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여어어어어어름 뒤에 가을이 잠깐 보일랑 말랑했는데 벌써 겨울이 코앞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특수활동비 관련 소식으로 돌아온 뉴스레터입니다. 9월 중순 시작한 보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어요. (이전 뉴스레터 보기) 뉴민스 여러분에게 뉴스레터 아이템을 가져올 때마다 '이 뉴스에 관심이 있을까', '재미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럼에도 뉴스레터에서 다룰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 있는데, 특활비가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지루하다고, 혹은 중요한 이슈라고, 아니면 더 쉽게 설명해달라고. 여러분의 생각을 전해주세요. 뉴스민 메일함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제보 및 문의, 칭찬, 격려, 조언은 여기로! (newsmin@newsmin.co.kr) 자, 그럼 친절한 김기자 이번 주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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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총장 방문한 시기에 가장 많은 특활비 쓴 대구고검
 *연말에 특활비 사용 집중, 쌈짓돈처럼 사용된 정황 확인
+ <뉴스민>은 업무추진비 분석 보도로 돌아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이상원 기자님. 검찰 특수활동비 보도로는 세 번째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민>이 담당한 대구경북 검찰청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있죠. 지난주엔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분석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자: 이 보도를 꽤 오래전부터 준비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내려놓기 하루 전 대구고검과 대구지검을 방문했는데, 하필 그달 대구고검이 많은 특수활동비 썼다’는 게 기사의 핵심인데요

 대구고검으로부터 자료를 수령하고 엑셀로 데이터화한 후 분석하는 과정에서 2021년 3월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유를 찾던 중 확인하게 된 사실이죠. 지난 9월 14일 시즌2 첫 보도가 이뤄질 때 함께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대검찰청 자료가 추가 확보되면 교차 분석하기 위해 보도시점을 미뤘습니다. 9월 21일 자료를 모두 오픈했기 때문에 혹시 그사이 다른 언론이 관심을 갖고 분석해 보도하면 어쩌나, 아주 조금 염려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구를 찾은 건 2021년 3월 3일입니다. 이전부터 그가 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 것이란 이야기가 무성했는데, 윤 총장은 3월 3일 대구에 왔다가 4일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참 공교롭죠. 3월 3일 현장에 저도 다녀왔었는데, 아비규환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인산인해였습니다. 검찰청 앞으로 줄지어 선 화환도, 환영 꽃을 들고 나타난 권영진 전 대구시장도 인상 깊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을 포함해 해당 달에 대구고등검찰청은 모두 1,449만 원가량의 특활비를 썼습니다. 2017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64개월 치 고검 특활비 자료를 월별로 살펴보면, 이보다 더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달은 없습니다. 그달엔 대구고검에서 잘 없던 지급 방식도 확인됩니다. 하루에 10명이 넘는 인원에게 차등해서 돈을 지급한 건데요. 16일엔 12명에게 440만 원이, 31일에는 14명에게 570만 원이 나갔습니다. 총 31건이 지출됐는데, 살펴본 64개월 중 이보다 더 많은 지출 건수도 없습니다.

 검찰 공식 유튜브엔 윤 총장이 그날 대구검찰청에서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도 확인됩니다. 안면 있는 직원들에게 농담하고, 1995년 초임 검사 시절에 일했던 사무실도 찾아가고, 고검·지검 직원들과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했던 발언을 대통령이 된 지금 되돌아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김 기자: 윤석열 총장이 다녀간 것과 특활비 사용량을 연관해서 보는 근거는요? 검찰 말대로 그 시기에 수사가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보도를 늦춘 건데요. 분석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 보니 검찰총장이 대구를 다녀가고 나면 특수활동비가 늘어나는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윤석열 총장 외에도 전임인 문무일 총장, 후임인 김오수 총장도 재임 기간 중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유의미한 변화가 확인됩니다

 우선 문무일 총장의 경우 2018년 4월 19일에 대구에 와서 고검, 지검뿐 아니라 서부지청을 찾아갔는데요. 이때 재밌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서부지청에서 수령한 2018년부터 2023년 4월 사이의 64개월 치 특활비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4월에만 1,430만 원을 썼습니다. 해당 기간 중엔 이보다 더 쓴 달이 없습니다. 윤 총장 때와 유사하죠. 더구나 4월 19일 하루에만 1,230만 원이 누군가에게 전달됐는데, 공교롭게도 이 1,230만 원짜리 영수증은 서부지청과 대검찰청에서 똑같이 발견됩니다. 같은 날 십만 원 단위까지 일치하는 이 영수증, 그냥 우연으로 볼 수 있을까요?

 김오수 총장은 2021년 11월 17일에 대구를 왔다 갔는데요. 2021년 11월 고검이 쓴 특활비는 1,400만 원입니다. 윤 총장이 다녀간 2021년 3월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이달에도 윤 총장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에 수 명에게 수백만 원이 차등해서 지급된 패턴이 확인됩니다. 11월 22일엔 7명에게 340만 원이, 23일에도 7명에게 400만 원이 차등 지급됐습니다. 

 ‘검찰의 금고를 열다’ 기획 기사를 쓰면서 ‘공교롭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참 공교롭죠. 검찰 주장대로 수사 때문에 특활비를 많이 썼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모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윤석열, 문무일, 김오수 총장이 다녀간 달은 특활비가 대량 사용되는 이상한 패턴이 확인되고’, ‘다수에게 수백만 원이 뿌려지거나 고액이 전달된 영수증이 동일하게 확인된다’는 공교로운 사실만 확인했을 뿐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3월 3일, 대구고검과 지검을 격려 방문했고, 그 직후인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인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김 기자: 검찰이 쌈짓돈처럼 특활비를 써온 게 사실이라는 근거도 나죠.

  이 기자: 네, 뉴스타파가 지난주 보도한 내용인데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사례입니다. 모든 검찰청이 자료에서 날짜와 금액을 제외한 내용을 가리고 줬는데, 고양지청은 이 가림 작업을 독특하게 했어요. 먹칠 대신 알파벳 모양 롤러를 정보 위에 여러번 겹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겹쳐진 알파벳 사이사이로 정보가 확인된 거죠.

 뉴스타파 취재진이 두 달 넘게 고양지청의 5년 8개월 치 자료 869건을 들여다보고, 그중 761건을 판독(부분 판독 포함)했어요. 독한 사람들입니다. 뉴스타파는 판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특수 능력 테스트’ 사이트도 만들었습니다. 저도 해보니 눈이 빠질 것 같더라고요. 뉴민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검찰예산감시 특수능력테스트 해 보려면 클릭)
 
  뉴스타파 보도는 파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던 검찰의 특활비 사용 실태를 좀 더 세밀하게 다뤘습니다. 1개청의 90%가량 정보지만 이를 통해 나머지를 유추할 수 있죠. 고양지청은 특활비 본연의 목적인 ‘기밀수사’ 목적으로 쓴 특활비가 거의 없었습니다. 집행 사유가 판독되는 714건을 분류해 보니 단순 ‘수사활동 지원’ 혹은 ‘수사업무 지원’이라고 쓴 집행내역이 전체의 60.8%, 금액으론 49.2% 거의 절반이었습니다. 이 수사가 기밀수사인지, 그냥 명목상 수사활동이라고 쓴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같은 명목으로 집행한 내역 중에선 부서별 나눠먹기로 의심되는 지출도 있어 더 의심스럽습니다. 연말엔 ‘수사정보 교류활동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100만 원씩 각 부장들에게 돈을 돌린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고양지청은 이런 식으로 연말에 특활비 사용이 집중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말에 특활비 사용이 집중되는 건 대구 10개 검찰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 2곳이 아니라 10개 검찰청 대부분이 11월, 12월에 특활비를 많이 쓴다면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모든 검찰청이 연말에 바짝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의미일까요? 많은 정황과 근거로 검찰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쓴다는 점을 지적해도 검찰은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보입니다.

  김 기자: 지난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도 검찰 특활비 관련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이 지적됐나요?

  이 기자: 지난 20일 국회에서 각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동시에 이뤄졌는데요. 대구검찰청 관련 질의도 준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국정감사장에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의 셀프 수령 문제였는데 패스됐어요.
 
 국감장에선 장흥지청 사례가 핵심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장흥지청은 공기청정기 렌탈비로 특활비를 지출한 게 확인됐는데, 대검찰청이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고 환수 조치하겠다고 했죠. 국감장에 나온 장흥지청장은 특활비 목적에 부합하는 지출이 아닌 부분은 시정 조치했다고 답했습니다.

 부산검찰청은 일부 특활비의 영수증이나 집행내역확인서가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증빙서류가 없는 이 시기는 대검찰청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한 시기여서 더 문제입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은 감사원 지침에 따라 증빙서류가 생략됐지만 목적에 맞게 사용됐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지침에 따르면 집행내역을 생략하더라도 ‘생략했다’는 확인서를 마련해야 하거든요. 서부지청장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답을 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갑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대목은 박용진 의원이 대전, 부산, 대구, 광주 고검장에게 장흥지청 사례를 들면서 한 명씩 의견을 물어본 부분입니다. 고검장들이 하나 같이 말을 맞춘 듯이 같은 취지로 답을 했습니다. 광주고검장은 “지침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부산고검장은 “장흥지청장이 한 말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대구고검장은 “장흥지청은 약간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대전고검장은 “문제 되는 사례 외에는 대부분 적정하게 썼다”라고 답했습니다. ‘특활비는 문제가 없고, 일부 일탈이 있을 뿐이다’라는 취지인 거죠. 참 헛헛합니다.

  김 기자: 시즌2 보도 이후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이 기자: 국정감사장에서 고검장들의 답변을 소개해 드렸는데, 그것이 검찰의 일반적 반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검찰 내부의 변화가 있을 걸로 기대가 되진 않아요. 외부의 개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위원회가 지난주 입장문을 내고 “밝혀진 오남용 사례가 천태만상”이라면서 “모두 국민 피땀으로 이뤄진 세금을 함부로 사용한 ‘세금 오남용’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십 명 규모의 수사팀을 꾸려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동시에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하지 않으면 공수처 고발뿐 아니라 특검도 진지하게 검토한다고 했죠. 실제로 공수처 고발이나 특검이 진행된다면 검찰이 일부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내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될 텐데, 정치권 스케줄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죠.

  김 기자: 뉴스민의 다음 취재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특수활동비 다음 업무추진비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요. 

  이 기자:  정치권 스케줄은 정치권 스케줄이고, 저희는 저희 할 일을 해야겠지요. 23일 대검찰청, 26일 법무부 종합감사 등 국정감사 일정은 계속 이어집니다. 국감장에서 추가로 추궁되는 내용이 있으면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검찰의 입장이라는 게 큰 변화는 없어서 기대되진 않습니다. 다음 주 공동취재단 차원에서 3차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구요. 이렇게 특활비 취재는 얼추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에는 업무추진비 분석 보도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의 ‘맛집 리스트’를 공개했는데, 저희도 대구 검찰청의 맛집 리스트를 데이터화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사실 업무추진비 자료가 특활비보다 훨씬 방대해서 얼마나 취재를 해서 보여드릴 수 있을지 아직 감은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활비만큼 재미있는 사실이 확인될 거라 자신합니다. 곧 검찰 업추비 보도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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