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66303 판결 등 참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모**과 김**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원고로 하여금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후 위와 같이 개통한 휴대폰을 이용하여 소액결제를 진행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2020. 6. 3. ACL141MASKWH 제품에 관하여 렌탈계약(이하 '이 사건 렌탈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위 렌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는 원고 명의 휴대폰번호로 SAFEKEY 발급을 위한 URL 문자로 전송하고, 위 휴대폰에서 위와 같이 수신된 URL 페이지에서 본인의 성명 및 주민등록증을 인증한 후 SAFEKEY 발급신청이 될 뿐만 아니라, 위 URL 페이지를 통하여 위 휴대폰 명의의 계좌번호 또는 카드번호를 등록하는 과정을 거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과 같이 원고가 모**으로 하여금 위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거나, 개인정보 사용을 허락하는 등으로 적어도 모**으로 하여금 피고와 이 사건 렌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역시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렌탈계약을 비대면 거래방식으로 체결하면서 거래 상대방의 본인인증절차로 실시한 것은 실질적으로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SAFEKEY 발급절차가 전부이고, 위 렌탈계약은 모**에 의하여 원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점,
② 모**은 위와 같은 사실 등으로 2022. 12. 23.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기 등으로 기소되어 2023. 8. 25. 벌금 5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된 점,
③ 휴대전화는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에 비하여 제3자에 의하여 악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④ 피고는 렌탈 영업을 하면서 비대면 거래방식이 대면거래보다 거래상대방 측의 명의도용의 위험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비대면 거래방식을 허용하였고, 비대면 거래방식의 본인인증방법인 영상통화 또는 생체정보·공인인증서·아이핀 확인방법 등과 비교할 때에 신뢰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증번호 확인방법을 선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모**을 원고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렌탈계약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렌탈계약으로 인한 렌탈비 및 그 이자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렌탈계약에 기한 렌탈비 채권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렌탈계약에 기한 렌탈비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승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