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사람에게서 느낀 감정

잉잉이님, 7월이에요. 진짜 여름이 왔습니다. 6월 초에 제가 얼마나 더 더워지려는지 걱정된다고 인삿말을 적었는데, 그땐 더운 것도 아니었어요🥺 뜬금 고백이지만 인삿말에는 늘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일을 적었다가, 아 이거는 살을 조금 더 붙여서 본문에 실어도 되겠다, 그렇게 거르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날씨 이야기 뿐이더라구요. 그래도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이니 날씨 이야기도 조금은 들어주실만 할까요? 하하. 오늘은 오랜만에 음악 한 곡 띄워봅니다.

*잉잉레터를 처음 열어보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 잉잉레터는 에디터와 구독자가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예요. 매주 에디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구독자들의 답변을 다음 호의 '레츠 톡 어바웃 이모션' 코너에서 나눕니다. 지난 호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편지를 들고 있는 이모(emo)를 눌러주세요!

잉잉이A

친동생이요! 어렸을 땐 하고싶은 일이 뚜렷하지 않아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던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턴 자기 일을 찾아 열심히 나아가는 동생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웠어요. 그리고 요즘엔 제법 전문가가 되어서, 제가 도움을 요청할 때도 많고... 일에 대한 고민도 나누다보면 생각이 깊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잉잉이B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적으면서 주변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잉잉레터야 고마워~

잉잉이D

지금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만났던 팀장님이요. 지금도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젠 더이상 같은 팀이 아니랍니다ㅠㅠ 항상 그 분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 잘해내야한다는 부담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동시에 생겼고, 혹시나 실망시킬까 하여 두려우면서도 묘한 안정감이 생겼어요. '장'의 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결정만 할 순 없잖아요. 자칫 결과가 나쁘더라도 혹은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혼자 짊어지게끔 내버려두진 않으세요. 자연스럽게 팀원들이 신뢰하게 되었고, 또 몇 년째 흐트러지지 않는, 예쁘게 꾸미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 회사생활을 한다면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롤모델이랄까요?

💦 낯선 사람에게서 느낀 감정

"세상에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들의 대부분은 낯선 사람과 과감하게 말을 터보면서 시작된다."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문장에 공감하며, 오늘은 '최근에 낯선 사람들에게서 느낀 감정'들을 엮어봅니다.

1. 봄의 끝 무렵, 도예공방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요즘 도예에 푹 빠졌거든요) 그날 유독 바람이 좋아 도로로 난 문을 열어두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학원차가 신호에 걸려 공방 문 앞에 멈췄죠. 무심코 차를 보다가 창문 너머의 학원 어린이들과 눈이 마주쳤는데요. 그러자 아이들이 저희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어요. 귀엽고 고맙고 기특하고 반가워라! 저와 공방 선생님도 손을 흔들며 아이들의 인사에 응했어요.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참으로 즐거운 순간이었답니다.

2. 하루는 아침 6시쯤, 아주 이른 시간에 버스에 올랐습니다. 거리에서 사람 한 명 보지 못했으니 버스도 텅텅 비어 있었지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금지된 사랑'을 감상하며 가만 앉아 있었어요. 절정에 달한 김경호의 고음과 바이브레이션에 조용히 감탄하던 중, 생소한 목소리가 한겹 더 들려왔습니다. 기사님의 샤우팅이었어요. 이내 제 존재를 알아차리시고는 머쓱한 얼굴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고 사과하셨죠. 웃으며 괜찮다고 말씀드리는데 몽롱하던 정신이 확 맑아지더군요. 하차벨을 누르고 내릴 때에도 우리는 큰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유쾌한 경험이었어요.

3. 마지막으로 엊그제, 귀가하던 중의 일입니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던 꼬마 아이 한 명이 저를 흘깃 보더니, 머뭇거리며 다가왔어요. 처음엔 저를 따라오는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성큼성큼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그 아이가 유리 문을 열고 따라 들어오더니 저에게 입을 오물거리며 하는 말, "안녕하데여!" 이럴수가 저럴수가. 일면식 없는 동네 주민1에게 인사하려고 친구들을 저 멀리 두고 따라와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가는 이 자그마한... 천사 같은 생명체는 뭐지! 저는 정말이지...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손만 격하게 흔들어주었어요. '내가 지금 말문이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데 너를 굉장히 반기고 있어. 인사해줘서 고맙구, 덕분에 남은 하루 기분이 좋을 것 같아. 다음에도 인사해주렴. 나도 너를 보면 인사할게.' 차마 말로 뱉지 못한 이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낯선 이와 인사를 나눌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또한 주고 받은 것 같았어요. 이들의 침투력, 하루를 즐거움으로 물들이는 힘은 얼마나 강력하던지! 열심히 적고 보니 제가 먼저 다가간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반성하게 됩니다. 오늘 레터는 이따금이라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보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잉잉이님은 최근 낯선 이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