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요즘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연장되고, 먼지도 너무 심하고 필수적인 곳 외에는 밖을 돌아다니기 힘듭니다. 일상생활을 예전처럼 하지 못하는 기간이 워낙 길어졌기에 우리는 갈수록 지쳐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보면서 왠지 인물들의 심리를 조금은 알것같은 마이클 파웰 감독과 에메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검은 수선화>(1947)를 소개하려합니다.

마이클 파웰 감독과 에메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영화들은 그 당시 브리티시 시네마의 흐름인 다큐멘터리, 리얼리즘, 그리고 사회 시사적인 영화들과는 꽤나 다릅니다. 이들의 영화들은 사실주의와 현실도피적인 판타지 사이를 오가기에 어느 한쪽에 확실하게 카테고리화 시키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닙니다. 
이들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이 두 감독이 약 18년 동안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사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항상 같이 시나리오까지 써서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들입니다. 그 긴 세월을 파트너로 지내고도 끝조차 안 좋게 헤어진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가까운 친분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를 파트너와 항상 같이 썼던 빌리 와일더(<이중 배상>(1944),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선셋 대로>(1950)의 감독이죠!)조차 얼마나 그러한 파트너쉽을 오랫동안 잘 유지하기 어려운지에 대해 결혼을 비유삼아 이야기했던것을 생각해보면 파웰과 프레스버거는 정말 특별한 사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마이클 파웰과 에메릭 프레스버거는 특히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들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콜세지의 권투 영화 <성난 황소>(1980)를 왜 흑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납득시킨 이도 마이클 파웰이었고, 스콜세지는 <셔터 아일랜드>(2010)를 만들때에 배우들에게 오늘 소개할 <검은 수선화>(1947)를 보게 하기도 했습니다. <셔터 아일랜드>(2010) 또한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오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들의 영화와 연결지점을 찾을수 있죠.
<검은 수선화>(1947)는 수녀들이 인도의 오지에 가서 수녀원을 세우려고 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녀원으로 사용하려는 곳은 옛날에 하렘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워낙 높은 곳에 있어서 항상 바람이 불고 으스스한 곳입니다. 바람소리와 함께 한때 화려했던 벽화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치 실제로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힘든 환경에다가 말도 잘 안통하는 오지에서 갇혀지내면서 모든 수녀들이 혼란을 겪고 힘들어하지만, 그중에서도 루스 수녀가 가장 큰 변화를 겪습니다. 루스 수녀는 절벽 아래에 있는 마을에 살고 있는 서양 남자인 딘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그와 계속 교류를 해야 하는 주인공을 질투하게 됩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루스 수녀의 억압되어 있던 욕망과 감정들이 분출되면서 시작합니다. 이 클라이막스에서 주연인 데보라 커보다 루스 수녀의 역할을 맡은 캐서린 바이런이 훨씬 빛이 납니다. (실제로 캐서린 바이런은 나이가 들어서도 길에서 "당신이 그 미친 수녀 맞죠?"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수녀들이 영화의 주인공인만큼 욕망과 감정들은 영화 내내 억압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루스 수녀의 욕망과 마음이 광기로 표현될때에 그만큼 대비는 크게 느껴집니다. 또한 오히려 모든것이 억압받고 절제되기에 그만큼 인물간의 텐션이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다가옵니다. 분명 알몸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육체의 접촉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는데도 영화에는 성적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진정으로 에로틱한 첫 영화 중 하나" ("one of the first truly erotic films")라고 표현했고, 영화는 개봉 당시에 검열당하기도 했습니다.
수녀라는 소재로 공포분위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주는 영화 <검은 수선화>(1947)였습니다.

이번주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해서 수녀들이 괴로워하는 마음을 알것 같아서 괜히 더 서러워졌습니다. 지금까지 안 돌아버리고 잘 지내는 우리는 대단한거라구욧...!😭😭


P.S.<검은 수선화>(1947)는 현재 왓챠, 웨이브, TVING,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테크니컬러로 인한 강렬한 색감들은 영화의 또 다른 감상포인트입니다😉

P.S.S. <검은 수선화>(1947)가 영향을 주었던 스콜세지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2010)넷플릭스, TVING,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P.S.S.S. 마이클 파웰과 에메릭 프레스버거의 또 다른 영화가 보고 싶으신 분은 이들의 다른 대표작 <분홍신>(1948)을 추천드립니다. (왓챠, 웨이브, TVING,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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