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김보현 기자입니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 여러분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대체공휴일이지만 출근한 독자분도 계실 것 같아요.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개인사업자,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이주노동자 등 취재를 하며 만난 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어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는 며칠 밤을 새고선 링겔을 맞고 있다는 사진을 보내왔어요. 이들의 노동권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생각이 많아지는 5월입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는 대구경북 지역 노동 이슈의 현 상황을 짚어보는 내용으로 준비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보호하려다 실형을 살게 된 김민수 씨 사건, 고공농성 110일을 넘긴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의 상황, 농기계 부품회사 조양한울의 해를 넘긴 노동탄압 세 가지입니다. 좀 더 궁금해진다면 뉴스민 홈페이지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작합니다! 
▲5월 1일 노동절 대구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노동절에는 같은 장소의 5차선 도로에서 진행됐으나, 올해는 경찰이 1개 차도를 제외한 4개 차도만 사용하도록 펜스를 치면서 경찰과 참가자들 간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 가장 먼저 꼽은 노동 이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탄 버스를 몰다 단속 공무원들을 다치게 한 김민수 씨 사건입니다. 지난주 법원의 2심 판결이 나왔죠. (👉관련 기사 확인하기)

박중엽 기자🎤 5월 1일 선고기일이 있었는데요. 저를 비롯해서 이주민 단체 쪽에선 집행유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었어요. 김민수(가명) 사건을 보러 온 사람들도 기대하고 있었죠. 재판에는 김민수 씨 동생, 회사 사람들, 이주민 단체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몰렸어요. 

재판장이 판결문을 설명하면서 참작할 만한 사정을 비중 있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김민수는 시종일관 무표정이었어요. 사정이 참작될 거 같아서 방청인들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고요. 이주민 단체는 실형을 유지하는 경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집행유예가 나오면 김민수와 오찬을 한 다음 그날 2시부터 열리는 노동절 집회에 함께 참석하는 걸로 계획했거든요. 

하지만 선고 결과는 아쉬웠어요. 원심보다 1년 감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여전히 실형을 유지했기 때문이에요. 실형 선고에 김민수 씨 동생은 김민수 씨의 아들, 딸이 생각나 슬퍼했어요. 징역 2년을 다 살면 내년에 있을 아들과 딸의 졸업식을 못 가요. 김민수 씨와 동생은 어릴 적 생활고 때문에 부모님 없는 졸업식을 치러야 했어요. 부모의 생활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건 아닐까요? 

🤔 박 기자님의 소회가 궁금해요.

박중엽 기자🎤 저는 법원 출입기자가 쓴 사건 기사를 통해 이 일을 알게 됐어요. 기사는 짧았지만 거기에 나온 상황이 사뭇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교도소를 찾아갔고, 관련 기사 7개를 썼죠. 첫 번째 기사가 생각보다 많이 공유되어서, 이 사건이 당사자들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어요. 첫 번째 기사로 김민수 사연을 듣고 많은 분이 탄원서를 냈고 후원금도 상당히 모였어요. 당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죠. 

기사에 따라온 반응을 보고 이 이야기가 개인의 비극과 공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번째 기사부터 왜 이러한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고 이어지는지, 김민수 씨가 출소한 다음 이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지에 대해 집중해서 다루려고 했어요. 아쉬운 점은 제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부터는 독자 유입이 첫 기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이에요. 우연적 요인이 크겠지만, 여러 이유가 있을 거고 계속 고민해보려 해요. 

🤔 우리가 이 사건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뭘까요? 

박중엽 기자🎤 김민수 개인,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징역형은 엄청난 고통일 거예요. 그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도 확인됐어요.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지가 중요해요. 이주민 유입은 앞으로 점차 늘어날 거예요. 그런데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틀은 2000년도 중반에 머물러있어요. 신발이 안 맞으면 바꿔 신어야 하는데, 그냥 피 흘리면서 신고 있는 격이에요. 그건 신발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주민들이 한국에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비전문 취업 비자(E-9)를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E-9비자를 포함해 다른 비자인 경우도 국내에서 일하는 데에는 다양한 제약이 있어요. 체류 기간 문제, 사업장 이동도 제약이 있죠. 유학이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도 준수해야 할 조건이 있어서, 이를 어기는 경우 쉽게 미등록(불법)이 되곤 해요. 미등록이 됐을 때,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여러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게 돼요. 심지어 최근에는 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자주 확인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불안정한 신분이라는 약점 때문에 임금체불, 부당해고, 허위신고, 범죄피해자가 되기도 하죠. 

이주노동자가 아니면 절대로 존속하지 못하는 현장이 있어요. 노동 현장에 가 보면 알아요. 농산어촌에 가보면 알아요. 가축 살처분 현장에 가 봐도 알아요.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해요. 공장 사업주, 농어민, 인구소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박한 문제예요. 그런데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곳에 없죠.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이주민의 인권, 노동권의 현실이 그 사회의 수준이에요. 

김민수 씨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그가 일했던 공장은, 더 크게는 그 공단, 그리고 대구경북 낙후한 산업현장은 과연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사건 이후 미등록 없이 존속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갔을까요? 아니면 똑같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사업주, 고용주, 이주노동자, 지역민, 상인, 수많은 생산현장.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아요. (건설현장과 같은 갈등이 있는 현장도 원론적으로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현장에 문제가 있고요.) 코로나19 때도 확인됐다시피, 이주민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 건 현실이에요. 그렇다면 그 기둥이 흔들리지 않게 보살피는 일을 이제 시작해야 해요.
▲김민수 씨의 실형 판결이 난 직후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 다음 이슈로 넘어가 보시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한 지 110일이 넘었습니다. 이번 노동절 경북대회에서 이들과 전화 연결을 하기도 했죠. 현재 상황이 어떤가요? (👉관련 기사 확인하기)

 

박중엽 기자🎤 고공농성이 길어지고 있는데, 회사 측과 해고자들은 특별한 의견 접근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요. 해고자들은 니토그룹의 평택 공장에 고용승계를 하라고 요구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시종일관 고용승계는 없다고 선을 긋거든요.

 

노조사무실과 공장 옥상에서 투쟁을 이어가는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은 다양한 방향으로 압박하고 있어요. 각종 형사고소, 부동산 강제 경매나 가압류 신청 등 재산적 타격을 통한 압박도 있죠. 또 철거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도 인용돼 사측이 공장 철거를 시도할 때마다 1회당 수백만 원의 간접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부당해고 투쟁 소식을 들은 시민과 노동자가 후원에 나서긴 했지만, 여러모로 부담도 쌓이는 상황이에요.


🤔 결국 반복되는 외투기업의 먹튀가 문제인데, 책임 있는 누구도 해결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박중엽 기자🎤 지자체가 외투기업을 유치하는 건 엄청난 치적으로 여겨져요. 그런데 그게 덮어놓고 박수칠 일인지 고민하게 돼요. 구미만 놓고 봐도 아사히글라스 사건이 있거든요. 외투기업 유치는 정치인의 치적이 되고, 기업은 한국에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를 마음껏 활용하고, 싼 산업용 전기를 쓰고, 땅값을 안 내고 면세 혜택 받고.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책임질 일이 생기면 나 몰라라 하고. 노조가 생기면 집단해고 시키고….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제도에 구멍이 있다는 건데 규제 법안을 진보정당이 발의하긴 해도 제정은커녕 논의조차 안 되는 게 현실이죠.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을 보면서 법 제도의 문제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윤리가 형성돼야 한다고도 생각했어요. 한국옵티칼의 해고는 법적으로 문제 있는 부당해고로 인정 받은 건 아니에요. 업체 측에선 당연히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죠.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그게 문제가 아닌가요?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화재에 책임이 없는데, 화재가 났다고 공장 문을 닫고 일하던 사람을 전부 해고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지금 남아 있는 10여 명 해고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게 기업에 재정적으로 어려운 일일까요? 
▲조양·한울기공은 전 직원이 29명으로, 지난해 5월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양한울분회와 회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103일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 다음은 조양한울에서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회사로 복직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공장 앞 천막농성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관련 기사 확인하기)

김보현 기자🎤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면서 이들이 회사로 복직을 하게 됐는데요. 회사(대표이사)는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내야 하는 강제이행금 부과 직전, 이들에게 회사 복직 명령을 내려요. 그뿐 아니라 내일(7일)부터 순환휴직을 예고했어요. 노조 간부에겐 복직과 동시에 대기명령을 내리면서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해요. 책상을 구석으로 빼서 벽을 보고 있게 했다는데, 노동자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방식이죠. 

취재를 위해 대표이사와 통화해 보니, ‘법원에서 허위진술을 했다, 내부 문건을 외부(법원)에 빼돌렸다’는 이유를 드는데, 글쎼요. 무엇보다 여전히 노조의 파업 때문에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노사관계를 풀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죠. 

🤔 노사 간 입장차는 ‘물량 감소’에서 나옵니다. 노조는 관계 회복 시 기존 물량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보고, 사측은 노조 있는 회사랑 (원청이) 일을 하고 싶겠냐고 해요. 

김보현 기자🎤 조양한울의 주요 거래처는 대동입니다. 농기계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조양한울이 만들거든요. 노조는 파업 이후 사측이 노조를 없애고 주요 간부들을 내쫓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량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교섭 단계에서 노조가 함께 원청에 찾아가자고, 해결된 모습을 보여주자고 사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해요. 

노사간 대립이 길어지면서 회사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일 겁니다. 다만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 위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데 대표이사는 노조 혐오를 숨기지 않습니다. 원청인 대동도 금속노조 사업장인데 말이죠. 

‘악화하는 노동환경’이 오늘 뉴스레터 주제인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노동조합 탄압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선 테슬라의 ‘반노조’ 방침이 주요 화두예요. 협력업체 승인 과정에서 노조 유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건데, 국내 부품업체들도 그 눈치를 보며 노조 영향력을 줄이려는 분위기입니다. 한편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선 테슬라 정비소 10곳에서 일하는 정비사 100여 명이 테슬라 측의 임금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에 들어갔어요. 이들이 소속된 스웨덴 금속노조가 함께 파업에 나섰고, 스웨덴 내 9개 산별 노조가 연대, 동조 파업에 동참하며 급격히 확산됐습니다. 이런 반테슬라 움직임은 북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의 힘으로 뚫고 나가는 사례를 소개하며 뉴스레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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