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소재라고 하면 보통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사탕수수 같은 생분해 소재로 빨대나 용기를 만드는 게 일반적인 편인데요. 곰팡이를 대체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니,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과학자들이 주목한 건 곰팡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균이에요. 이 균을 잘 활용하면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같은 것부터 우리가 먹는 음식, 의류에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마치 푸른곰팡이로 얻은 페니실린이 항생제로서 인류사적 발견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게 바로 균사체라고 하는 물질이에요.

균사체는 스티로폼도 대체할 수 있어요.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이라는 미국 회사가 균사체로 스티로폼과 흡사한 포장재를 만들고 있는데요. 이미 델 컴퓨터와 이케아에서 사용할 만큼 어느 정도 상용화도 진행되었어요. 일반 스티로폼은 썩지도 않고 재활용도 어려운 것과 달리, 균사체 포장재는 가볍고 튼튼하면서 자연분해까지 되니 기능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더 훌륭하죠. 이런 특징을 활용한 균사체 관도 등장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균사체를 이용한 대체육도 등장하고 있어요. 앞서 살펴본 에코베이티브 디자인은 균사체로 베이컨을, 스페인의 리브레 푸드는 스테이크를 만들고 있거든요. 심지어 균사체를 동물의 사료에 활용하는 업체도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마이셀이라는 기업이 균사체 연구로 주목 받으며 GS그룹, 롯데와 협업을 하고 있기도 해요.

대체 소재, 그중에서도 지속가능한 소재의 인기는 더 커질 전망이에요. 실제로 아디다스의 CEO인 카스퍼 로스테드는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의 70%가 지속가능한 제품의 구매를 선호해요. 그래서 새로 나올 균사체 스탠스미스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는 견해를 밝힌 적도 있어요. 균사체로 만드는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그 어떤 생명체에게도 고통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보다 적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와 가장 맞닿아 있어요. 그리고 이런 제품이 상용화된다면 우리 미래의 모습이 조금은 바뀔지도 몰라요. 이렇게 큰 잠재력을 지닌 균류이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는 게 아직은 쉽지 않은 편인데요. 다행히 우리의 이해를 키워줄 도서가 하나 있어요. 바로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라는 책이에요.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곰팡이와 균에 대해 다루는 책이에요. 이렇게만 들으면 전공 서적처럼 학술적이고 조금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책의 톤앤 매너는 정반대에요. 딱딱하게 설명하는 게 아닌, 저자가 실제로 균을 연구하며 느낀 생각이나 일화를 토대로 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에세이에 가깝거든요.

물론 아무리 에세이의 형태를 빌렸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특히 눈으로 봐야 이해할 수 있는 균의 모습을 글로 설명한 부분이 그런데요. 다행히 책은 그런 부분마다 고화질의 사진과 삽화를 삽입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덕분에 책 속에서 말하는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을 찾아보는 수고를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머지 않아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균에 대해 궁금하다면,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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