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지적인 작당모의

사회혁신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작은 세미나에서 SSIR을 꺼내 들고 아티클에 대한 생각을 나눴어요. 예닐곱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개별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구조적으로 조망하는 시각은 아티클을 읽는 관점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죠. 각자의 시선을 공유하고,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런 대화를 확대하고 싶은 사람들의 지적인 작당모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식과 현장, 사람이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기획자들은 각 세션이 다룰 현장의 질문과 대화에 깊이를 더해줄 지식을 섬세하게 고민했죠.


그렇게 8월 21일 수요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리는 'SSIR 시그니처 데이'가 기획되었어요. '현장 사람들의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지식이 현장에서 학습되고 활용되며, 만들어지는 지식 생태계를 만든다' 이번 이벤트의 초점은 그렇게 맞춰졌습니다.


기획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쉽고 가벼운 자리는 아닐 거라고요. 하지만 분명 깊이 있는 지식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지식의 권위를 깨뜨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식이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이 닿아있다고 느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지식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계신 분들, 나를 더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작당모의가 일어났는지, 기획의 과정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진저티프로젝트의 기획자 두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환원하는 지식 생태계를 향해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진저티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지혜  저는 진저티프로젝트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안지혜라고 하고, 연구나 출판, 글 쓰는 업무들을 주로 담당해서 하고 있습니다.


김상아  저는 진저티에서 갓 3개월 차인 인턴 김상아입니다. 이전에 한 10년 동안 문화예술 기획 일을 했고, 공공성이 강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을 했어요. 이번에 좋은 기회로 진저티와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지혜  진저티프로젝트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위한 실험실'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저희가 하는 일을 소개할 때는 주로 세 문장을 써요. '변화를 읽습니다. 지식을 짓습니다. 네트워크를 디자인합니다.' 지식을 찾는 일도 있겠지만 변화의 최전선인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 흐름이나 세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읽는 것 같고요.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시리즈 연구 등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고 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네트워크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으로 교육 활동 등을 기획하고도 있습니다.


김상아  진저티만의 매력은 아무래도 유연함이 아닐까요? 정확히 정의된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조직문화도 유연하고, 한계 짓지 않고 주제와 경계를 넘나들면서 찾아오는 지식이 있는 것 같아요. 넘나드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조합도 해보고, 한 분야의 지식을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수도 있잖아요. 또 유연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전해 볼 수도 있고,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조직문화에 유연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Q. SSIR과의 협업에 차별점이 있었나요?


안지혜  저희는 '뇌를 연결하며 일한다'고 표현하는데, 모두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으면 의사소통 속도도 빨라지고, 더 좋은 결정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거든요. 그 효율을 위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수요세미나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식을 만드는 체인지메이커로 가기까지 '사람을 키우는 지식 커뮤니티'라는 얼핏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향성을 모두가 명확히 이해하는 팀을 만들었죠. 그래서 이번 계기는 정말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이렇게 연결된 팀이 뭘 더 할 수 있을까 기대되고, 어떤 변화를 만들지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실무자로서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김상아  우리가 해야 할 과업만 가지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SSIR이 가진 활용되는 지식에 대한 파워를 먼저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이해가 갔어요. 어떤 지식에 대한 임팩트나 파워를 우리가 먼저 느낄 때, 다른 사람들도 이걸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동기부여가 되고 이 업무를 잘하기 위한 진정성이 생기는 느낌이었어요.



Q. 매주 수요세미나를 통해 SSIR에 깊이 들어가 봤는데, 어떠셨나요?


김상아  문화 자체가 좋았어요. 서로의 경험이나 물음을 통해 소구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새로웠고, 쌓인 경험을 연결하거나 소화하거나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SSIR 아티클이 도와주는 것 같았어요. 이런 학습의 과정이 이전에 경험했던 학습의 과정과는 너무 달라서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안지혜  사실 처음에는 SSIR을 읽으면서 글로벌이 장벽처럼 느껴졌어요. 지금 내가 하는 일과 해외 사례들이 도움이 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야가 확장된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업무에만 꽂혀 좁게 보다가 소셜섹터 지형에 대해 더 넓게 보고, 불어오는 바람과 영향들을 느끼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가 뭔지 생각하게 되면서 일에 대해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된 거죠.



Q. 수요세미나에서 나눴던 대화 중에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요?


김상아  '지식의 패권을 가져온다'는 거요. 저는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우리가 지식을 생산해 낸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지식을 생산해 내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SSIR은 단순히 매거진으로서 독자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사회혁신 분야의 지식이 다시 생산되고, 생산된 지식이 다시 현장으로 들어오는 환원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 생각에 공감하면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지식은 얼마나 멋질까 기대하게 되었어요.


안지혜  대화하면서도 물론 성장했지만, 아직 성장할 영역이 남았다는 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제가 그래도 8년 정도 일을 했고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안일하게 있다가, SSIR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세계는 극히 일부이고,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시야가 트인 게 새로운 동력인 것 같아요. 저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저마다의 갈증이 있으실 텐데, 이번 행사를 통해서 그런 부분이 해소될 걸 생각하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김상아  맞아요. 어떻게 보면 줌아웃이 되는 과정이라고 느껴요. 이전에는 플레이어로서 내가 맡은 역할의 최상화를 위해 달렸다면, 줌아웃이 되면서 생태계도 보이고,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도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런데 단순히 줌아웃만 되면 빈 곳에 뭐가 있는지 안 보일 수 있잖아요. 저는 SSIR이 그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혜님 말처럼 앞으로 더 탐험해야 하는 영역을 확인할 수도 있는 거죠.



Q. 이벤트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흘려보내고 싶으신가요?


안지혜  저희 조직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희가 느꼈던 SSIR의 무기로써의 효과성을 참여자분들도 맛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또 물론 사회문제가 너무 거대해서 저희가 하는 일이 보잘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지치기도 쉽지만 그럼에도 지탱해 나갈 힘이 생기셨으면 해요. 그리고 새로운 탐험을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조망하는 시선이 트이기를 바라요. 지식 콘텐츠 안에서 좋은 대화를 나누면 연결도 자연스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김상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일 첫 번째로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생각해 보면 현장에서 느꼈던 어떤 답답함을 표현해줄 언어가 없어서 잘 설명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SSIR은 볼 때마다 제가 언어를 갖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식을 바탕으로 내 사업을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 보면, 현장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견딜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또 설명이 가능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잖아요. 현장의 문제들이 개인을 고립시킬 수도 있고, 낙오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실무자들이 많이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두 마리 토끼
이벤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사실 SSIR 한국어판 팀에 새로 합류한 저의 온보딩 과정이기도 했어요. 단어가 주는 딱딱함에 경직된 채 들어갔던 기획회의가 학습인지 회의인지 모를 오묘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제게는 너무나도 인상 깊었습니다. 매주 수요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제게는 모호했던 'SSIR다움'이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어요. 기획과 온보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죠!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 비로소 한 발을 내디딘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요. 그리고 그 발걸음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시작을 함께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깊은 대화의 장을 상상해볼 때 가슴이 뛰지 않으셨나요? 마음껏 생각하고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는, 더 많은 지식이 모이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SSIR 한국어판 매니저 조민수 드림
한양대 SSIR Korea 센터
성동구 왕십리로 222 HIT 513-1