 버튼은 '인도적 기술센터 Center for Humane Technology' 임원이기도 한데, 이 센터의 홈페이지에 표기된 후원 기관 중 가장 앞에 써있는 곳이 바로 ON이다. 이 센터는 구글의 윤리학자 출신인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를 비롯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에 출연한 전직 소셜미디어 기업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인연으로 하우겐은 트리스탄 해리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테크기업 내부고발자, 예일대 교수, 연구기관의 공통적 뒷배경인 오미다이어는 과연 누구인가? 오미다이어는 200억 달러(약 23조 6500억 원) 가까이 재산을 소유한 임팩트 투자자로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6위 부자다. 기업공개(IPO)나 회사 매각을 통해 큰 부를 얻은 실리콘밸리 부호 중에서도 오미다이어는 독특한 여정을 걸어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중고거래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큰 마켓플레이스로 성장시킨 오미다이어는 이베이를 설립했을 때부터 사회적 가치에 관한 생각이 남달랐다. 이베이 상장 전 회사 내에 공익재단 ‘이베이 재단(eBay Foundation)’을 자사주 출연 방식으로 설립했다. 비상장 회사가 공익재단을 만든 최초의 사례였다. 이어 2001년 재산의 99%를 세 자녀에게 상속하는 대신 사회에 기부한다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를 했다. ... 이베이 창업자 뿐만 아니라 어떤 실리콘밸리 거물이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다음 내용은 커피팟에 '샷 추가' 하시면 계속 읽어보실 수 있어요. '샷 추가'하고 더 많은 이야기도 꾸준히 받아보세요! 🙌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이제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로 당분간 한 달에 한 번 찾아올 예정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