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지 않은 승소 소식 - 성과지표에 담길 수 없는 승소 소식

Wit.ness Weaver 소화
동행의 변론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소송이 무엇인지 알아맞혀 보세요~!
 

차별구제소송? 이주노동자 체불임금? 난민 소송? 사회보장서비스 관련 소송?


1위는 성착취와 관련한 변론(선불금 채무부존재확인, 손해배상, 업주 고소, 업주의 사기 피소 대응)
2위는 장애 학대 및 착취 관련한 변론(형사 고소 및 손해배상, 경제 착취로 인하여 발생한 여러 채무 부존재 대응)
3위는 이주 관련 인신매매성 착취(노동력착취 관련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성착취 관련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입니다.
관련한 피해의 양상과 변론의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이 모든 범죄들은 당사자의 취약한 상황(장애일 수도, 이주노동자일 수도, 여성일수도, 아동일수도)을 이용하여 돈을 빌려준다는 구실로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당사자로부터 여러가지 형태의 금전적인 이익을 착취하였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느끼기에 가장 많은 소송은 업주의 선불금이 무효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한 대응(채무부존재확인의소 혹은 청구이의의소)과 준사기로 개통된 휴대폰/안마의자/정수기 관련 채무 부존재 대응(채무부존재확인의소 혹은 청구이의의소)이며, 이 소송들에서 승률은 높은 편입니다.

지난달 말에도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하여 2021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임**님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2024가단520883 채무부존재확인)에서 피고 에스케이매직의 렌탈계약은 무권대리로 인한 것이므로 렌탈이용료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가해자들이 형사판결을 받게 된다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승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행은 이와 같은 소송에서 승소를 하여도 기쁠 수 없고 그래서 알리지.... 않습니다. 2025년 7월25일에 민사 승소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로 뭔가가 끝이 난것일까요? 임**님은 여전히 가해자들이 당시 가입해놓았던 여러가지 계약들로 인하여 채무독촉들을 받고 있는데 말이죠. 반면 이 사건의 시작은 언제일까요? 임**님이 입은 학대피해는 수년에 걸쳐서 일어났고 2021년에야 수사가 시작되어 2022년에야 가해자에 대한 형이 선고되었는데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임**님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다른 착취 피해자들에게도 일어나게 됩니다. '법률지원과 승소만으로 당사자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같은 범죄 피해는 계속 반복된다'는 무거운 사실 앞에 동행은 승소해도 함부로 알리기 어려웠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구요?
 
동행부터 먼저 당사자 곁을 지킨 활동가들과 당사자에게 성공했다고 축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씁니다. 4년이 넘게 당사자를 법률지원해 올 수 있었던 힘은 동행에게 있지 않습니다. 2021년 처음 임**님의 사례를 가지고 동행에 연계의뢰를 해왔던, 그리고 지난 수년의 시간 임**님 곁에서 끈질기게 함께 고민해온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의 승소가 있었습니다.
 
변혁적 임팩트를 찾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각종 임팩트 기반 기금들은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지표를 요구합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이 겪을 일을 함께 견뎌낸 활동가들의 이러한 성공은 변혁적 임팩트의 관점에서는 성과라고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승소를 하였다고 당사자가 처한 현실이나 구조가 바뀐 것도 아니고, 이를 숫자로 바꾼다한들 사건수나 승소율은 변화의 성과지표가 될 수 없을테니까요.

그러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여, 이것이 왜 성공이 아니란 말입니까? 이것이 왜 변화가 아니란 말입니까? 당사자 곁에서, 자본이 알아주지 않는,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변혁적인 변화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지역의 인권옹호활동가들을 대신하여, 임**님의 승소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아래는 판결이유입니다. 혹시 유사한 피해를 입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은 이 판결문의 이유를 참고하시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써먹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연락 주시면 익명화하여 판결문도 공유합니다(companion.lfpi@gmail.com).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다29896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66303 판결 등 참조).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모**과 김**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원고로 하여금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후 위와 같이 개통한 휴대폰을 이용하여 소액결제를 진행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2020. 6. 3. ACL141MASKWH 제품에 관하여 렌탈계약(이하 '이 사건 렌탈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위 렌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고는 원고 명의 휴대폰번호로 SAFEKEY 발급을 위한 URL 문자로 전송하고, 위 휴대폰에서 위와 같이 수신된 URL 페이지에서 본인의 성명 및 주민등록증을 인증한 후 SAFEKEY 발급신청이 될 뿐만 아니라, 위 URL 페이지를 통하여 위 휴대폰 명의의 계좌번호 또는 카드번호를 등록하는 과정을 거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과 같이 원고가 모**으로 하여금 위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거나, 개인정보 사용을 허락하는 등으로 적어도 모**으로 하여금 피고와 이 사건 렌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역시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가 이 사건 렌탈계약을 비대면 거래방식으로 체결하면서 거래 상대방의 본인인증절차로 실시한 것은 실질적으로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SAFEKEY 발급절차가 전부이고, 위 렌탈계약은 모**에 의하여 원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점,

② 모**은 위와 같은 사실 등으로 2022. 12. 23.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기 등으로 기소되어 2023. 8. 25. 벌금 50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된 점, 

③ 휴대전화는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에 비하여 제3자에 의하여 악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④ 피고는 렌탈 영업을 하면서 비대면 거래방식이 대면거래보다 거래상대방 측의 명의도용의 위험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비대면 거래방식을 허용하였고, 비대면 거래방식의 본인인증방법인 영상통화 또는 생체정보·공인인증서·아이핀 확인방법 등과 비교할 때에 신뢰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증번호 확인방법을 선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모**을 원고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렌탈계약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렌탈계약으로 인한 렌탈비 및 그 이자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렌탈계약에 기한 렌탈비 채권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렌탈계약에 기한 렌탈비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승우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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