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여자) 사람 : 작가 & 가수 오지은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From. someone nice

에디터 🐱 윻, 🐹 또,

디자이너 🐰 몽미꾸가 만들었어요!

사진 출처 : 채널예스

Vol.19 작가 & 가수 오지은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

2006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동상 수상 이후

2007년 발매한 1집 <지은>은

직접 제작부터 판매까지 도맡아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다수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지만,

직접 쓴 책이 훨씬 많은 작가.

올해 2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동안 자신의 글과 음악을 사랑하는

독자와 리스너들에게 띄운

스물일곱 통의 편지를 묶어

<당신께>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2009년 미술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리고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듣던 곡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기억합니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기 너무 좋은 노래였어요. 이 곡의 가사를 따라 처음으로 ‘한 정거장 일찍이 버스에서 내리고선 타박 발걸음 내디며 조용한 밤 산책’을 해보기도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그의 소식을 접하게 된 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였는데요. 여전히 그는 멋진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심지어 글도 쓰고 있었습니다. 근데 . . . 너무 재밌는 거예요. 심지어 그냥 SNS에 올리는 글까지. #아주소심한약간의채식을 실천하며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집밥지은(@jipbapjieun)도 보았는데요. 간헐적 채식을 실천하면서 “난 왜 고기를 끊지 못할까?”하고 자책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소심하지만 약간의’ 채식 전시를 꾸준히 하는 것도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엔 <우울증 핸드북>이라는 콘텐츠를 재밌게 보고 있답니다. 마음의 건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주변에 물어보기가 어려운데, 오지은의 글을 읽으며 잠깐이라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14년 전에도, 지금도 오지은은 음악과 글, 방법만 다를 뿐이지 꾸준히 좋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언니가 하는 건 죄다 따라 하고 싶어지는 여동생처럼 그의 라이프스타일뿐만 아니라 좋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그 꾸준함도 따라 해 보겠습니다 ! - From. 고사리 연습생

🐹 오지은이 지은 얼굴

다재다능한 아티스트가 참 많지만, 이렇게 볼 때마다 낯선 얼굴을 한 여성은 처음이에요. (적어도 저에게는….) 나중에서야 “아, 이 사람이 그 오지은이었다고?” 하고 깨달았죠.

첫번째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가수 오지은의 얼굴이에요. 아마 대부분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스페이스 공감>에 나온 영상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텐데요,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위에 영상을 첨부했답니다. (노래를 들으며 읽어보세요!) 2007년 정규 1집 <지은>의 타이틀 곡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시작으로, 2009년 동명의 정규 2집 앨범 타이틀 곡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2013년 정규 3집 <3> 앨범의 타이틀 곡 ‘고작’ 등 꾸준히 사랑받는 명곡을 탄생시켰죠. 특히 3집 앨범의 수록곡 ‘서울살이는’은 타이틀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은 곡이기도 해요.

두번째는 작가 오지은의 얼굴이에요. 자기소개를 할 때 “글 쓰고 음악하는 오지은입니다.”라고 할 정도로 꾸준히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요. 여행 에세이 <홋카이도 보통열차 (2010)>를 시작으로, 본인의 노래와 같은 제목의 에세이 <익숙한 새벽 3시 (2015)>를 출간했죠. 뒤이어 유럽 기차 여행기인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2018)> 출간 후에는, 남편인 성진환이 그림을 그리고, 오지은이 글을 쓴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2020)>도 펴냈습니다. 최근, 에세이 <마음이 하는 일 (2022)>과 편지를 모은 형식인 <당신께 (2023)>를 집필하는 등 작가로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쌓아오고 있어요.

세번째는 페미니스트 오지은의 얼굴이에요. 한 번도 자처한 적 없는 ‘홍대 여신’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은 것에 대해 “인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각각의 여성 뮤지션들을 틀 안에 가두는 ‘라벨링’”*이라고 질타를 보냈어요. 이 때문에 창작자로서 겪은 고충에 가감없이 목소리를 냈는데, “‘여자가 하는 일’, ‘여성성’으로 분류돼 폄하 당하는 현상이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할 정도였죠. 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이나 각종 이슈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름과 얼굴이 알려질수록 소신껏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매우 상여자스러운 면모라고 볼 수 있죠!

지은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분이라면 아티스트 오지은에게 이렇게나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혹시 아나요? 이 글을 읽으며, 지은님에게 입덕하게 되는 계기가 생길지?

* 여성신문TV ‘신나는 언니들 리:부트’ 강연 중

**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발언 중

🐱 이것은 아마도 사랑*

사진 출처 : 고사리 멍소 님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지은님에 대한 기억들을 되짚어 보며 조금 놀랐습니다. 지은님에 대해 제대로 된 첫 기억이 2016년 겨울이더라고요. 2016년 겨울은 박과 첫 연애를 시작한 때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은 방에서 처음 들었던 지은님의 노래가 프로젝트 앨범인 ‘오지은서영호’의 [작은 마음](2016) 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악기 소리 사이로 조근조근 노래하는 지은님의 목소리를 그때 제대로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 박과 함께 갔던 제주에서 [작은 마음]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던 제주대 드라이브 길에, ‘허전해져요’의 노래 가사처럼 보면 볼수록 더 많이 반짝이는 별들을 볼 때, 마치 지금 우리의 기분 같은 트랙이 흘러나올 때마다 몇 번씩 더 들었죠.

그해 겨울, 박과 함께 간 <겨울> 콘서트에서 무반주로 부르시는 ‘서울살이는’(2013)을 들으며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그때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 어쩐지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은 부담감에 매일 납작해지던 때였습니다.

서울살이는 조금은 어려워서
하나를 얻는 사이에 두 개를 잃어가
외로움의 파도와 닿을 줄을 모르는 길
높기만 해서 막막한 이 벽
- 오지은, ‘서울살이는’ 中

모든 것이 반짝이고, 매끈한 것 같은 이 도시에서 나는 한 걸음 떼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성큼성큼 나아가는걸까. 하루는 거기서 버티는 스스로가 기특하다가 또 하루는 안쓰럽다가를 반복하던 그때 그 노래가 꼭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힘들지? 괜찮아. 다들 그래. 그런데 서울도 그렇게 영 못 살 데는 아니다?’ 라고요.

그 이후로도 박 덕에 지은님의 노래를, 글을, 좋은 말들을 많이도 잘 받아먹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고마움을 전해야겠습니다. 고마운 것이 참 많지만 덕분에 ‘오지은’이라는 사람을 알게 해줘 참 고맙다고요. 그리고 고백해야겠습니다. 이제는 새싹 고사리**쯤은 된 것 같다고 말이죠.

* 제목은 ‘오지은서영호’ [작은 마음]의 첫 번째 트랙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 고사리 : 오지은 팬들을 지칭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