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테러 #기후위기 #충격요법
[Vol. 9] 2023/05/01
케이크 대테러, 달콤한 도발

  일반적으로 우리가 ‘테러(terror)’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로 전쟁, 범죄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많이 연상될 거라고 생각해요. Guleryo가 최초로 테러라는 단어를 접했던 건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9·11 테러였어요. 최근 뮤지엄들은 또다른 의미의 ‘테러’에 몸살을 앓았는데요, 뮤지엄은 왜 이런 테러 행위에 몸살을 앓았던건지 살펴볼까요?

🐱‍👤가장 폭력적인 의사전달!?

  단순하게만 바라보면 '뮤지엄'과 '테러'라는 단어는 함께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테러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다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상징적인 것을 파괴 또는 훼손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을 말해요. 그렇다고 해서 테러라는 행동이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요! 

  뮤지엄에서의 테러는 실수로 파손하는 것이 아닌 고의적으로 작품에 훼손을 가하는 것을 테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뮤지엄 테러리스트들은 왜 하필 테러의 장소로 뮤지엄을 택했을까요? 뮤지엄이라는 공간과 예술작품이 대중과 사회에 주는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인데요, 뮤지엄과 작품의 훼손을 통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수 있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뮤지엄 테러리스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뮤지엄을 택했던 걸까요?

😩지구대신 예술 작품을 괴롭히는…!

  최근 세계 여러 뮤지엄에서 환경운동가들에 의한 '뮤지엄 테러'가 일어나서 화제가 되었었죠! 환경운동가들은 연쇄적으로 여러 뮤지엄의 유명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를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기후변화와 생태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지만 그 과격함이 도가 지나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2022년 5월 모나리자 케이크 테러사건 직후 현장 ⓒArtnet News

  지난 2022년 5월 프랑스 루브르 뮤지엄(Musée du Louvre)에서 일어난 모나리자 케이크 테러가 시작이었는데요, 사진만 봐도 당시의 처참한 현장을 느낄 수 있죠? 휠체어를 탄 노인으로 분장하여 <모나리자(Mona Lisa)>에 테러를 가한 이 남성은 작품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케이크를 유리에 바르고 장미꽃까지 던졌다고 해요. 그리고 “Think of the Planet!(지구를 생각하라!)”을 외치고 가드들에게 끌려나갔어요. 당시 <모나리자>를 보러 와 있던 많은 사람들을 통해 이 테러는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죠.

(왼) 환경단체 'XR' 활동가의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테러장면 ⓒAFP 연합뉴스

(오) 환경단체 'JUST STOP OIL' 활동가들의 영국 내셔널갤러리 테러 모습 ⓒJUSTSTOPOIL

  이후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에서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Tournesols)>가 토마토 수프를 맞고,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뮤지엄(Leopold Museum)에 전시 중인 구스타브 클림트의 <죽음과 삶(Tod und Leben)>은 검은색 페인트를 맞았어요. 호주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Massacre en Corée)> 작품에 접착제로 자신의 손을 붙이기도 했고요. 특히, 작품이나 벽에 신체의 일부를 붙이는 행위는 접착제를 뗄 수 있는 용해제를 구해올 까지 오랜 시간 명화와 함께 대중에게 노출되어 이슈가 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요.

  이를 시작으로 환경단체들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독일 바르베리니 뮤지엄(Palazzo Barberini), 네덜란드 마우리츠 하위스 뮤지엄(Mauritshuis) 등 전 세계의 뮤지엄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명화와 뮤지엄을 타겟으로 공격(?)을 시작했어요. 이 공격을 통해 뮤지엄을 찾아온 관람객과 언론을 통해 자신들이 전 세계로 노출되길 바라며 기후위기와 생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시위 행동을 지속한 것이죠.

 👿시작이 어렵지…! 점점 더 격해지는 환경운동가들!

  다행히도 <모나리자>처럼 유명한 명화는 특수유리로 잘 보호되어 있어서 진짜 작품 자체가 손상되지는 않았어요. 환경운동가들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작품을 손상시키고자하는 목적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상징적이고 자극적인 ‘제스처’를 통해 전달될 메시지에 더 집중하는 편이었어요.

  갑자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환경운동가들은 점점 더 격하게 행동하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 이집트 뮤지엄(Museo Egipcio de Barcelona)에서는 이집트 미라 진열장 위에 피를 뿌린듯한 느낌으로 주스를 뿌리기도 하고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공공설치작품을 훼손하고, 예술품을 파괴하는 진정한(?) 테러 행위를 시작했죠.

  점점 도를 지나치는 환경운동가들의 뮤지엄 테러 행위에 유럽 뮤지엄 92곳이 이에 반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어요. 예술품은 죄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영국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테러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해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에 머리를 붙인 남성 ⓒ Andrew Doyle/Twitter

  네덜란드 마우리츠 하위스 뮤지엄에서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Meisje met de parel)>가 공격을 받았는데요, 해당 환경운동가는 징역 4개월을 구형받기도 했어요. 네덜란드 검찰은 “작품이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유리 덮개를 갈아야 하는 등 기타 부수적 피해들이 확인됐다.”며 “목적이 얼마나 중요하든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고 말했어요. 또, ”명화는 감상하는 것이지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지속되는 테러행위가 용인될 수 있는 시위의 선을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우린 그걸 테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모두가 체감하기 시작한 기후위기인 만큼 뮤지엄들 또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대처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어요. 먼뮤 또한 지난 시즌 3에서 이러한 뮤지엄들의 다양한 대응을 소개했고요. 이 때 우리는 뮤지엄들이 뮤지엄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온 것을 살펴봤었죠. 하지만 뮤지엄의 행보와 달리, 2022년의 환경운동가들은 계속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데에 기존의 일반적인 집회·시위로는 이목을 끌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보다 자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해요. 단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밟아나가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거죠. 그래서 뮤지엄과 유명 미술작품의 명성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자 이런 시도를 했고 사실 이슈성 한가지로만 보면 대중의 주목을 끄는데에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환경운동가들의 이러한 행위들도 그들이 행할 수 있는 정당한 범위의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당면한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하나의 충격요법 중 하나라고 봐도 괜찮은 것일까요? 

REFERENCES
・김소영(2022.05.30.). 모나리자에 케이크 투척한 할머니, 알고보니 남자였다,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0530/113700612/2
・김현정(2022.11.29.). [홍경한의 시시일각] 환경운동가들의 '명화 테러', 메트로신문,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21129500067
・노형석(2022.11.24.). 기후운동가의 ‘명작 훼손 시위’에 대한 미술인들의 질문, 조선일보,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68637.html
・정상혁(2022.10.15,). 미술관 名畵 테러… 접착제 바른 손바닥, 그림에 붙이는 까닭은?,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t-gallery/2022/10/15/YDWEY32CKVAU5E3BMNDZGQ6ER4/
・정상혁(2023.01.02.). ‘名畵 테러’ 반응 싸늘하자… 환경단체 “그만 할게요”,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culture-life/art-gallery/2023/01/02/3J5IWYGZ65HK7MXHX2T7ISJYTM/
・정숙희(2022.11.30.). 기후위기, 명화테러, 반달리즘, 한국일보, http://m.koreatimes.com/article/1442818
・최재서(2022.11.16.). 기후활동가 '명화 테러'에 92개 박물관 공동대응 나서,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1116072700009
・Amah-Rose Abrams(2016.06.09.). The Top 6 Accidents That Have Ravaged Artwork in Museums It says "Do not touch" for a reason, artnet news, https://news.artnet.com/market/top-6-accidents-in-museums-510965
・BIDPIECE. 미술범죄시리즈 3 미술픔을 테러하는 세가지 이유, https://bidpiece.com/collectingtipsbybidpiece/?bmode=view&idx=13142894&back_url=&t=board&page=1

・Christine Chung(2022.11.10.). Climate Protester Glues His Head to ‘Girl With a Pearl Earring’ Painting, The New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2/10/27/arts/pearl-earring-vermeer-climate-activists.html

・Jillian Billard(2018.02.08.). The Art of the Botch Job: What Happens When a Priceless Piece of Art is Destroyed?, ARTSPACE, https://www.artspace.com/magazine/art_101/art_market/the-art-of-the-botch-job-what-happens-when-a-priceless-piece-of-art-is-destroyed-55240

・Jonathan Jones(2022.11.16.). What next, petrol on a Picasso? Threatening art is no answer to the climate crisis, Guaridian News,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2/nov/16/klimt-climate-activists-crisis-petrol-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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