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크리에이터 #추억을팝니다. #중산층
#틱톡크리에이터
안녕, 오늘도 네로황제야. 어제 #토카토카댄스에 관해 월미레터를 발행하고선 이틀 연속으로 만나네. 이미 써놓은 게 있어 그냥 보냄.😉

  요 며칠 나는 릴스를 초집중해서 봤어. 우선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스크롤을 하며 마음에 드는 영상엔 아낌 없이 좋아요를 눌렀어.

  그렇게 한 시간을 보고 나니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알게 됐는데 역시나 클래식 음악이었어.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아래야.
지난 10월 27일에 틱톡・쇼츠・릴스에 동시에 업르드된 것으로 내용은 이래.

  기차역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남성에게 8살 아이가 다가와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를 연주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 Yes라고 답하며 한 소절을 들려줬더니 함께 연주해도 되느냐 청하고선 이내 환상의 하모니가 펼쳐지며 기차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감동에 빠져 들었다는 꿈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현재 릴스 1.8억 뷰, 쇼츠 1.3억 뷰를 찍었고 틱톡에선 무려 3.8억 뷰나 돼. 어제 소개한 #토카토카댄스가 800만 뷰였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조회수야. 게다가 영상을 업로드한 이는 Van Toan Lam이라는 프랑스 피아니스트로 인스타 팔로워 186만 명, 유튜브는 419만 명이고, 틱톡은 천만 명이 넘어.
  

  이런 숫자들이 감이 잡히지 않을 텐데 한국에서 K-아티스트나 방송국 등을 제외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만 비교하면 20위권 오르내리는 수치. 참고로, 뉴진스가 틱톡에서 최근에야 팔로워 천만 명을 넘겼어.


  #animedance와는 또다른 거대한 세계가 존재하는 거지. 그래서 몇몇 피아노 연주자들의 릴스를 더 찾아봤는데 내 마음을 사로잡은 또다른 영상은 이거였어.
Emil Reinert라는 독일 피아니스트. 내용은 앞서와 비슷해.

  파리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 연주했더니 마침 소프라노가 그곳에 있었더라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코러스 부분에선 웨이터마저 열창을 하더라~ 덕분에 모든 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는 카더라. 🥰

  또다른 영상에선 하필(?) 파리의 코러스 앙상블 식사를 하고 있었고 모짜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 맞춰 모두가 합창을 하는데 진심 소름 돋게 감동적이었어. 그래서 그곳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 레스토랑 인스타를 팔로잉하고 홈페이지까지 들어가버렸지 뭐야.
#추억을팝니다.
그래 레스토랑. 맞아, 그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이벤트들이 모두 작위인 건 아니야. 하지만 기획이 가미된 것도 부정할 수 없어.

  피아노 연주 중에 우연히 만난 오페라 가수 컨셉은 실은 Big Mama라는 곳에서 모두 진행됐어. 두 명의 프랑스인이 2013년에 이탈리아에서 오픈한 레스토랑인데 워낙 맛있고 멋져서 프랑스와 영국, 독일, 스페인, 모로코로까지 진출하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더라고.

  Big Mama와 Emil Reinert가 어떤 계약을 맺었고, 오페라 가수들과는 사전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마케팅 효과는 분명 있어.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프랑스나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Big Mama는 꼭 가보겠노라 버킷리스트에 올려뒀으니.

  운이 좋다면 나도 그런 특별한 이벤트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을 테고,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런 마케팅을 할 정도로 감각 있는 레스토랑이라니! 뭔가 색달라 보이지 않아?

  실제로도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자신만의 운영 철학과 원칙이 확고히 서 있는 레스토랑이더라. 식재료를 어디서 왜 공수해 오는질 밝히는 건 물론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ESG 임팩트 보고서도 올려뒀더라고. 고작 식당일 뿐인데 대기업이나 쓸 법한 보고서라니. 놀랍지 않아?

  그래서 Big Mam에 더 가고 싶어졌어. 운영 디테일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달까? 멋진 식당 알려줘 고마워, Emil Reinert~
첫 번째로 소개했던 Van Toan Lam은 올해 2월에 기획사를 만들었더군. 결혼식이라든지 이런저런 이벤트에 와서 피아노 연주를 해달라는 요청이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실은 나 또한 그를 부르고 싶어. 이런 연출-

  피아노를 취미 수준으로 잘 치는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고. 그가 결혼 파트너를 위해 피아노 연주 계획을 세운 걸 내가 알게 된다면 깜짝 선물처럼 Van Toan Lam을 초대할 거야.

  친구가 피아노를 치는 중에 그가 나타나 자연스레 듀오 연주를 하는 거지. 세상에! 이렇게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나와 함께 연주를 한다고? 게다가 이 영상이 틱톡에도 올라간다면?

  꼭 결혼식이 아니어도 돼. Van Toan Lam처럼 완전 핫한 네임드 셀럽이라든지 클래식 음악일 필요도 없어. 중요한 건 정말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을 때, 틱톡 크리에이터를 불러 특별한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내 마음.
  
  물론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만 할 거야. 참석자들이 이런 문화를 낯설어하지 않아야 할 테고, 제일 크리티컬한 요소는 그들을 부를 만큼 나의 통장 잔고가 넉넉해야겠지. 하지만 음… 아… 흑… 😭
그래서 요즘 나는 futa.729s라는 일본의 PR 영상 전문가가 올려 놓은 영상을 보며 틱톡 잘 찍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댄스 챌린지는 내가 몸치라 어려운 데다 너무 많은 이들이 따라하는 건 그다지 개성도 없어 보이고. 그 대신 샷 몇 개를 찍은 후 편집만 잘 해도 꽤 멋진 영상화보를 만들 수 있겠더라고.

  백만뷰를 노리는 건 아니고, 지식 커뮤니티 시에라 소사이어티에선 매달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원정대원들에게 괜찮은 선물을 주고픈 소박한 소망이랄까?
  

  , 부장님. 제발 그런 건 좀…”과 유사한 욕망이라면 쓸데 없는 시도는 멈춰야겠지만, 아무튼 요즘 내 마음이 그래. 이왕 남기는 기록이라면 더 잘 남기고 싶다!


  그리하여 지난 월미레터에서 던졌던, 틱톡 크리에이터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추억이라 답하고 싶어.

  물론 내가 틱톡 생태계를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야. 게다가 영상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영재나 오페라 가수들이 정말로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 기념 이벤트처럼 사전에 합의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중요할까?

  모두에게 추억으로 기록된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잖아. 결국,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

  즉, 틱톡은 20초에서 1분 남짓한 시간일 지라도 이를 함께 영위할 수 있는 실재의 사람이 당신 옆에 있는질 되묻는 것과도 같은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어.

  한국사회에서 가족 이외의 사람이나 문화에 시간이나 돈을 투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중산층

중산층은 열망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현재 소속감을 느끼거나 혹은 가까운 미래에 속하기를 원하는 ‘사회적 정체성’을 제공해준 개념이 바로 중산층이었다.”


중산층을 남부럽지 않은 수준급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로 간단히 정의하고,...... 결국 중산층은 어느정도의 경제적 안정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고 이 경제적 여력으로 자녀 교육과 사회적 관계에서 남들이 하는 만큼 따라서 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해되어왔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중산층 하면 소득, 자산, 소비수준 주로 경제적 잣대로만 이들의 계급적 위치를 판단하게 것이다. 중간계층이 다른 계층보다 도덕적이고 문화적으로도 우수한 가치를 소유할 것이라는 가정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다.”

- 구해근, <특권중산층>(2022) p.37~8, 48
클래식 릴스를 돌려보며 내내 이 책이 떠올랐어.

  만약 한국에서도 이같은 틱톡을 만든다면 어떤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을까? 꼭 클래식이거나 한국의 전통을 강조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한 공간에 모인 낯선 이들이 위화감을 느끼기보다 일시적으로나마 자연스레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이벤트면 좋을 텐데.

  도통 떠오르지가 않고, 애꿎게 <특권중산층>이라는 책만 머리 속을 맴도는 거지.

  이 책은 꽤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어. 요지는, 한국이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중산층이 상당히 두텁게 형성되어 있었어. 그러나 IMF를 거치며 (명품)소비를 통한 신분 경쟁과 주거지의 계층적 분리, 그리고 격심한 교육 경쟁을 겪으며 경제적 양극화만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양극화도 심화됐다고 분석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두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 만들어진 결과야. 

  • 대기업・정규직과 이외 그룹 간의 소득 및 사회적 안전망 등의 격차가 점차 커져가면서 노동시장의 좁은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
  • 한국에서 경제적 상위 10%를 차지하는 신흥 상류 중산층의 많은 수가 엘리트로서의 능력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며 도덕적・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음.

  때문에 구체적으로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해.

①노동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신흥 상류 중산층일 지라도 부모 세대 지위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어렵게 되자 교육 경쟁 더욱 격심해짐.

②신흥 상류 중산층이 도덕적・문화적 가치를 수립해 사회통합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노력을 기울기보다 과시적 소비 경쟁 통해 중산층 이탈에의 불안을 잠재우고 계층 차별화 몰두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코즈모폴리터니즘이라는 일종의 문화적 자본은 획득했지만 다양한 문화에 대한 열린 태도는 결여되고 오히려 더 민족적이고 차별적인 경우 발생하고, 서구적 생활양식을 계급 구별의 기준으로 활용

  경제・사회・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는 여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달리 한국사회는 10% 남짓의 신흥 상류 중산층이 문화적・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회분열과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더 많이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인데.

  좀 어렵다. 핵심은, 내가 오늘 소개한 것과 같은 한국식 틱톡 이벤트를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건 내 상상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책을 꼭 읽어 보도록 해.
다음 월미레터 사전 서베이~
어느새 두 번의 월미레터를 발행했네. 유익하고 재밌었길 바라며~

  다음 월미레터에선 숨기고 싶은 웹툰・웹소설 보기라는 취미 다루려고 . 그래서 사전 서베이에 참여해줬으면 해.

  별 건 아니야. 요즘 연말이라 다양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결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캡처해 타입폼 서베이 올리는 거야. 더하여 내가 올해 읽은 가장 좋았던 웹툰・웹소설 하나씩도 추천해줘~ 월미레터와 함께 2023년 웹라이프를 회고해 보자고.
*ex. 네이버 → 올해 내가 열람한 웹툰  회차수

  그럼, 월플라워즈? 월미댁? 월미안?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아무튼 다음에 만날 때까지 모두들 안녕!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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