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내 몸에 사는 미생물들이 기뻐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걸 배우면 내 뉴런들이 반짝거립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나가서 잠깐이라도 걷습니다. 그러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조금이나마 흘러나옵니다. 과학 유튜브를 보다가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나의 일도 신의 일도 아닙니다. 내가 게을러서 행복하지 못하고 부지런하다고 더 행복할리도 없다는 거예요. 행복은 내 몸속 미생물과 호르몬들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입니다.
생각, 마음, 이상, 꿈. 추상적이고 거창한 개념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으로, 나는 오래 살아왔습니다. 과호흡이 심해져 처음 정신 건강의학과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도 내심 불신이 가득했습니다. “결국 제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어보면서 의사 앞에서 까지 센 척을 했습니다. 나는 약물 따위로 행복과 불행을 오가는 사람이 아니오. 나는 아주 고고한 인격체란 말이오. 아마도 나는 그때 그런 상념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로토닌을 매일 주입하자, 과호흡과 팔저림 증상은 놀랍게도 사라졌습니다.
내 육체는 내가 평생 세 들어 살아야 하는 나의 집입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문장을 내 육체의 가훈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내 육체에 사는 작은 친구들 (호르몬, 신경계, 미생물 등)이 모두 이 가훈 아래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인생은 분명 한방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여전히 로또를 구매합니다. 한방은 신의 일이길 바라며, 로또가 당첨되길 기도합니다. 하지만 행복에는 한방이 없는 것 같아요. 행복은 순간이고 여운도 짧습니다. 불행은 자주 오고 여운도 쓸데없이 긴데 말이에요. 매일 내 몸에 사는 친구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쾌락과 안녕감과 배부름과 호기심과 낄낄거림이 계속되면 그게 행복이니까. '쾌감'이라는 단어가 고상한 드레스를 입으면' 행복'이 되는 것 뿐인걸요.
나의 엄마는 오늘 안녕감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나는 오늘 안녕감을 얻기 위해 침대에 오래도록 누워있었습니다. 엄마의 주말과 나의 주말을 전혀 다르지만 우리는 비슷하게 행복합니다. 각자의 세로토닌을 각자의 방식으로 길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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